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신청 현역 10명 중 8명 본선 진출…68명 경선 없이 확정

'물갈이' 비율 27.1%…20대 총선 때 33.3%보다 낮아

"친문세력·586세대 건재 위한 공천…유권자 기대 부응 미지수"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에서 열린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이낙연 코로나19재난안전대책위원장.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4·15 총선을 위한 더불어민주당의 공천 작업이 막바지에 접어든 가운데 정치권 일각에서는 인적 쇄신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현역의원의 강세와 청와대 출신 인사들의 선전에 여성과 청년의 정치 진출을 확대하겠다는 약속이 빛을 바랐다는 평가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전체 지역구 253곳 가운데 226곳(89.3%)에 대한 공천을 마무리했다. 공천을 신청한 현역의원 111명 가운데 91명(82.0%)은 본선에 진출했다. 이 가운데 68명(61.0%)는 단수공천됐고, 23명(21.0%)은 경선을 거쳐 본선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현역의원 교체비율은 27.1%로 조사됐다. 민주당은 불출마, 컷오프(공천배제), 경선탈락을 통해 35명을 물갈이했다. 이번 선거에서 현역의원의 20%를 교체하겠다는 목표에는 달성했으나, 지난 총선(33.3%)과 비교하면 6.2%포인트 낮다. 원내 1당 자리를 노리는 미래통합당(37.0%)의 물갈이 비율보다도 10%포인트 뒤진다.

현역의원들의 강세 속 청와대 출신 인사들도 선전했다. 청와대 출신 예비후보자 49명 가운데 26명이 대거 공천(53.1%)됐다. 고민정 전 청와대 대변인과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 등 11명은 전략 공천됐다. 당내 경선을 치른 28명 가운데 15명도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치권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시스템 공천을 통한 인적 쇄신을 추진했지만, 결과적으로 현역과 청와대 출신 인사들의 세력만 공고히 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실제 민주당은 지난해 5월 총선 공천룰을 발표하며 여성과 청년 등의 정치 참여를 확대, 이들 후보자의 가산점을 최대 25.0%까지 확대했다고 홍보했다. 하지만 공천권을 따낸 여성과 청년 후보자는 각각 전체의 10.0%에 불과하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민주당은 이번 총선에서 여성과 청년의 정치 참여 확대를 약속하긴 했지만, 교체 대상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한 바 없었다”면서 “단정할 순 없지만, 공천을 통해 무언가를 바꾸겠다는 의지가 없었거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데 따른 결과인 것 같다”라고 밝혔다.

유창선 정치평론가는 “당 지도부가 대대적인 물갈이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이번 공천은 (인적)쇄신의 폭이나 강도가 기대보다 약했던 것 같다”면서 “특히 친문(재인)세력과 586세대의 건재를 위한 공천이었던 만큼, 이 같은 변화가 유권자들의 기대에 부응할지는 미지수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미래통합당도 공천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통합당은 이날까지 지역구 253곳 가운데 147곳(58.1%)에 대한 공천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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