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야권, 통합·연대 고민할 수준 아냐"

김종인 "국민의당과 정책 연대 당위성 없다"

주호영·권은희 "양당, 협력할 가능성 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왼쪽)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 이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야권 연대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오는 2022년 대통령선거를 앞둔 만큼 야권이 힘을 합칠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최근 김 위원장과 안 대표의 신경전이 오가면서 공조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안 대표는 23일 오전 열린 국회의원 연구단체 ‘대한민국 미래혁신 포럼’ 강연에서 보수와 중도로 나뉜 야권이 정권 교체를 위한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겠냐는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의 질문에 “지금은 선거 준비라든지 통합, 연대 이런 고민을 할 수준이 안됐다”고 답했다. 미래혁신포럼은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를 맡고 있다.

안 대표는 “(야권이) 지금 해야 할 일은 아예 관심을 끊고 귀를 닫고 있는 사람들의 관심을 어떻게든 돌리는 것”이라면서 “(국민의) 관심을 끌 수 있는 길은 혁신 경쟁이다. 한 당이 바뀌었다고 말한다고 관심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간) 규모는 차이가 있으나 당론의 크기는 결코 작지 않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경쟁 관계를 보여주면 사람들이 관심을 돌리는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두 당이 경쟁하는 게 긴 흐름에서 야권으로 지지층으로 결집하는 방법”이라며 “국민의당은 야권에 도움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안 대표는 당장 야권 연대론에는 선을 그었지만, 정권교체 등을 위한 10가지 개혁과제를 제시하기도 했다. △유능한 디지털 미래세력으로 진화 △제3의 길 개척 △인기영합주의와 결별 △공감 능력 강화 △진영대결 고집 세력과 결별 △반공 이념에서 탈피 △국민통합 주도 △당내 소장 개혁파 육성 △산업화와 민주화 모두 계승 △도덕적 우위에 서는 정당 등이다.

그는 “제1야당은 한 진영의 자산, 보수의 자산이 되기 위해 노력하면 안 된다”며 “대한민국 전체의 자산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게 옳은 방향”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미 정부여당은 자기 진영의 자산으로 역할에만 관심이 있다”며 “야권도 그렇게 노력하면 1대1 싸움에서 백전백패”라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는 야권 연대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 취임 후 국민의힘이 당 전반에 걸쳐 ‘보수색’ 벗기에 힘을 쏟고 있기 때문이다. 당이 나아가야할 방향을 담아낸 정강정책은 더불어민주당과 상당 부분 비슷하게 바뀌었다. 당명에도 ‘국민’을 넣어 낡은 보수 이미지를 벗고 중도층으로 외연을 확장하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국민의힘이 쇄신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문제는 ‘인물’이다. 당장 7개월 앞으로 다가온 서울시장에 출마할 후보가 없다. 이에 당 일각에서는 안 대표를 영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으나, 김 위원장은 국민의당과 연대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전날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을 찾은 자리에서 “그 사람(안 대표)은 자유시장경제가 무엇이라는 것을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안 대표가 최근 ‘공정경제3법’을 두고 “정부와 여당이 방향을 완전히 잘못 잡았다”고 비판한 데 따른 지적이다. 공정경제3법은 정부와 여당이 기업 이사회 규제를 통해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공정경제를 달성한다는 목적으로 추진하는 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이다.

김 위원장은 “자유시장 경제라고 해서 아무것도 안 하고 내버려 두면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며 “국민의당과 정책 연대를 이어나갈 당위성을 갖고 있지 않다. 그 사람들(국민의당)은 그 사람들 나름의 생각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김 위원장은 이달 초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도 안 대표의 영입론에 선을 그으며 “솔직히 관심이 없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에 이어 안 대표까지 야권 연대론을 일축하고 있지만 이와 달리 주호영, 권은희 원내대표는 양당의 통합과 연대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포럼에서 안 대표의 초청 강연이 열리기 전 인사말을 통해 “언론을 통해 언제든 국민의당과 함께할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혀왔다”며 “야권이 혁신하고 단합해서 문재인 정권의 폭정을 저지할 수 있다는 믿음을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한 “문재인 정권 들어 70년간 세운 헌정질서와 경제, 안보, 정의 모두 무너지고 있다”며 “집권세력은 교체할 수밖에 없다. 이는 야권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믿고 맡겨도 되겠다’는 믿음을 줄 수 있을 때만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권 원내대표도 이달 초 주간한국과 인터뷰에서 “안 대표의 리더십은 진영논리에 빠지지 않고 사회 문제를 있는 그대로 바라본다는 점에서 국민의힘 김종인 체제와 비슷하다”며 “앞으로 (두 당의) 협력의 폭은 계속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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