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출직 최고위원 주승용·정청래·유승희 이탈… 전병헌·오영식만 남아
식물 최고위 길어지자 일각선 "이유막론하고 문 대표 책임 적지 않아"

[데일리한국 조옥희 기자]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의 리더십이 또 도마에 올랐다. 최재성 사무총장 인선을 둘러싼 당 내홍이 표면적으로는 진정 국면으로 접어든 모양새지만 당 최고위원회가 여전히 파행을 겪고 있어 여진이 계속되고 있어서다.

비록 여권발 거부권 정국에 묻혀 야당의 내홍 상황이 그다지 큰 주목을 받고 있지 않지만, 당의 최고집행기구가 이토록 오랜 기간 반쪽짜리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은 야당사에서도 거의 유례가 없는 일이다. 당 지도부가 말 그대로 '식물 최고위'로 전락하면서 문 대표 지도력에 대한 불만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현재 새정치연합은 지난 4·29 재보궐선거 참패로 촉발된 당 계파 갈등이 아물기는커녕 혁신위원회 구성과 당직 인선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확대되고 있는 모습이다. 당을 어디서부터 추스려야할지 문 대표를 비롯해 지도부가 머리를 맞대도 모자를 판이다. 그런데도 지도부는 각각 친노와 비노로 나뉘어 각을 세우기에 여념이 없고, 급기야 탈당·분당·신당창당 등의 분열의 목소리가 익숙해질 지경이다. 이런 와중에 일부 최고위원들은 당무를 거부하며 문 대표의 결단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 세정치연합 최고위는 일련의 당 내홍 과정을 거치며 주승용, 정청래, 유승희 최고위원이 차례로 이탈한 상태다. 문 대표를 제외한 정당대회를 통해 당원들의 직접 선택을 받은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전병헌·오영식 최고위원 등 두 명만이 의무를 다하고 있다. 현재는 복귀했지만 최근엔 문 대표와 함께 당 투톱인 이종걸 원내대표조차 최 사무총장 인선을 둘러싼 마찰로 당무를 거부하며 최고위를 잠시 이탈하기도 했다.

반쪽 최고위가 길어지자 지도부는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주 최고위원과 유 최고위원을 복귀시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당사자들이 완강히 고사하고 있어 해법을 찾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최 사무총장 인선에 반발해 당무를 거부하고 있는 유 최고위원은 6일 김상곤 혁신위원장을 면담하며 “이번 인선이 당헌당규를 어기고 이뤄졌고, 앞으로는 인선에서 당헌당규가 반드시 준수될 수 있도록 해달라”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최고위원은 그러면서 언론에 “혁신위의 차후 조치와 문 대표 등 지도부가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를 지켜보고 복귀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했다.

이 원내대표도 즉각 유 최고위원을 두둔하고 나섰다. 그는 “유 최고위원이 인선 절차에서 (문 대표에게) '위임'의 절차가 없었다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며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며, 문 대표에게 잘 말씀 드렸다. 유 최고위원은 당을 위해 정당한 노력을 하는 것"이라고 유 최고위원를 지지했다. 주 최고위원은 아예 최고위 복귀 의사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그는 이날 언론을 통해"나는 당무거부가 아닌 사퇴를 한 것"이라며 "복귀라는 말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 최고위원은 징계를 받아 복귀할 수 없는 처지다.

당무를 거부하는 이들은 한 목소리로 문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의 명확한 조치가 선행되어야 복귀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문 대표가 이 원내대표와 당직 인선 등과 관련 잘 소통하고 협력하겠다고 러브샷을 기울였음에도 이들 최고위원들에겐 별 효과가 없는 듯하다. 다시 말해 이들 최고위원들은 문 대표에 대한 불신이 깊어, 대표의 거듭된 약속에도 불구하고 가시적인 조치 등을 요구하며 버티고 있는 것이다.

이에 당 내에서는 문 대표의 리더십이 심각한 위기를 넘어 전혀 발휘되고 있지 못하는 지경이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지도부의 개별 행보가 정치적인 상식을 뛰어넘은 상황이 이쯤 되면, 어떤식으로든 문 대표의 책임이 적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당내에서는 문 대표가 최고위원들을 개별적으로 적극 접촉해 복귀를 종용하든가, 이래선 안 된다고 강하게 질책하든가 하는 식으로 정상화를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의 한 관계자는 “문 대표의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기품은 강점이지만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녔던 강한 정치인의 면모는 다소 부족해 보여 안타깝다”면서 “리더십은 끌려 다니는 게 아니라 이끄는 것이라는 말을 문 대표가 상기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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