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이상 각각 한국과 독일서의 삶, “피할 수 없는 운명적인 갈등으로 느껴질 때도 있어”

한영준 작가는 “작업을 하는 시간들은 나에게 한없이 넓은 바다를 항해하는 느낌이 든다. 항상 새로운 도전과 새로움의 기쁨들을 찾으며 어둠속을 헤쳐 나가는 외로운 항해사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라고 했다.
재독(在獨) 서양화가 한영준 작가는 끌 말러라이기법의 착안 배경을 이렇게 대답했다. “끌 말러라이(Kkeul Malerei)는 어느 날, 날벼락같이 찾아 왔다. 잠 못 이루던 밤 문득 떠오른 기법이다. 아크릴이란 물감의 특성과 팔레트에 많이 굳어져 모여 있는 물감들이 나름 안타까운 느낌이 들기도 했다.”

처음엔 날카로운 칼로 잘라도 보고 긁어도 보면서 겹겹이 쌓여 있는 색색의 아크릴 물감들의 다양성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는 그는 “물감들이 쌓여가는 과정들과 굳어 가는 과정들은 아마도 나에겐 조용한 숲속에서 하는 명상과 같은 느낌이 들 때도 있다”고 말했다.

샴페인 쿨러에 튤립, 50×40㎝, 캔버스에 아크릴(끌 말러라이 기법)
작가로서의 기쁨이나 작업을 하면서 갖게 되는 느낌은 과연 어떨까 하는 궁금증이 일었다. “하늘이 푸르고 바다가 있듯이 종종 우주와 자아의 연관성들을 되짚어 보곤 한다. 나의 영혼과 생각들을 차곡차곡 나의 그림 속에 쌓으면 짜릿한 감동들이 되어 돌아온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연분홍 장미, 30×30㎝, 나무판넬에 아크릴(끌 말러라이 기법)

한영준 작가는 “그 누군가가 나의 사상과 철학을 공감하고 알아줄 수 있다면 예술을 하는 사람으로서 행복과 기쁨의 절정이 아닐까 생각해본다"면서 "한걸음 깊은 사색에 빠져 호수 길을 걷고 있으면 바람에 일렁이는 잔잔한 파도가 속삭이듯 나에게 그리움으로 다가 온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이같은 그리움은 나에게 수많은 영감을 가져다준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한영준(韓榮俊)화백은 “반복적인 손놀림과 온 신경이 한곳으로 집중되어 작업을 하고 있으면 마치 시간이 멈추어 버린 느낌이 든다.”라고 밝혔다.
서양화가 한영준(HAN YOUNG JOON) 작가는 “거의 25년 이상 한국에서 자랐지만 또한 25년 이상을 독일에서 지내면서 이곳에서도 저곳에서도 색다른 이색적인 감정들로 살아왔다"면서 "그것이 나에게 큰 장점이 될 수도 있겠지만 가끔은 나에게 피할 수 없는 운명적인 갈등으로 느껴질 때도 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그는 “한편으로는 아름다운 모습으로 화폭을 가득 채우지만 이면 속에 감춰진 수많은 고통과 칼 날로 베어낸 아픔들이 보여지기도 한다”며 알듯모를듯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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