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ㆍ네티즌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 한 목소리로 비판
변호사들 "충분히 예상한 처분… 일반인 처벌 수준도 비슷"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이 공연음란죄를 저지른 당일의 CCTV 화면.
공연음란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가 풀려난 김수창(52ㆍ사법연수원 19기) 전 제주지검장이 기소유예 처분을 받아 논란이 일고 있다. 언론과 네티즌은 '제 식구 감싸기'라며 일제히 검찰을 비판하고 있다. 이와 달리 법조계는 기소유예를 충분히 예상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제주지검은 25일 광주고등검찰청 검찰시민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김 전 지검장의 병원 치료를 전제로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검찰의 결정은 경찰이 지난 8월 김 전 지검장을 공연음란 혐의로 검찰에 송치한 지 석 달 만에 내려졌다. 검찰은 기소유예 처분을 내린 이유에 대해 "성선호성 장애로 인한 병리현상 때문에 비정상적인 본능적 충동이 폭발해 잘못 표출된 것"이라면서 "목격자나 특정인을 향해 범행한 것이 아니며 노출증에 의한 전형적인 공연음란죄에 해당하는 '바바리맨' 범행과도 차이가 있는 행동"이라고 설명했다.

김 전 지검장에 대한 처분을 놓고 언론사는 앞 다퉈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라는 내용의 기사로 검찰을 비판했다. 한 언론사는 '김수창 전 지검장 기소유예… 제 식구 감싸기?'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다른 언론사도 비슷한 제목의 기사로 검찰을 비판했다. 네티즌 반응도 엇비슷하다. 한 네티즌은 "공공장소에서 미성년자 앞에서 성기를 노출하고 자위를 했는데 무죄라고?"라는 글을 올렸다. 또 다른 네티즌도 "지검장까지 승진했는데 정신병자라고 진단하나. 법이 이렇게 망가지니 국민은 이제 제 밥그릇 자기가 챙겨야지"라고 말했다.

김 전 지검장이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게 정말 검찰이 제 식구를 감싸는 걸까? 일반인이 김 전 지검장과 같은 혐의를 받았다면 어떤 처벌을 받을까.

엄진 성범죄 전문 변호사는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로 보이진 않는다"고 했다. 그는 "공연음란죄 관련 사건을 많이 접했다"면서 "일반인도 이런 경우엔 기소유예 처분을 많이 받는다. 전 지검장이라는 타이틀을 딱 떼놓고 사건이 접수됐더라도 기소유예나 선고유예를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엄 변호사는 "김 전 지검장이 사건이 일어난 당일 특정 지역을 오가면서 일을 저지르긴 했지만 똑같은 문제로 잡힌 적은 없지 않나"라며 "초범이기 때문에 약한 처분을 받은 것 같다"고 했다. 그는 "게다가 정신적인 문제가 동반됐기 때문에 병원 치료를 받으며 자숙하고 반성한다면 충분히 기소유예 처분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엄 변호사는 "경중이 비슷한 사건이라도 일반인이 더 높은 처분을 받는다고 느끼는 건 (공연음란죄를 저지른 이들이)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일반인은 공연음란죄를 사소한 범죄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공연음란죄의 경우 정신적인 문제가 있다는 걸 밝히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하면 큰 처벌은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변호사 강모(38)씨도 엄 변호사와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강 변호사는 "공연음란죄라는 범죄 자체가 중범죄로 인식되지 않는다"면서 "공연음란죄로는 중형을 받아도 벌금 몇 십만원을 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김 전 지검장은 초범인 데다 정신질환도 있다는 검찰의 판단 아래 치료를 전제로 한 번 봐준다는 조건부 기소유예를 받은 것"이라며 "김 전 지검장의 당시 사회적 지위를 떠나 죄만 보면 조건부 기소유예도 약한 처벌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강 변호사는 "개인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이미 모든 걸 다 잃은 사람 아닌가. 그런 것도 양형에 고려됐을 수 있다"면서 "사건이 법원으로 넘어갔더라도 선고 유예 판결이 나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연음란죄는 남을 때린 것보다 훨씬 가벼운 범죄다. 술 먹고 때릴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면서 "만약 김 전 지검장이 타인을 때렸다는 혐의를 받았다면 보다 큰 처벌을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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