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기관사들이 배가 침몰할 당시 구조는 커녕 캔맥주를 마신 사실이 드러났다. 사진=TV조선
세월호가 침몰할 당시 일부 선원들이 갑판 등에서 모여 구조를 기다리는 동안 캔맥주를 마신 것으로 2일 밝혀졌다. 이날 광주지법에서 열린 세월호 선원 15명에 대한 재판 과정에서 손모(58)씨 등 선원들은 "기관장과 함께 다른 기관사의 방에서 캔맥주 1개를 가져와 나눠 마셨다"고 말했다. 침몰 순간 승객들을 구해야할 상황에서 구명조끼를 챙겨 입은 뒤 캔맥주를 가져와 기관장과 함께 나눠 마셨다는 것이다.

당시 경비정 123정을 기다리던 기관사 손씨는 “긴장된다. 목이 마르다”고 하자 3등 기관사 이모 씨가 “내 사무공간에 맥주가 있다”고 답했다. 손 씨는 이 씨의 방으로 가서 맥주 2캔을 가지고 왔고 이를 기관장 박 씨와 한 캔씩 나눠 마셨다. 박씨는 검찰조사에서 음주사실이 드러나자 “마지막 술이 될 것 같아 맥주를 마셨다“고 진술했다. 이들은 술을 마신 직후인 오전 9시 35분, 해경 구조정이 도착한 사실을 알고 탈출하는 과정에서 조리실 직원 2명이 다친 채 쓰러져있는 것을 발견했지만 버리고 달아났다. 기관장 박 씨는 탈출 후 기관부 선원들에게 “이 사실을 절대 비밀로 하라”는 지시까지 했다.

손씨는 "승객 수백명을 태운 세월호가 침몰하는 순간에 술을 마신 이유가 무엇이냐"는 검사의 질문에 "당시 감정이 격앙된 상태에서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마셨다"고 답했다. 검사가 "탈출하기 가장 좋은 자리를 확보하고 여유가 생겨 술을 마신 것 아니냐"고 다그치자 손 씨는 "당시에는 그렇게 쉽게 구출 될 거라 생각 못했다"며 부인했다.

1986년부터 배를 타 21년 8개월간 승무경력이 있는 손씨는 다른 선박에서 근무할 때 퇴선 상황이 되면 두 개 조로 나뉘어 좌·우현 비상 대피 구역으로 모여 비상뗏목을 내리고 퇴선하는 훈련을 받았다고 했다. 지난해 12월 15일부터 세월호에서 근무한 뒤로는 승객 퇴선 훈련이나 선박이 기울었을 때에 대비한 훈련을 받은 적이 없고 화재를 가정한 비상 훈련만 한 차례 받았다고 진술했다.

비상시 선원별 역할을 적은 비상배치표를 검찰이 제시하자 손씨는 “보기는 했는데 숙지하지 못했다”며 “세월호 근무기간(4개월)이 짧고 다른 배와 달라 (승객 안내 요령을)숙지하지 못했다”고 변명했다. 손 씨는 "선장이 퇴선명령도 하지 않고 승객구호를 수행하라는 방송도 하지 않았는데, 정당하냐"라고 검찰이 묻자 "직무유기입니다"라고 답했다. 그는 "사고가 발생하면 제일 먼저 조타실로부터 선장이나 다른 항해사가 지시하는데 이번에는 아무 지시가 없었다"고 증언했다.

손씨는 지난 6월 10일 첫 재판에서 변호인을 통해 "공소사실을 모두 시인한다"고 밝힌 선원이다. 세월호 선원 15명 중 유일하게 자신의 혐의를 인정했었다. 손씨는 구조된 이후 모텔에서 머무르던 중 자살하려고 했으나 실패하기도 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