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당 내 '수도권 험지 출마·공동선대위원장' 등 역할론 수면 위로

불출마 번복은 어려울 듯…"황 대표가 혁신 모습 보인다면 선대위원장은 맡을 것"

새로운보수당 유승민 보수재건위원장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자유한국당과 신설합당을 추진하고 개혁보수를 위해 총선에 불출마하겠다고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기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김동용 기자] 유승민 미래통합당 의원의 칩거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 9일 총선 불출마 선언으로 보수통합을 견인한 이후, 공식 일정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통합당 출범식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정치권에선 통합 과정과 공천 문제 등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유 의원이 현실적인 측면에서 통합을 추진했지만, 명분이 충족되지 않았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이는 "한국당은 변한 게 없는데, 합당으로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까. 합당 결심을 말씀드리는 이 순간에도 이 고민이 제 마음을 짓누르고 있음을 고백한다"고 했던 유 의원의 발언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20일 "(현재 통합당은) 유 의원이 구상했던 신설 합당 계획과는 차이가 클 것"이라며 "자신의 뜻을 이루지 못했다는 것을 충분히 밝히면서, 보수통합을 방해한다는 지적도 받지 않는, 그런 상황인 것 같다"고 진단했다.

'흡수통합 논란'은 18일 통합당 출범식 직후 열린 의원총회에서도 불거졌다. 사회를 본 민경욱 원내부대표가 새보수당과 미래를향한전진4.0(전진당) 출신 의원 등을 앞으로 불러내 인사를 시킨 것이 화근이 됐다. 새보수당 출신 정병국 의원은 "앞에 나온 사람들이 새로 들어온 것이 아니고, 함께하는 것"이라며 "저희 자리를 따로 만든 것에 심히 유감"이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유 의원이 총선 불출마 선언과 함께 언급했던 '개혁 공천'과 "유일한 부탁"이라고 강조했던 '새보수당 출신 당직자들의 고용승계' 여부 등을 지켜본 뒤 거취를 정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특히 유 의원과 이혜훈 의원의 문자메시지 대화가 공개되면서 '공천 시위' 성격의 칩거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19일 인터넷 매체 '더팩트'가 이혜훈 의원의 스마트폰 화면을 촬영한 사진을 보면, 이 의원은 공천 문제로 유 의원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화에서 유 의원은 "'이언주는 험지인 경기광명을 피해서 부산으로 단수공천 받고, 이혜훈은 컷오프, 지상욱, 민현주는 수도권 경선, 하태경은 경선…이런 결과가 되면 형평성이 어긋난다(중략)' 이렇게 (김형오 공관위원장에게) 보냈고, 김세연 (공관위원)에게도 보냈다"고 말한다.

하지만 정병국 의원은 20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이혜훈 의원이 공천) 면접도 보지 않고 예단한 것"이라며 "(일부 언론보도에서) 이언주(의원)를 전략공천 한다는 얘기가 나오니까 (걱정이 돼서), 본인이 그렇게 얘기를 해 많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고 해명했다.

통합당 내에서는 수도권 표심 공략을 위해 오는 총선에서 유 의원이 서울·수도권 험지 출마, 혹은 공동선대위원장 등의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심재철 원내대표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유 의원이) 불출마보다는 서울 험지에 뛰어들어 같이 움직여줬으면 좋겠다는 개인적 바람이 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정치권 일각에선 유 의원이 불출마 선언을 번복하진 않더라도, 선대위원장은 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유 의원의 핵심 측근은 "공식적으로 선대위원장 제안이 온다면 유 의원 측근들이 논의할 것"이라며 "황교안 대표가 혁신의 모습을 보이고, 모양새를 갖춰 제의한다면 선대위원장을 맡지않을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유 의원이) 일단 공천 결과를 지켜보는 것 같다"며 "정치인은 유권자로부터 잊히지 않는 것이 중요하니, 선대위원장 정도는 받아들인 뒤 특히 새보수당 출신들을 지원하는 역할은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