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입국·체류자 단속·추방 행정각서 발표…단속공무원 1만명 늘려

추방전 청문절차 폐지, 자녀 밀입국 시도 부모 기소 제재 대폭 강화

美귀화 신청 평소보다 2배 급증, 작년에만 100만명 '이민사회 동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김청아 기자] 사법부의 집행 중지로 ‘반(反)이민 행정명령’에 발목을 잡혔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해당 행정명령과는 별개로 불법체류자와 불법입국자를 대대적으로 단속·추방에 나섰다.

CNN·ABC방송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국토안보부 존 켈리 장관 명의로 불법 입국자와 체류자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는 이민 관련 행정각서 2건을 발표했다.

지난 1월 25일 발령한 ‘이민행정 강화’ 행정명령의 후속조치이다.

이번 행정각서에 따르면, 미 행정부는 단속공무원을 1만명 늘리고, 체포 및 구금 권한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불법체류자 추방을 위한 법원 심리의 속도를 높이는 한편, 불법 입국자 단속을 더욱 강화하자는 의도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이미 기소됐거나 기소 가능한 범죄를 저지른 불법체류자에 대한 단속과 추방의 강도가 한층 높아지게 됐다.

특히 단속 대상자를 불법체류자로 한정하지 않고 ‘추방할 수 있는 외국인’으로 광범위하게 적시해 놓아 사실상 모든 이민자를 행정집행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가령, 불법체류자들이 단속에 쉽게 노출되는 무면허 운전로 적발되면 체포 및 구금은 물론 추방까지 당할 수 있다.

불법입국으로 체포된 경우에도 추방에 앞서 청문 절차를 거치도록 한 제도도 폐지되고, 자녀를 미국으로 데려오기 위해 브로커에게 돈을 지불하는 부모를 기소할 수 있도록 해 미국 내 이민자 사회에 큰 동요가 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2012년 발령한 ‘불법체류 청년 추방 유예’ 행정명령은 당분간 유지하기로 했다.

미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현재 법원에서 제동이 걸린 ‘반이민’ 행정명령을 보완할 새로운 행정명령을 마련,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가 이민정책을 대폭 강화하자 올들어 미국 이민자들이 미국 시민으로 귀화를 서두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 보도에 따르면, LA에 사는 아시아계 이민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귀화 클리닉’에는 평소보다 귀화상담 대기 시간이 2배로 늘어났다.

캘리포니아 남부의 무슬림단체, 메릴랜드와 뉴욕의 중남미 이민단체 등 미국내 이민자 사회에서 미국 시민권 획득을 위한 문의가 평균 2배 가량 증가했다는 보도이다.

또한 트럼프가 대선후보 시절 반이민 발언을 강조한 이후 지난해 귀화 신청이 몰려, 미국 정부 통계에 따르면 2016 회계연도에만 100만명 가량이 신청했다. 이는 최근 9년만에 가장 많은 귀화신청 규모에 해당했다.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린 귀화 기념식에서 한 이민자가 시민권 증서를 들고 기뻐하며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연합뉴스/AP
지난 15일에는 LA에서 열린 미국시민 귀화 기념식에선 새 시민권자 6,000여명이 참석해 성조기를 흔들려 감격스런 눈물을 흘리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들이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이유는 미국 시민권 획득의 어려움 때문이다. 시민권을 얻으려면 미국에 최소 5년 거주하고 ‘그린카드(영주권)’를 소지해야 하는데 여기에 더해 영어실력 검증 등 시민권 테스트, 수백 달러의 수수료 비용 등 부담으로 귀화 신청을 꺼리는 경우도 많다.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의 이슬람권 7개국 국적자의 입국 제한을 담은 반이민 행정명령 발동 뒤에도 그린카드 소지자가 미국 공항에서 입국 억류되는 일까지 발생하자 다른 나라 출신의 이민자들도 신변 불안을 느껴 크게 동요하고 있다고 미 언론들은 이민사회의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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