李, 중징계로 당장 대표직 수행 불가능
권성동 직무대행 체제…후폭풍 불가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8일 국회 당 대회의실에서 열린 중앙윤리위원회의에 출석, '성 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에 대해 소명한 뒤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8일 국회 당 대회의실에서 열린 중앙윤리위원회의에 출석, '성 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에 대해 소명한 뒤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가 8일 ‘성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을 받는 이준석 대표에게 ‘당원권 6개월 정지’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사상 초유의 징계 사태다. 이 대표는 한시적으로 대표직을 잃는 등 정치 생명에 큰 타격을 입게 됐다. 국민의힘도 대혼돈 속으로 빠져들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권성동 원내대표가 직무대행을 맡아 대표직 공백 사태를 수습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 대표를 향한 사퇴 요구와 윤리위 결정에 대한 반발이 뒤섞여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윤리위는 전날 오후 7시부터 이날 새벽 2시45분까지 국회 본관에서 약 8시간에 걸친 심야 마라톤 회의를 열어 이 대표의 소명을 듣고, 이같이 결정했다. 지난 4월21일 윤리위의 징계 절차 개시가 결정된 지 78일 만이다. 

핵심 쟁점은 이 대표가 자신의 성접대 의혹을 무마하기 위해 측근을 통해 이른바 ‘입막음’을 시도했는지였다. 증거 인멸 교사 의혹과 관련해선 이 대표가 당원으로서 지켜야 할 품위 유지 의무를 위반했다고 봤다. 윤리위는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2013년 성 접대 의혹에 관해서는 판단하지 않았다. 

이양희 윤리위원장은 징계 결정 사유에 대해 "이준석 국민의힘 당 대표 이하 당원은 윤리규칙 4조 1항에 따라 당원으로서 예의를 지키고 자리에 맞게 행동하여야 하며 당의 명예를 실추시키거나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언행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에 근거했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표는 전날 밤 9시23분 윤리위에 출석해 약 2시간50분 동안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으나, 윤리위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이 대표의 지시를 받고 성접대 증거 인멸을 시도했다는 의혹을 받는 김철근 당대표 정무실장에게도 ‘당원권 정지 2년’이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이 대표는 줄곧 결백을 주장해왔던 만큼 강경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일단 재심을 청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에 따르면 윤리위 징계 결정에 불복할 경우 징계 의결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10일 이내에 윤리위에 이의신청할 수 있어 빠르면 오는 18일 최종 확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당규에는 '당 대표가 특별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최고위원회 의결을 거쳐 윤리위원회 징계 처분을 취소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또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시절인 2019년 김순례 최고위원이 5·18 광주민주화운동 망언 논란으로 당원권 정지 3개월의 징계를 받은 뒤 최고위원으로 복귀한 전례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가 이의신청을 하더라도 윤리위가 ‘이유 없음’으로 기각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는 데 무게가 쏠리고 있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에 출석해 '성 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에 대해 소명한 이준석 대표가 8일 국회 대회의실을 나서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에 출석해 '성 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에 대해 소명한 이준석 대표가 8일 국회 대회의실을 나서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李 "윤리위 중징계 납득 안돼...당대표 물러날 생각 없어"

이 대표는 윤리위 결정에 반발하며 당대표 직에서 물어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당 대표에서 물러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럴 생각없다"라고 답했다.

이 대표는 “윤리위원회 규정을 보면 윤리위원회의 징계 결과 징계 처분권이라고 하는 것이 당 대표에게 있다”며 “(징계를) 납득할 만한 상황이 아니라면 우선 징계 처분을 보류할 그런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처분이 납득 가능한 시점이 되면 그건 당연히 그렇게 받아들이겠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가처분이라든지 재심이라든지 이런 상황들을 판단해서 모든 조치를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수사 절차가 시작되지도 않았다”며 “6개월 당원권 정지라는 중징계가 내려졌다는 것은 저는 아무래도 윤리위원회의 형평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사기관의 판단이나 재판 결과가 나오면 그에 따라 윤리위가 처분을 내리는 것이 지금까지 정치권에서 통용되던 관례였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다른 것을 제쳐두고 제 것만 쏙 빼서, 수사 절차도 아직 시작되지 않은 상황에서 (윤리위가 징계를) 판단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좀 의아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JTBC에서 이번 윤리위에 대한 윗선 의혹이 있다고 보도를 하고 사실 그에 대한 후속 보도도 계속 있을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할 시점에 윤리위가 그런 고려없이 이렇게 빠르게 판단한 것이 의아하다”고 꼬집었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의에 출석해 '성 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에 대해 소명한 이준석 대표가 8일 국회를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의에 출석해 '성 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에 대해 소명한 이준석 대표가 8일 국회를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혼돈의 국민의힘...권성동 대행 체제로

이 대표의 당원권 정지 징계 효력은 바로 적용돼 권성동 원내대표가 곧바로 당대표 권한대행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징계 효력이 정지돼 이 대표가 당대표직을 유지할 수 있다면, 다시 이 대표 체제로 운영될 수 있다. 

이미 당권주자들 사이에서는 이 대표의 잔여 임기를 채우기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이나 조기 전당대회 개최 등에 대한 시나리오가 흘러나오고 있다. 윤리위가 결정을 번복하지 않을 시 비대위 체제로 전환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당헌당규상 궐위된 당대표 잔여 임기가 6개월 이상이면 60일 이내에 임시 전당대회를 열어야 하지만, 이 대표의 잔여 임기가 11개월이라 불가능하다. 

현직 대표에 대한 사상 초유의 중징계 결정이 내려지면서 권력 구도가 안갯속에 빠진 만큼, 국민의힘은 상당 기간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이 대표에게 제기된 의혹은 그가 2013년 사업가로부터 성접대를 받았다 내용이다. 대선 기간이었던 지난해 12월 말 유튜브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가 제기하며 불거졌다. 

가세연은 지난 3월 말에는 이 대표의 측근인 김 실장이 제보자를 만나 성상납이 없었다는 취지의 사실 확인서를 받았고, 7억원의 투자 각서를 써줬다는 의혹을 추가로 제기했다. 아울러 이 대표를 성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으로 당 윤리위에 제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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