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폭파범 김현희씨, 日요미우리신문과 인터뷰서 밝혀

"자금 반환하라는 김정은 요구에 불응하다 피살됐을 것"

김현희씨.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이정현 기자] ‘1987년 대한항공 폭파범’ 김현희(55)씨가 김정은 북한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의 살해 배경으로 김정남의 비자금 관련설을 제기했다.

일본 요미우리신문가 23일 보도한 김현희씨 서면 인터뷰 기사에서 김씨는 “김정남이 장성택에게서 받은 자금의 일부를 반환하라는 (김정은의) 요구를 받았자민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살해됐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김씨는 김정남 살해 사건으로 2013년 김정은이 고모부 장성택을 총살한 이유를 알게 됐다고 언급, 장성택 처형이 김정남에 보낸 비자금과 관련이 있음을 강하게 시사했다.

말레이시아 공항 CCTV에 찍힌 김정남 살해 당시 영상을 봤다고 밝힌 그는 “두 여성이 대상자(김정남)에게 가까이 가서도 주저하지 않고 행동했다. 대상자의 인상 착의를 미리 알고 있었던 것 같았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여성들은 김정남의 신분 자체를 몰랐을 가능성이 높다고 김씨는 설명했다.

또한 김씨는 북한의 여느 공작과 달리 김정남 살해에 많은 인원이 관여했다는 점을 주목하면서 북한 정찰총국이 임무를 실행할 때 통상 3~6명을 팀으로 구성하는데 반해 이번에는 8명이 투입된 이유로 그만큼 ‘임무의 중요성’이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김현희씨는 인터뷰에서 “김정남 살해로 백두혈통(김일성의 피를 이어받은 직계후손)은 죽이지 않는다는 불문율이 깨졌음을 확인했다”면서 김정은의 통치를 저해하는 세력, 명령과 지시를 따르지 않는 불평분자 등이 제거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우려했다.

지난 1987년 115명의 생명을 앗아간 대한항공 폭파사건의 주범인 김현희씨는 북한의 지시를 받아 1988년 서울 올림픽을 방해할 목적으로 같은 북한 공작원인 김승일(범행 뒤 자결)과 일본인으로 위장해 비행기 폭탄 테러를 저질렀다. 붙잡혀 한국에서 사형을 선고받았지만 노태우 정권에서 사면됐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