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인 징용 비판 피하려 한 듯

일본 정부가 전국 8개 현(縣)에 흩어진 23개 시설을 하나로 묶어 추천해 '침탈역사 물타기'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사진=연합뉴스TV 방송화면 캡처
[데일리한국 이선아 기자] 일제 강점기 조선인 징용현장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가 유력해진 가운데 일본 정부가 전국 8개 현(縣)에 흩어진 23개 시설을 하나로 묶어 추천해 '침탈역사 물타기'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일본 정부가 추천한 시설물에 포함된 나가사키항 앞바다에 있는 하시마 탄광과 이와테현의 하시노 철광산·고로 유적은 직선거리로 약 1,300㎞ 떨어져 있는데, 광범위한 영역에 있는 유산을 하나로 묶어 추천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일본 정부는 일괄 추천 이유에 관해 일련의 유산을 함께 살펴야 그 가치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 측은 "전체가 하나의 산업유산 집합체로서 보편적 가치가 있다"는 설명을 내놓았다. 일본 주요 언론은 시리얼 노미네이션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했다고 평가하며 작년에 세계 유산이 1,000건을 넘기자 유네스코 측이 일괄 추천을 선호했다는 분석을 제시했다.

그러나 일괄 추천은 '지옥도'라고 불릴 정도로 혹독한 노동을 강요한 하시마 탄광 등의 조선인 착취·희생 문제를 희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에 조선인 강제 동원에 관련된 시설 7개에 대해 세계 유산 등록 권고가 내려졌는데 전체 유산이 23개에 달하므로 징용 관련 문제는 일부의 문제로 간주됐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일본 정부는 23개 시설에 관해 자국이 1850년대부터 1910년까지 서양 기술을 전통문화와 융합해 산업 국가를 형성한 궤적을 보여준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일본으로서는 기간을 한일병합조약을 체결한 1910년까지로 한정했기 때문에 이후의 징용 노동에 관해서는 언급할 필요가 없어진 셈이며 이는 비판과 논란을 피하려는 계산에 따른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한국 정부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강제 노동이 자행됐다는 역사적 사실을 외면한 채 산업혁명 시설로만 미화해 세계 유산으로 등재한다는 것에 반대한다'며 유네스코 측에 우리나라의 입장을 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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