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일왕과 동일 메시지…'헌법 고치자' 아베 주장과 대비

나루히토 일왕이 22일'소쿠이레이세이덴노기'에서 자신의 즉위 사실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태평양전쟁 이후 출생한 첫 일왕으로서 즉위한 나루히토 일왕이 세계 평화와 헌법 준수의 메시지를 전했다. 개헌으로 일본을 전쟁 가능한 보통 국가로 바꾸려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극명히 대비되는 모습이다.

일왕 즉위 의식 '소쿠이레이세이덴노기'가 22일 오후 도쿄 지요다에 있는 일왕 거처 고쿄에서 약 30분간 국가행사로 치러졌다. 이날 의식에는 일본 왕실, 정부, 각계 대표 인사 1600여명과 외국 원수, 축하 사절 약 500명 등 2000여 명이 참석했다.

일본 정부는 국가로 승인된 195개국 중 시리아를 제외한 194개국에 초청장을 보냈고, 183개국이 초청에 응했다. 한국은 이낙연 총리를 대표로 파견했다.

이날 의식은 지난 5월 1일 즉위한 나루히토 일왕이 고쿄 궁전 내의 마쓰노마에 설치된 옥좌 다카미쿠라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것으로 시작됐다.

다카미쿠라에는 일왕가의 상징물 삼종신기를 구성하는 검과 굽은 옥, 그리고 일왕이 헌법에 따른 국사를 챙길 때 쓰는 국새와 일왕의 도장인 어새가 놓여졌다.

나루히토 일왕은 인사말을 통해 "국민의 행복과 세계의 평화를 항상 바라면서 국민에 다가서고, 헌법에 따라 일본과 일본 국민통합의 상징으로서 임무를 다할 것을 맹세한다"며 자신의 즉위를 선포했다.

그는 이어 "국민의 예지(진리를 포착하는 고도의 인식 능력)와 해이해지지 않는 노력으로 우리나라가 한층 발전을 이루고 국제사회의 우호와 평화, 인류 복지와 번영에 기여할 것을 간절하게 희망한다"고 말했다.

아베 신조 총리가 나루히토 일왕의 즉위 선포 의식에서 만세삼창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국민대표로 축사를 한 아베 신조 총리는 "즉위를 축하하며, 천황 폐하 만세(덴노헤이카 반자이)"라고 삼창했다. 만세 앞에 따라 붙는 '즉위를 축하하며'란 구절은 아키히토 전 일왕 때부터 추가됐다. 태평양전쟁 당시 자살폭탄 공격(카미카제) 등에서 외쳤기에 오해를 살 수 있어 이 같이 변경됐다.

한편 도쿄도 경찰본부인 경시청은 전국에서 파견받은 경찰관을 포함해 2만6000여 명을 투입, 고쿄 인근을 철통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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