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탈락자, 탈당 후 무소속 출마 시 영구제명"

이해찬, 4년 전 무소속 출마 후 6개월 만에 복당

문희상 국회의장 아들 "민주당은 당원들을 배신했다"며 무소속 출마 선언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심기준ㆍ이훈ㆍ최운열 등 총선에 출마하지 않는 의원들과 오찬을 위해 음식점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논란에 휩싸였다. 4·15 총선 공천 결과에 불복,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는 사례가 잇따르자 ‘영구 제명 카드’를 꺼내 들었기 때문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 대표가 지지층의 표 분산을 막기 위한 ‘강수’를 뒀다고 해석하면서도, 정작 본인은 2016년 20대 총선에서 컷오프(공천배제)되자 탈당, 무소속으로 출마해 7선에 성공한 뒤 복당한 '전력'이 있는 만큼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대표는 16일 고위전략회의에서 공천을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탈당한 뒤 무소속으로 출마할 경우 영구 제명하겠다고 밝혔다. 또 호남지역에서 다른 당 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되더라도 입당이나 복당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문제는 당헌·당규에 영구제명과 같은 항목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대표는 필요에 따라 당헌·당규도 고칠 수 있다는 의지를 드러내며 공천결과에 반발해 무소속으로 출마하겠다고 밝힌 민병두 의원(서울 동대문을), 오제세 의원(충북 청주서원), 차성수 전 금천구청장(서울 금천), 문석균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부위원장(서울 의정부갑) 등을 압박하고 나섰다.

유창선 정치평론가는 17일 “무소속 출마를 막아 지지층의 표를 분산시키지 않으려는 일종의 압박 수단”이라면서도 “과거에도 공천에서 탈락했거나 무소속으로 출마한 후보들이 당선된 뒤 다시 당으로 돌아왔고, 이 대표도 같은 경우이기 때문에 실효성이 있을 진 의문스럽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공천관리위원회의 적합도 조사 등을 거친 뒤 컷오프된 인사들과 일방적으로 공천이 배제된 이 대표의 경우는 다르다는 입장이지만, ‘제2의 이해찬’을 막기 위한 금지령에도 불구하고 여당발 무소속 출마 행보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투 의혹’과 함께 정밀심사 대상에 올랐다가 지역구인 서울 동대문을이 청년우선전략선거구로 지정되면서 컷오프된 민병두 의원은 이날 데일리한국과의 통화에서 “사랑의 매라고 생각하고 맞고 가겠다. 결국 부모는 자식을 품게 돼 있다”고 밝혔다. 민 의원은 이번 주 중 민주당을 탈당, 무소속으로 출마할 계획이다.

공천 과정에서 컷오프된 오 의원과 차 전 금천구청장도 무소속 출마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차 전 구청장은 서울 금천구에 도전했으나, 당 영입 인재인 최기상 전 부장판사가 전략 공천되면서 컷오프됐다.

‘세습 공천’ 논란으로 불출마를 선언했던 문희상 국회의장의 아들인 석균씨은 이날 무소속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문씨는 의정부시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민주당은 당원들을 배신했다"면서 "이제 두려워하거나 피하지 않고 의정부 시민의 이름으로 당당하게 맞닥뜨려 도전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대표는 2016년 20대 총선 공천에서 탈락, 무소속으로 출마에 국회의원 7선을 완성한 뒤 복당한 전력이 있다. 당시 이 대표는 하위 50% 중진 의원(3선 이상)을 대상으로 한 2차 컷오프 심사에서 탈락,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이후 세종시에서 문홍수 민주당 후보와 박종순 새누리당(현 미래통합당) 후보 등을 제치고 43.72%로 당선된 뒤 6개월 후에 복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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