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손학규, 재신임 투표 왜 계속 회피하나…저는 무례한 사람 아니다”

안철수 전 대표의 비상대책위 체제 전환 요구에 대해 거부 의사를 밝힌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2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승강기에 탑승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김동용 기자]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28일 당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거나, 당 대표 재신임 투표를 하자는 안철수 전 의원의 제안을 거절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손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전날) 안철수 전 대표와 만난 결과를 국민 여러분과 당원 동지들께 자세히 설명해 드리는 게 당 대표로서 도리라고 생각했다”고 운을 뗐다.

손 대표는 “안 전 대표가 27일 보자고 했고 ‘당 대표실로 찾아뵙겠다’고 해 그렇게 하기로 했다”며 “당 대표실로 와서 만난다는 것은 정치적인 예의 차원인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당 대표실에) 많은 기자와 카메라를 불러놓고 제게 물러나라고 하는 일방적 통보, 소위 ‘최후 통첩’이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며 “개인 회사의 오너가 CEO를 해고 통보하는 듯이 말이다”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손 전 대표는 “비공개로 단둘이 대화를 할 때, 안 전 대표에게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묻자, 안 전 대표는 비대위 구성을 제안했고 ‘제게 맡겨주시면 열심히 하겠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손 대표는 “그리고 전당원 투표제와 전당대회, (당 대표) 재신임 투표 등을 거론하면서 지도부 교체를 요구했다”며 “제 입장을 말하려고 하자 ‘지금 답하지 마시고 내일 (제가 바른미래당) 의원들과 오찬하기 전까지만 답해주시면 된다’고 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본론을 말한 것은 약 2~3분에 지나지 않았다”고 언짢은 심기를 드러냈다.

손 대표는 “안 전 대표에게 기대했던 것은 당의 미래를 걱정하고 힘을 합칠 방안을 논의하는 것이었는데, 곧바로 저의 퇴진을 말하는 비대위 구성을 얘기하고, 위원장을 자기가 맡겠다고 하니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며 “안 대표의 제안은 과거 ‘유승민계’나 안 전 대표의 측근 의원들이 했던 얘기와 다른 부분이 전혀 없었다”고 지적했다.

손 대표는 “1992년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한 김대중 대통령은 정계 은퇴를 하고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에 연수 갔다가 돌아와 1995년 정치에 복귀, 백의종군으로 조순 서울 시장을 당선시켰다”며 “지금 위기에 처한 바른미래당을 살리는 길은 헌신의 리더십이다. 안 전 대표에게 해당하는 정치 리더의 덕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바른미래당 안철수 전 의원이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젊은 법조인과의 대화 '무너진 사법정의를 논하다' 간담회를 마친 뒤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안철수 전 의원은 손 대표의 이 같은 입장에 “왜 회피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안 전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당 대표실에서 만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던 것은 투명하고 공개적인 만남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당원들의 뜻을 묻자고 한 제안에 대해 왜 계속 회피하는지 저는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안 전 의원은 ‘오너가 CEO에게 해고 통보하듯 했다’는 손 대표의 표현에 대해서는 “처해있는 상황이 다르고, 지금껏 고생하셨기 때문에 (제 말의 뜻을) 오해하셨을 수도 있지만, 저는 그렇게 무례한 사람이 아니다”라며 “저는 항상 예의를 갖춰서 말씀드리는 사람”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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