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불법 이민자에 '무관용 정책' 공표…아동 2천여명 격리수용

부모와 만날 기약 없고 수용시설도 열악…"비인도적" 국내외 비판

미국 텍사스주 멕시코 국경 인근지역에 설치된 불법이민자녀 수용소. [로이터=연합뉴스]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밀입국한 어린이를 부모와 격리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정책이 각계의 포화를 맞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미국은 난민 수용시설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좀처럼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논란이 갈수록 증폭될 전망이다.

발단은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이 지난달 7일 불법 이민자에 대한 '무관용 정책'을 공표하면서다.

세션스 장관은 "(미국) 남서부 국경을 불법으로 넘어오는 모든 사람을 기소하라. 어린아이를 밀입국시킨 자도 기소하고 아이들은 법률에 따라 부모와 격리하라"고 지침을 내렸다.

과거에는 아이와 함께 밀입국하다 체포된 부모의 경우 일단 석방해 추방 절차를 밟는 방식을 취해왔지만, 이제는 밀입국자 전원을 체포해 연방법원에 기소하는 정책으로 바뀐 것이다.

문제는 부모가 처벌 절차를 밟는 동안 자녀가 격리돼 미 정부가 운영하는 수용소에서 지내게 된다는 점이다. 지난 3∼5월 멕시코 국경을 넘어오다 붙잡힌 불법 이민자 수는 5만명 이상이다. 이 중 15%가 가족과 함께 넘어온 경우이고, 8%는 자녀를 동반하고 있었다. 약 2달간 밀입국으로 인해 부모와 떨어진 자녀는 2천명을 넘는다.

지난주 국토안보부(DHS) 발표에 따르면 4월 중순부터 5월 말까지 6주간 멕시코 국경을 넘어오다 적발돼 부모 혹은 성인 보호자와 떨어지게 된 미성년자는 1천995명에 이른다.

여기에 AFP통신은 이날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 5월 초 세션스 장관의 무관용 정책 발표 이후 현재까지 멕시코 국경에서 붙잡혀 부모와 격리된 자녀가 2천342명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진 섀힌(민주·뉴햄프셔) 상원의원은 "5월 5일부터 6월 9일까지 국토안보부(DHS)가 격리한 자녀가 하루에 70명꼴"이라며 "그들 가족에게는 끔찍하고도 현재 진행 중인 악몽"이라고 트윗했다. 섀힌 의원이 언급한 숫자는 DHS가 밝힌 수치보다 훨씬 많다.

미·멕시코 국경을 넘어오는 이들은 대부분 중남미 출신이다.

멕시코인인 경우 본국으로 돌려보낼 수 있지만, 문제는 점차 늘어나고 있는 과테말라, 온두라스, 엘살바도르에서 온 이들이다.

자국 내 혼란과 폭력을 피해 미국행을 택한 이들은 되돌아가면 학대와 고문에 시달릴 수 있다며 망명을 요구하고 있다.

망명 신청 후 일단 미국 내에 석방됐다가 최종심사 장소에 출석하도록 해왔지만, 상당수가 자취를 감춰 나타나지 않는다고 한다. 망명 심사 건수도 60만 건이나 밀려있는 상태다.

트럼프 정부는 이런 '느슨한' 접근법이 미국으로 오는 문을 열어둔 것이라고 보고 있다.

강경 이민 노선을 견지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불법 이민에 더욱 강력한 대책을 요구했고, 세션스 장관의 무관용 정책으로 이어진 것이다.

미국 내 형사사건의 경우 부모가 범죄 혐의로 체포됐을 때 부모와 자녀는 반드시 격리하도록 하고 있다. 자녀는 처벌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렇게 부모와 떨어진 아이들은 자발적으로 국경에 도달한 '동반자 없는 외국인 아이'(unaccompanied alien children)로 분류돼 체포된 지 72시간 이내에 미 보건복지부(HHS) 산하 난민재정착보호소(ORR)로 넘겨진다.

이어 정부가 운영하는 보호시설에서 정부가 미국에 있는 아이의 친척이나 후견인을 찾을 때까지 몇주 혹은 몇달을 지낸다.

ORR은 현재 미성년 불법 이민자 1천100여명을 보호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가족 없이 혼자서 국경을 넘다가 잡힌 아이들이다.

시설은 열악하다. 격리 시설을 둘러본 미 언론은 18세 이하 미성년자 수백명이 텐트 안에서 지내고 있다고 전했다. 아이들은 콘크리트 바닥에서 매트를 깔고 자고, 가축사육용 우리 같은 곳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정부는 "아이가 부모와 다시 만날 수 있다"고 하지만 얼마나 빨리, 또 쉽게 가능한지는 미지수라고 AFP는 지적했다.

이 같은 처사는 비인도적이라는 나라 안팎의 비난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요지부동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전 민주당 정부에서도 불법 이민자의 가족은 격리해왔다"고 주장한다.

이전 버락 오바마 정부도 2014년 가족 단위의 밀입국자를 구금한 바 있다. 이는 거센 비판을 받았고, 이듬해 연방법원은 별도의 설명 없이 몇 달간 이들을 구금하는 것을 금지하고 재판을 받을 때까지 풀어주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모두가 법정에 나타나는 것은 아니어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잡았다가 놔주는(catch and release)'라 부르며 비난해왔다. 불법 이민자를 잡았다가 시간이 지나면 그냥 풀어줬기 때문에 불법 이민이 끊이지 않는다는 얘기다.

시민단체와 국제사회,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내부에서까지 트럼프 정부의 이민 정책에 날을 세우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도리어 이민법 개정에 반대하는 민주당에 책임을 돌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서 "지구에서 최악의 범죄자들 일부가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수단으로 아이들을 이용하고 있다"며 "이것(이민문제)은 국경 보안과 범죄에 약하고 무능한 민주당의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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