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 보수와 진보 넘어서 광범위하게 논의"

"민주당과 추구하는 바 달라"…거여(巨與) 선긋기

"국회의원 특별한 사람 아냐…권위 벗겨내겠다"

사진=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재산이나 근로 여부와 상관없이 국가가 매월 모든 국민에게 일정 소득을 지급해야 한다는 기본소득을 관철하겠다는 목표로 제21대 국회에 입성한 이가 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다.

4·15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의 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에 참여해 당선된 뒤 원래 소속 당인 기본소득당으로 복귀한 용 의원은 지난달 21일 서울 마포구에 있는 기본소득당사에서 지금 현재의 삶을 고민하는 의정활동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4년 뒤 재선을 목표로 하기보다는 각 쟁점에 대한 건강한 토론을 통해 생산적인 대안을 제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보수와 진보, 여야를 넘어 기본소득이 광범위하게 논의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다만 협치는 누군가를 무조건 따르는 것이 아니라며 기본소득당을 민주당과 함께 ‘거여’(巨與)로 분류하는 시각에 선을 긋기도 했다. 그러면서 기본소득을 전면에 걸고 국회에 입성한 만큼, 정치력을 발휘해 앞으로 우리 정치가 다양한 계층의 목소리를 담아낼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소수정당 출신으로 국회 진출해 새로운 정치와 신뢰받는 국회를 계획하고 있는 용 의원과 일문일답.

사진=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 4·15 총선을 통해 기본소득당의 인지도가 높아졌다. 하지만 아직도 당의 방향성과 추구하는 목표 등을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기본소득당은 어떤 당인가?

기본소득당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도되는 단일 쟁점 정당으로, 기본소득의 실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본소득이 모두에게 정기적으로 주어질 수 있도록 입법으로 끌어내는 게 우리가 추구하는 바다. 새로운 세대의 정치적 요구를 모으는 데 주력해 전체 2만명 당원 가운데 10~20대가 80%를 차지한다. 기존과 다른 당원 구조로 되어 있다 보니 홍보방식과 콘텐츠의 문법이 낯설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젊은 세대가 쉽고 편안하게 느낄 수 있다는 강점도 있다.

▶ 정치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고등학생 때는 다소 보수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었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시위에 참여한 친구들도 이해하지 못했었다. 대학에 입학한 뒤 기존에 읽던 보수 일간지가 바라본 세상과 내가 만난 세상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며 많은 고민을 하게 됐다. 정치에 참여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2014년 세월호 참사였다. 학창시절을 안산에서 보냈는데, 당시 도시 분위기가 침울했다.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친구들과 ‘가만히 있으라’는 제목으로 침묵 추모 행진을 진행했다. 진상규명과 사고 수습을 촉구했지만, 세월호와 비슷한 참사가 반복되며 한계를 느꼈다. 수습을 요구하는 것만으로는 다음에 일어나는 참사를 막을 수 없다는 좌절도 경험했다. 세상을 바꿀 방법이 뭐가 있을지 고민하다 정치라는 결론을 내렸고, 직접 정치를 해봐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 1990년생, 올해로 서른한 살이다. 용혜인이라는 이름 앞에 붙는 ‘청년정치인’이라는 수식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1987년 민주화라는 특정한 정치적 경험을 공유한 386세대 이후 청년들은 정치 영역에서 사라졌다. 국회를 구성하는 의원들의 평균 나이가 점점 많아지는 이유다. 기성 정당이나 언론에서는 젊다는 것만 강조하지만, 청년들의 감각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것이 청년정치인이라고 생각한다.

▶ 청년정치인으로서 20~30대가 가진 가장 큰 고민은 뭐라고 생각하는가?

나이를 떠나서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닌 것 같다. 한국 사회에서 가장 큰 핵심은 불안이다. 돈을 벌고 있지만, 당장 1년 뒤 어떻게 될지 모른다. 이런 불안은 정치적인 냉소를 불러일으켰고, 인생의 계획을 세울 수 없는 사회를 만들어버렸다. 기성세대도 겪는 문제지만, 청년들의 상황과 다르다. 기성세대는 사회에 진출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 변화에 조금 더 잘 버틸 수 있지만, 청년들은 준비되지 않은 상황 속 변화의 여파를 더 직접 느낀다. 기본소득당에 1만6000여명의 청년들이 모여든 것도 불안정한 미래를 걱정하는 마음이 담긴 것으로 생각한다.

▶ 희망하는 상임위는 어디인가?

기본소득당의 이름처럼 기본소득을 다루는 것이 주요 의정활동이 될 것 같다. 그런 측면에서 재난지원금과 관련한 다양한 논의가 있었던 기획재정위원회 배정을 희망하고 있다. 2순위로는 기본소득이 선별적으로 지급되던 생계급여 등 기존 복지제도와 조율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에서 보건복지위원회를 희망하고 있다. 또한 소수정당으로 국회에 들어온 당사자이자 이번 총선 과정에서 선거연합정당을 거치며 다양한 일들이 있었던 만큼, 만약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설치되면 겸임 상임위에 들어가 선거제 개혁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 아울러 여성을 대상으로 한 폭력도 중요하게 다루는 여성가족위원회에서 일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 기본소득 외 특별히 추진하고 싶은 정책이 있는가?

성차별·성폭력·성평등에 대한 문제는 그동안 한국사회와 국회 내에서 중점적으로 다뤄지지 못했다. 이번 국회에서 여성의원의 비중(57명, 19%)이 많이 늘어난 만큼, 중요하게 논의됐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 탈가정 여성청소년과 여성노숙자에 대한 활동을 하고 싶다. 이들은 폭력에 노출돼 있지만, 제대로 된 통계조차 없다. 이 밖에 장애인 부양의무제 등도 추진하고 싶다.

▶ 소수정당 국회의원으로서 국회 내에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회는 원내교섭단체를 중심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나의 책임이 무겁다. 선거법 개정 이후에 탄생한 소수정당이고, 내가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개정에 대한 논의도 달라질 수 있다. 이런 점에서 4차산업혁명 및 코로나19와 함께 뜨거운 이슈로 떠오른 기본소득을 어떻게 논의할지 책임감을 많이 느끼고 있다. 당내 국회의원은 나 하나뿐이지만, 정치력을 어떻게 발휘하느냐에 따라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잘해내고 싶은 마음밖에 없다.

▶ 시민당에서 제명됐다. 기본소득당으로의 복귀를 애초부터 계획했나?

시민당이라는 선거연합정당을 합의할 때부터 약속된 사항이었다. 민주당, 시민당, 기본소득당이 함께 합의했던 내용이었다. 선거 과정에서 합의된 내용이 흔들렸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기본소득당의 당원들과 약속이기도 했다. 선거연합정당을 만들 때 준연동형비례대표제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소수정당후보에게 비례 앞번호 배정한 것도 국민과 약속한 바였다. 이 모든 약속이 지켜지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

▶ 복당을 만류, 민주당에 흡수된 시민당에 잔류해야 한다는 당원은 없었나?

당원 중에는 없었다. 다만 작은 정당보다는 큰 정당에서 기본소득의 실현을 힘 있게 추진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조언해주신 분들은 있었다.

▶ 시민당 소속 당선인들에 대한 논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선거를 치르며 (민주당 및 시민당과)관계를 맺었다. 논란에 대해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 민주당 후보는 민주당에서 시스템 공천 과정과 검증을 거친 것으로 알고 있다. 또 시민당에서 20~30년동안 특정 분야에서 공로를 인정한 분들을 모셔온 것으로 알고 있어서 각각의 논란에 관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

▶ 기본소득당을 거여로 분류하는 데 대해 어떻게 보는가?

가깝거나 혹은 멀다고 이야기하기 모호한 부분이 있다. 정치결사체는 모두가 바라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각 정당의 세계관은 국민에게 평가받을 수밖에 없다. 기본소득당과 민주당, 정의당 등 각 당이 추구하는 바가 다르다는 이야기다. 다만 특정 사안에 대한 사태 인식이나 고민하는 지점이 비슷한 것 같긴 하다. 기본소득당의 경우 진보와 보수라는 프레임을 벗어 던지고 앞으로 가는 정치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모였기 때문에 여야를 떠나 기본소득을 광범위하게 논의하고 싶다.

▶ 준연동형비례대표제가 적용된 선거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논의가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준연동형비례대표제의 취지는 투표의 결과가 국회에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기존 300석 안에서 문제를 해결하려 했기 때문에 원외 정당에 대한 지지를 어떻게 반영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던 것 같다. 선거법 개정을 논의한 기존 정당들의 책임이 크다. 21대 국회가 준연동형비례대표제의 도입 취지에 따라 각자의 이해관계가 아닌 국민의 뜻을 국회에 제대로 반영할 수 있도록 선거법 방안을 고민하고 논의해야 한다.

사진=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 동료 국회의원 상당수가 50대 이상이다. 소통에 대한 부담은 없나?

2016년 국회의원선거에 출마했을 때는 ‘언젠가 꼭 세상을 바꿔야지’라는 생각을 했는데, 당선되고 나니 어깨가 무겁다. 국회에서는 모든 게 다 교섭단체 중심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소수정당의 국회의원으로서 어떻게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처음 해보는 일이라 긴장되기도 하지만, 잘하고 싶다. 많은 분을 만나 본 것은 아니지만,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함부로 대하시는 분을 만나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동료 의원들과 소통 문제에 특별히 걱정하고 있지 않다.

▶ ‘금배지 언박싱’ 논란이 있었다. 시도한 의도는 무엇인가?

국민은 국회의원이 어떤 삶을 사는지 잘 모른다. 그러다 보니 국회의원은 특별한 사람처럼 여겨지곤 한다. 이는 권위 때문이고, 국회의원을 상징하는 금배지도 상징물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국회의원에 대한 껍질을 벗기고 국회의 활동을 국민에게 친근하게 소개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금배지 언박싱도 이런 차원에서 기획된 유튜브 문법에 따른 콘텐츠다. 편집 과정에서 오해의 소지가 있었는데 긍정적으로 봐 주시는 분도 있었고, 경솔했다는 의견을 주신 분도 있었다. 표현이 투박한 점 등에 대해서는 유의하겠다. 다만 국회의원의 권위를 벗겨내는 작업은 이어나가려 한다.

▶ 20대 국회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아쉬운 점이 많다. ‘동물국회’, ‘식물국회’라는 오명이 붙을 정도로 못한 것 같다. 국민의 평가가 4·15 총선 결과로 나타난 것 같다. 21대 국회는 생산적인 대안을 가지고 경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협치는 누군가를 무조건 따르는 것이 아니다. 의견이 다를 수 있으므로 각자의 대안에 대한 쟁점을 형성, 건강한 토론이 이뤄져야 한다.

▶21대 국회에서 어떤 의정활동을 펼치고 싶나?

대한민국에서 기본소득의 실현에 대해서 가장 잘 알고, 열심히 활동한 사람으로 인정받고 싶다. 기본소득은 단순히 불쌍한 사람을 돕는 정책이 아니다. 노동을 중심으로 설계된 사회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어떻게 재설계돼야 하는가에 대한 사회계약 측면에서의 논의, 담론이다. 4년 뒤에는 한국 정치에 비전과 전망을 다시 찾아올 수 있는 정치인 평가받고 싶다.

▶ 4년 뒤 지역구에 도전할 계획이 있는가?

‘재선을 목표로 의정활동을 하겠다.’, ‘어느 지역구에 출마하겠다’는 고민을 하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의정활동을 더 잘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집중하려 한다.

▶ 눈여겨보는 초선 당선인이 있나?

개인적으로 기대하는 분은 민주당의 양이원영 당선인이다. 선거를 치르며 처음 만났었는데, 양 당선인이 기후문제에 대해 3시간 동안 쉬지 않고 이야기했다. 많은 고민을 거쳐 구체적인 대안도 생각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기후문제, 미래통합당이 공세를 이어오는 탈원전 등을 제대로 바꿀 수 있는 분이라 생각한다. '기후 악당 국가'로 낙인찍힌 대한민국에 어떤 변화가 나타날 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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