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이창훈 기자]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11조원에 달하는 금액을 항공산업에 투자하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15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는 버핏의 투자회사인 버크셔 해서웨이가 최근 몇 개월 동안 아메리칸, 델타, 사우스웨스트 항공에 100억 달러(11조5000억원)를 투자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버핏은 주요 항공사 2대 주주로 올라서면서, 그가 항공사를 인수할 것이라는 설도 나돌고 있다.

과거 버핏은 항공 산업을 ‘죽음의 덫’이라고 부를 만큼 전망이 좋지 못한 산업으로 혹평해왔다.

버핏은 2013년에 "라이트 형제가 비행기를 발명하던 노스캐롤라이나 주 키티호크에 투자가가 살았더라면 오빌 라이트(라이트 형제의 동생)를 총으로 쐈어야 했다. 그래야 후손들이 돈 낭비를 하지 않을테니"라며 항공 산업에 투자하는 건 미친 짓이라고 독설을 퍼부었다.

버핏은 또한 20세기 항공산업을 두고 108년간 월드시리즈 우승 꿈을 이루지 못한 시카고 컵스와 같다고 비꼬기도 했다.

그렇다면 버핏의 심경이 변한 이유는 무엇일까.

월가 분석가들은 최근 미국 항공산업이 제2의 안정기를 맞으면서, 다시 살아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했다.

미국 항공산업은 2001년 9·11 테러 이후 급속도로 몰락하기 시작했다. 이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겹치면서, 승객은 줄고 항공유 가격이 치솟는 현상이 지속됐다. 사실상 회생이 불가능한 지경까지 내몰린 것이다.

9·11 이전에는 미국 내에 10개의 메이저 항공사가 국내선 운항을 했지만, 2008년 이후에는 아메리칸, 델타 등 4개사만이 살아 남았다.

이들 4대 메이저 항공사들이 미국 내 운항 노선의 80%를 장악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경쟁이 줄어들었고, 2013년 이후부터는 항공유 가격도 급락했다. 항공유 가격은 3년 전에 비해 52%나 감소했지만 노동 비용은 7% 증가에 불과했다. 그만큼 항공사들의 수익성도 개선됐다.

좌석 점유율은 2009년 73%에서 작년엔 83%로 10%포인트나 증가했으며, 지난 회계연도 기준으로 미국 내 25대 항공사의 영업이익은 350억 달러(약 4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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