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미술신간 ‘현대미술의 결정적 순간들’펴낸, 전영백 교수

30년 넘게 미술사를 연구하고 있는 전영백 교수. <사진=권동철>
“시대를 앞서간 아방가르드 미술의 첫 전시들은 기존의 관습을 깨는 모험적 시도이자 혁신이었기에 비난과 공격을 피할 수 없었지만, 이들의 창조적 실험을 알아준 소수의 감식안(鑑識眼)들이 있었다. 미술의 역사는 이렇듯 이전의 코드를 깨고 새롭게 행동한 자들과 그 예술적 가치를 알아본 소수에 의해 쓰였다. 이는 오늘날에도 다르지 않다.”<본문 中>

5월의 대학캠퍼스는 초록의 잎과 젊음의 생기로 활기 넘쳤다. 최근 20세기 전시사(展示史)를, 이즘을 형성한 장(site)으로 접근한 ‘현대미술의 결정적 순간들-전시가 ‘이즘’을 만들다’를 한길사에서 펴낸 전영백 교수를 재직하고 있는 홍익대에서 만났다.

저자는 ‘전시’를 실제시간과 장소에서 일어난 특정 사건으로 규정, 그 시대와 사회를 담고 있는 구체적인 사례와 연동되는 것으로 본다. 이런 맥락에서 전시라는 사건을 중심으로 펼쳐진 예술가, 미술사가 그리고 아트딜러들의 좌충우돌 성공과 실패를 담은 인간사의 실제 이야기들은 읽는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전시는 미술의 역사에 등단하는 관문이자 희비극이 엇갈리는 전쟁터, 미술계의 네트워크가 형성되는 플랫폼이다. ‘어떤 시스템에서 무슨 기준으로 누구는 남고 누구는 사라지는가?’ 등의 질문에 답을 구하다 보면, 미술사는 끊임없는 투쟁과 갈등의 흔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현대미술을 어렵고 난해하다고 생각하지만 미술사도 인간의 관계에서 만들어진 역사다.”

현대미술의 결정적 순간들-전시가 ‘이즘’을 만들다(Decisive Moments of Modern Art-The Exhibitions that Make ‘isms’ in Art History) 표지. 한길사 刊|560쪽|3만2,000원
◇오늘날 미술창의에 도움 될 것

내용은 총11개의 주요테마로 구성되어 있다. 서양현대미술의 새 장이 펼쳐지는 시기였던 20세기 초, 그 중심에 있던 마티스와 피카소의 소명은 당대 아방가르드 흐름에 있어서 혁신적인 발상을 선보이는 것이었다.

당시 프랑스 화단에서 이들이 주로 유념 했던 선배는 폴 세잔이었다. 마티스와 피카소가 이후 펼쳐낸 야수주의와 입체주의는 결국 세잔에 대한 각기 다른 독해였음을 생생한 필력으로 전한다.

그리고 표현주의, 다다, 초현실주의, 20세기 전반의 주요 흐름인 추상미술을 다룬다. 추상은 데 스테일, 바우하우스, 아모리쇼, 앵포르멜 그리고 뉴욕 스쿨의 추상표현주의로 나눠 살펴보고 있다.

이러한 모더니즘의 골격에 저항하는 포스트모던 움직임으로 팝아트와 누보 레알리즘, 미니멀리즘과 개념미술 등을 다룬다. 저자는 “이즘은 마치 다양한 측면에서 드러내는 인성의 스펙트럼과 같다”라고 했다.

저자에게 집필과정의 고충에 대해 물어 보았다. “이 책이 다른 어떤 책보다 더 힘들었던 부분은 작품의 저작권 문제였고 그 일에 너무 많은 노력을 기울여 거의 탈진한 상태도 있었다. 저작권을 위해 해외 컨텍만 150여 통에 이를 만큼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그렇게 4년 이상 준비한 결실”이라고 밝혔다.

1913년 ‘아모리 쇼(Armory Show, International Exhibition of Modern Art)’는 유럽 아방가르드를 미국으로 흡수시키는 가장 처음의 동력이 된 역사적 전시라고 볼 수 있다. <사진제공=한길사>
한편 전영백(全英柏,Chun Young Paik)교수는 영국 리즈대학교 미술사학과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연구재단 등재논문 <데이빗 호크니의 ‘눈에 진실한’ 회화>, <영국의 도시공간과 현대미술> 등 18편을 썼다.

“현대미술이 등장한 20세기는 이즘의 시대였다. 이전 시대를 풍미했던 미술적 경향이나 삶의 태도에 대한 반작용은 미술의 역사를 이어가는 동력이다. 이 책은 전시를 통해서 본 현대미술사라는 점에서 차별화 된다. 오늘날의 관점에서 흥미롭게 읽을 수 있고 전시의 역사를 통해서 오늘날의 미술창의에 도움이 될 것이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