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속 풍경-에드워드 김 추모사진전, 8월21일까지, 흰물결갤러리

아이스께끼 파티(서울, 1956년). 에드워드 김 작가는 ‘Reader’지 인터뷰기사에서 이렇게 밝혔다. “사진을 찍어 인화해보니 오른쪽 귀퉁이에 구두닦이 소년의 까맣게 때에 절은 발이 찍혀있는 거예요. 맛있게 아이스께끼를 먹는 가족 옆에서 얼굴을 감싸고 힘없이 앉아있던, 어쩌면 전쟁고아였는지도 모르는 그 소년을 같이 앵글에 잡았더라면 전쟁 직후 서울의 표정을 잘 나타낼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지금도 있어요.”

“아름다운 세상에 태어나 아름다운 값진 인생 살다가 이제 천상으로 돌아갑니다. 부족한 나의 인생에 따뜻하고 귀한 인연이 되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모두들 한 번뿐인 인생 후회 없이 살아가시고 아낌없이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안녕…!”<김희중, 굿바이, 2019년 3월10일>

한적한 시골길 지게를 지고 가는 아낙네와 맨발로 아장아장 따라오는 아이모습이 재롱스럽다. 1955년 촬영한, 현재의 경기고 언덕에서 한강을 내려다본 ‘봉은사 가는 길’ 풍경이다. 그런가하면 경주 장날 새끼줄 묶음을 지게에 메고 팔러나가는 농부표정엔 뭔가의 기대감이 묻어나고58년 안양 인근서 이웃마을 잔칫집에 가는 일행인 듯 열 분이 넘는 어른들의 행렬도 포착했다.

 

 

 

봉은사 가는 길(서울,1955)

 

“신작로 한복판에서는 앵글이 맘에 안 들고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며 찍으면 좋겠더라고요. 문득 아까 신작로에 있던 고장 난 트럭이 생각나는 거예요. 돌아서서 수백 미터를 달려갔지요. 트럭에 올라 땀을 훔치고 숨을 고르고 있는데 어르신들이 쫘악 걸어오시는 거예요. 녹색 들판 사이로 신작로가 하얗게 빛나고 포플러가 잎사귀를 뒤집으며 햇살에 반짝이고 하얀 두루마기를 입은 어른들이 장중하게 다가오는 겁니다.”<월간독자 Reader, 2019년 6월호, 에드워드 김 인터뷰 中>

 

 

 

 

신작로 따라 나들이(수원,1958)

 

◇사진의 힘!

사진작가 에드워드 김(Edward Kim, 한국이름 김희중, 1940~2019)은 경기고 시절 두 번의 사진전을 가졌고 연세대 재학 중 미국으로 유학했다. 텍사스주립대학 신문학과, 미주리대학 신문방송대학원을 거쳐 1967년 ‘내셔널지오그래픽’에 입사해 1980년 동양인 최초 편집팀장을 지냈다.

백악관출입기자단 사진취재상 등을 수상했다. ‘TIME’서울특파원으로 한국에 돌아와 이화여대초빙교수, 대구사진비엔날레조직위원장, 상명대석좌교수로 활동했다. ‘한국화보’를 제작해 세계 속에 한국을 알린 공로로 국민훈장동백장을 받았다.

 

 

 

 

경주 장날2(1956)

 

흰물결갤러리 전시장엔 자녀들과 함께 온 어머니, 노년의 신사 등 다양한 연령층의 관람객들이 일생 동안 세계 곳곳을 촬영 다니면서 평생 가슴에 품어온, 삶과 사람에 대한 영원한 사랑의 작품세계와 만나고 있었다. 1950년대 중반 한국의, 한국인의 일상풍경들을 담은 흑백사진의 아우라가 묘하게도 편안함을 전했다.

 

 

 

 

빨간 스카프를 두룬 중학생들(평양,1973년)<사진=흰물결갤러리>

 

그리고 작가가 ‘내셔널지오그래픽’에서 일하며 세계 곳곳을 누비면서 촬영한 사진, 60년대 미국풍경, 70년대 북한 취재의 문을 열고 찍어온 사진, 고국으로 올 때마다 촬영한 70~90년대 한국 사람과 한국의 아름다운 자연의 생생한 모습 등 총97점이 성황리에 전시 중이다.

 

 

 

 

전시중인 ‘에드워드 김’ 인물사진을 촬영<사진:권동철>

 

한편 그는 1957년 경복궁에서 미국의 사진가 에드워드 스타이켄(Edward Steichen, 1879~1973)의 ‘인간가족(The Family of Man)’전을 보고 더욱 사진에 몰두하게 되었다고 토로했다.

“나는 그때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나?’ 방황하던 중이었는데 이 전시회에서 다양한 인생의 모습을 보고 감동받았어요. 꼭 무엇에 홀린 것처럼 전시장을 몇 바퀴나 돌았는지 몰라요. 사진 한 장 한 장이 모두 경이롭고 신비했어요.…인생의 해답이 한 가지일 거라 생각했는데 삶은 다채롭고 가치관도 다양하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사진의 힘’ 덕분이었지요.”<Reader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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