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규 산업부 장관 “국회 산업중기위 상임위와 하반기 국회에 설치될 상설특위서 논의”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한시 완화를 발표하는 백운규 산업부 장관과 발표장의 모습. 전기요금에 대한 첨예한 국민들의 관심을 반영하듯 발표회장은 취재진으로 인해 크게 혼잡스러웠다. 사진=안희민 기자
[데일리한국 안희민 기자] 산업통상자원부가 구간을 늘리는 방법으로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7~8월 한시적으로 완화하겠다고 발표해 주목된다.

예고없이 찾아든 사상 최악의 폭염으로 인해 큰 폭의 전기요금 지출을 우려하는 가정의 걱정을 덜었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 평가를 받았으나 전기요금의 가격 기능이 상실된 채 국가주도의 전력산업이 배태한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엔 미흡하다는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백운규 산업부 장관은 하반기 국회에서 전기요금 제도 전면 개편을 추진한다고 여지를 남겼지만 구체적인 내용이 없어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 한국, 2021년 1인당 전력소비 미국 추월 전망…전력수요 산업용 56.3%

한국의 전력소비는 빨간불이다. 한국의 1인당 전력소비가 2021년 경이면 경제규모가 한국보다 큰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이는 전력소비가 줄어드는 국제적인 추세에는 역행하는 모양새다.

박희천 인하대 교수(경제학부)는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월드에너지발란스 2017을 인용해 한국의 일인당 전력소비가 미국, 프랑스, 독일, 일본, 영국과 정반대 추세임을 밝혔다.

한국의 경우 2005~2016년 간 전력소비는 44.2% 늘어났다. 이는 연평균 3.4% 오른 수치다.

미국의 경우 같은 기간동안 6.8% 줄어들었으며 이는 연평균 0.6% 줄어든 수치다. 프랑스는 같은기간 6.8% 줄었고 연평균 0.6% 줄었다. 독일은 같은기간 3.7% 줄었고 연평균 0.4% 줄었다. 일본은 같은기간 8.5% 줄었고 연평균 1.0% 줄었다. 영국은 같은기간 20.7% 줄었고 연평균 2.1% 줄었다. 요컨대 한국만 1인당 전력소비가 늘어난 셈이다.

이러한 추세는 2021년엔 한국이 미국을 추월해 1인당 전력소비가 가장 많은 나라로 등극할 전망이다. 미국은 2021년 일인당 전력소비가 1만2353kWh일 전망인데 한국도 1만2423kWh로 서로 비슷해질 전망이다. 2016년 기준 한국의 전력소비는 1만1252kWh로 1만2754kWh를 기록한 미국 다음에 있다.

이런 이유에만 주목한다면 주택용 전기요금에 누진제를 적용하는 것이 옳다고 잘못 판단할 수 있다.

한국에서 전력소비 증가를 주도하는 분야는 교육 부분이고 일반용이 3위, 산업용 4위이며 주택용은 6위에 불과하다. 전기수요가 가장 많은 부분은 산업이며 일반, 주택이 뒤를 잇는다. 비중도 각각 56.3%, 21.9%, 13.5%로 산업용 전기수요가 월등히 앞선다.

한국전력공사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국에선 산업용 전기수요가 2017년 기준 28만5970GWh(56.3%)로 가장 많다. 일반용 11만1298GWh(21.9%), 주택용 6만8544GWh(13.5%), 농사용 1만7251GWh(3.4%), 심야 1만2811GWh(2.5%), 교육용 8316GWh(1.6%), 가로등 3557GWh(0.7%)로 뒤를 잇는다.

전기요금이 수요와 공급원칙이 적용된다면 산업용 전기요금이 가장 많이 올라야하는데 일반용이 가장 비싸다.

한전과 한은에 따르면 물가지수를 반영한 불변 전력요금은 주택용의 경우 2016년의 전력요금은 kWh당 120.4원으로 2001년의 74.6% 수준으로 떨어졌다. 일반용은 129.2원으로 82.8% 수준이며 교육용은 110.4원으로 82.4% 수준이다. 산업용은 106.1원으로 1.19배 늘어났으며, 3위 가로등과 심야는 각 112.3원, 66.8원으로 1.14배, 1.77배 늘었다. 농사용은 47.0원으로 74.8% 수준이다.

전력수요가 많은 부문의 전기요금이 상승하지 않다보니 전력수요가 엉뚱한데서 증가했다.

2001년과 비교해 2017년에 전력수요가 가장 많이 오른 곳은 교육용으로 3.15배, 2.11배이며 농사용 2.8배, 산업용 2.01배, 가로등 1.89배, 주택용 1.7배, 심야 1.06배 증가했다.

◇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7~8월 한시 완화, 정권의 생색내기?

전기수요가 가장 많은 곳은 정작 산업용이고 전기요금이 수요와 공급으로 움직이는 가격 기능을 상실한지 오래됐기 때문에 주택용 전기요금에 부과되는 누진제를 7~8월 한시적으로 완화하는 것이 ‘생색내기’가 아니냐는 비판적 시각도 만만치 않다.

게다가 누진제는 산업용, 일반용 등엔 부과되지 않고 오직 주택용에만 부과돼 불만이 팽배한 실정이다.

주택용보다 전기요금이 비싸지만 누진제가 없는 일반용 전기요금은 상가 건물들이 여름철에 문 열어놓고 영업하는 '개문냉방'을 거리낌없이 하는 것이 현실이다.

7일 정부의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한시 완화 정책을 발표하는 백운규 산업부 장관. 사진=안희민 기자

반면 주택용 전기요금을 사용하는 가정은 폭염이 와도 냉방도 제대로 못하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산업부는 누진제 완화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시행한 조사결과를 8일 공개했다.

산업부는 검침일이 7월 22~26일 사이로 7월분 전기 요금 고지서가 곧 도착할 예정인 419만 가구를 조사한 결과 전년 동월보다 전기요금을 적게 내게 된 가구가 179만 가구로 43%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46%를 차지하는 194만 가구는 0~1만원의 전기요금 상승분을 부담하게 됐으며 1만~5만원을 부담하는 가구는 42만가구로 10%를 차지했다. 5만~10만원을 부담하는 가구는 0.8%로 3만2000가구며 10만원 이상 증가한가구가 7000가구로 0.2%에 불과했다.

백 장관은 이 통계 수치를 보고 안타까움을 표하기도 했다. 그는 처음 폭염이 시작됐을 때 국민들은 처음엔 견뎠고 후에 냉방기를 가동하기 시작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문제는 산업용, 일반용 전기요금을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기획재정부와 산업부가 여전히 석탄발전을 지원한다는 사실이다.

기재부가 지난 7월 30일 발표한 2018년 세제개편 안 가운데 에너지세제엔 원자력 연료에 대한 관세, 유연탄에 대한 관세, 원자력세 등 꾸준히 학계와 시민단체가 문제를 제기해온 항목은 빠졌다.

단지 유연탄에 붙는 개별소비세를 kg당 46원으로 10원 상향 조정하고 LNG의 제세부담금을 23원으로 68.4원 줄였을 뿐이다. 이를 두고 업계는 “환경 급전 도입에 30% 성공했다”고 촌평하기도 했다.

유연탄을 사용하는 석탄발전은 미세먼지의 근원이 되고 있음에도 석탄발전을 기저부하로 유지하려는 정책은 국내외적으로 비판받고 있다.

산업부에 따르면 석탄발전소가 일으키는 미세먼지 PM 2.5 배출량은 2018년 상반기 1만1821톤이다. 2016년 상반기 1만5268톤, 2017년 상반기 1만3779톤으로 줄어드는 추세지만 석탄발전으로 인해 1만톤을 넘는 미세먼지가 대기 중에 방출된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미세먼지가 사회적 문제로 올해 상반기 한국 사회를 강타했음에도 불구하고 산업부가 석탄발전을 원전과 함께 기저부하로 지정하고 있고 기재부는 관세 등 과세 부과에 더디게 반응하는 것은 비판받아 마땅해 보인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4일 발간한 최신호에 실린 ‘인류가 기후변화와의 전쟁에서 지고 있다’는 글에서 이러한 현상을 비판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석탄발전 산업이 강력한 로비력을 갖고 있는 것도 하나의 장애요인”이라며 “석탄발전이 각국의 에너지믹스에 포함된 것이 당연한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러한 사실은 결국 한국의 전기요금이 값싸게 대규모 제조업 기업집단에 공급되기 위해 짜여져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이런 것들이 이번 산업부의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한시 완화가 가정이 부담하는 전기요금의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않고 편린만을 건드린 임시방편 조치라고 비판받는 이유다.

백운규 산업부 장관은 국회 산업중기위 상임위와 하반기 국회에 설치될 상설특위서 논의를 통해 전기요금 제도 개편이 전면적으로 논의된다고 전했다.

하반기 국회에서 진행될 논의가 민의를 제대로 수렴해 폭염과 사투를 벌이는 취약계층과 일반가정의 생존권과 생활권을 제대로 보장할수 있을지 주목된다.

완화된 누진체의 효과를 설명하고 있는 백운규 장관. 사진=안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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