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해수부 공무원 피살 관련 당 내 특별위원회 설치

국민의힘 공세 속 이낙연 '민생 행보' 여론 관심 밖으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오후 대전시 유성구 어은동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을 찾아 직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추석 연휴를 앞두고 수세에 몰렸다. 4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통과시킨 데 이어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된 김홍걸 의원을 제명하며 명절 ‘밥상머리 민심’ 잡기에 나섰지만, 북한이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을 총격, 사살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야당의 공세가 이어지고 있어 분위기 반전에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낙연 대표는 28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북한이 해수부 소속 공무원을 총격 사살한 사건에 대한 당내 특별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했다. 특위위원장은 국방위원회 여당 간사인 황희 의원이다. 간사는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출신인 김병준 의원이 맡았다.

이 대표는 “보수 야당은 월북 여부 등 핵심적 사실을 가리기도 전에 낡은 정치공세, 선동적 장외투쟁부터 시작했다”며 “군사 대응과 같은 위험하고 무책임한 주장도 서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특위는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는 데 주력할 예정으로, 남북조사와 재발 방지를 위한 미래지향적 준비를 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2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게시물. 북한이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을 피격하는 사건과 관련한 정부의 안일한 대응을 비판하는 이 청원에는 28일 오후 5시 기준 2만8300여명이 동의했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이 대표가 특위를 구성해 북한의 해수부 소속 공무원 총격 사살 사건에 대응하기로 했지만, 민심은 요동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 사건과 관련한 정부와 여당의 대응을 비판한다는 게시물도 등장했다. 지난 25일 게재된 이 게시물에는 이날 오후 5시 기준 2만8300여명이 청원에 동의했다.

국민의힘도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특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사과 입장을 밝힌 뒤 달라진 정부와 여당의 태도를 강도 높게 비판하며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정부가 북한에 왜 이렇게 관대한 입장을 취하는 지 납득이 안 된다”며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의 생명과 보호에 책임이 있다고 이야기했었는데, 이번엔 왜 아무 말도 안 하나. 직접 나와 사태 전말에 대한 입장을 밝혀달라”고 촉구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국정조사와 국정감사를 통해 이 사건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적절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번 사건은 경우도 의문투성이일 뿐 아니라 남과 북의 말이 다르다”며 “긴급 현안 질의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국정조사와 국정감사를 통해 끝까지 추궁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외교통일위원회 소속인 김기현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 사이에 친서가 오가는 것을 보면 대화 채널이 열려 있는데, 총격 사살 사건의 경우 채널이 완전 ‘먹통’이었다”면서 “정부 내 군의 책임이 무엇인지, 해경의 책임이 무엇인지, 또 대통령과 청와대의 책임은 어떤 것이 있는지 밝혀야 한다”고 꼬집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왼쪽)이 27일 오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북한의 해수부 공무원 피격 사망사건 진상조사 요구 1인 시위에 나선 주호영 원내대표를 만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치권 일각에서는 유력 대권 주자인 이낙연 대표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른 만큼, 이 같은 상황이 앞으로의 지지율 등에 있어 자칫 ‘악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을 하고 있다. 실제 취임 한 달을 앞둔 이 대표는 지난 21일부터 민생에 초점을 맞춘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당내 각종 회의 등을 고려하면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한 셈이지만, 각종 이슈에 가려 여론의 시선을 끌진 못했다. 여기에 북한발 악재까지 겹쳤다. 추석 이후에는 21대 총선 선거법 위반과 관련한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와 국정감사 등이 예정돼 있다. 정의기억연대(정의연) 회계 부정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는 윤미향 의원도 시한폭탄이다.

문제는 이 대표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없다는 점이다. 오는 2022년 치러질 대통령선거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당권과 대권을 분리해야 한다는 당헌에 따라 내년 3월에는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당 대표로서 리더십을 입증할 수 있는 시간이 6개월여밖에 남지 않은 셈이다.

이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윤리적 수준을 높이고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데 뼈를 깎는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실시한 9월4주차(21일~25일) 주중 집계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포인트) 민주당 지지도는 전주보다 1.1%포인트 내린 34.1%를 기록했다. 국민의힘은 0.4%포인트 내린 28.9%였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격차는 5.2%포인트다. 여론 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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