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페이스북 등 대표기업과 충돌, 석탄산업 육성 주장 '코드가 안 맞아'

정치자금 기부 1년간 고작 1만6천달러, 클린턴·샌더스와 비교 안되는 소액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김소희 기자] 미국 공화당의 차기 대선후보 최종 추인만 남겨 놓고 있는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가 애플·페이스북 등 미국 IT 스타기업의 산실 실리콘밸리로부터 찬밥 신세를 당하고 있다.

2일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의 실리콘밸리에서 트럼프를 공개적으로 지지를 표명한 이는 극소수이며, 그 중 거물급 인사로 손꼽을 만한 트럼프 지지자는 팰런티어 테크놀로지 회장이자 벤처투자가인 피터 틸(Peter Thiel)에 불과했다.

휴렛팩커드의 멕 휘트먼(여·Meg Whitman) CEO는 아예 트럼프를 ‘대통령 부적합 인물’이라며 노골적인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지난 2012년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인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주지사를 지지했던 마크 안드레센(Marc Andreessen) 페이스북 및 휴렛팩커드 이사는 이번 대선에선 민주당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지지로 전향해 버렸다.

이같은 실리콘밸리언의 ‘반(反) 트럼프 정서’는 2일 발생한 해프닝에서 잘 드러난다.

실리콘밸리 대표기업 중 하나인 인텔의 브라이언 크르자니크 CEO는 2일 저녁 캘리포니아 자신의 저택에서 트럼프 기금 모금 만찬행사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가 불과 몇 시간 만에 취소하는 해프닝을 빚었다. 인텔 측은 취소 이유를 밝히지 않고 있다.

또한 실리콘밸리 북쪽의 도시 벌링게임에 개소한 캘리포니아주 트럼프 대선캠프 사무실에는 트럼프 이름이 적힌 론 사인(lawn sign:미국인이 자기집 잔디밭에 지지후보를 알리는 작은 표지판)과 티셔츠들을 가져가는 사람들이 없어 가뜩 쌓여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이같은 반 트럼프 정서는 실리콘밸리 소재 IT기업들이 트럼프 선거진영에 낸 기부금 액수에서도 확연히 읽힌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정치인 후원금을 파헤치는 스타트업(창업기업) ‘클라우드 팩’이 파악한 실리콘밸리 기업의 트럼프 캠프 기부액은 지난 4월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후보로 사실상 떠오른 이후부터 지금까지 고작 5395달러에 불과했다. 지난해 여름 대선후보 출마를 선언한 이후로 거슬러 올라가 지난 1년 동안 모아진 기부금 규모는 단 52명이 낸 1만 6420달러에 그쳤다.

상대당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270만 달러, 버니 샌더스 후보의 600만 달러와는 비교할 수조차 없는 극미한 액수였다.

그렇다면 왜 실리콘 밸리 기업인들은 트럼프를 싫어하는 것일까.

뉴욕타임스는 몇 가지 이유를 꼽아 소개했다.

먼저, 트럼프가 실리콘밸리 대표기업인들의 재산 형성 과정이나 정치적 견해를 놓고 비난한데서 찾았다.

즉, 트럼프는 워싱턴포스트 소유주인 아마존닷컴의 제프 베저스를 향해 언론권력을 악용한 탈세 의혹을 제기하면서 “만약 세금을 제대로 냈다면 아마존 주식은 폭락했을 것”이라고 험담을 쏟아냈다.

또한,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와는 이민정책을 놓고 충돌했고, 아이폰 잠금 해제를 둘러싼 논란에서도 애플을 비난하며 ‘애플 거부운동’을 제안하며 날선 대립을 보였던 것이다.

여기에 트럼프의 경제관이 실리콘밸리의 IT산업과는 배치되는 배경도 깔려 있다. 트럼프는 석탄산업을 부흥시켜야 한다는 둥 자신의 재산형성 기반인 부동산과 건설을 중시해 실리콘밸리언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트럼프가 측근을 통해 e메일 메시지에서 ‘실리콘밸리와 실리콘밸리 사람들에게 큰 존경심을 갖고 있다’며 화해의 제스처를 취했지만, 정작 실리콘밸리 기업인들은 진정성이 결여된 말로 치부하고 있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