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공관장 회의서 사드·AIIB 관련 정부 태도 비판 겨냥해 일침

"국익 관점 옳다 판단 땐 중심·균형감각 갖고 휘둘리지 말아야"

윤병세 외교부 장관
[데일리한국 김종민 기자]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30일 "아시아와 아태 지역은 부상하는 중국과 재균형을 하는 미국을 모두 수용할 만큼 넓다"면서 "우리의 전략적 가치를 통해 미·중 양측으로부터 러브콜을 받는 상황이 결코 골칫거리나 딜레마가 될 수 없다. 굳이 말하자면 이것은 축복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윤 장관은 이날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재외공관장 회의 개회사에서 "고난도 외교 사안의 고차방정식을 1·2차원적으로 단순하게 바라보는 태도에 너무 연연할 필요가 없다. 국익의 관점에서 우리가 옳다고 최종 판단하면 분명한 중심과 균형 감각을 갖고 휘둘리지 말고 밀고 나가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또 윤 장관은 이 자리에서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와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 문제에 대해 우리 정부가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지 못했다는 일각의 비판을 정면 겨냥해 일침을 놨다.

그는 "국내 일각에서 19세기적 또는 냉전적 사고방식으로 마치 우리나라가 여전히 고래 싸움의 새우 또는 샌드위치 신세같이 표현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이런 패배주의적, 자기비하적, 심지어 사대주의적 시각에서 우리 역량과 잠재력을 외면하는 데 대해선 의연하고 당당하게 우리 입장을 설명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고뇌가 없는 무책임한 비판에 그리 신경 쓸 필요가 없으며 뚜벅뚜벅 갈 길을 가면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종속 변수가 아니고 독립 변수"라면서 "대한민국호의 선장과 항해사, 기관사가 힘을 합쳐 나간다면 3중 파고가 아닌 6중 파고가 오더라도, 집채만 한 쓰나미가 닥쳐오더라도 뚫고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AIIB 가입에 대해 "최적의 절묘한 시점에 가입 결정을 해 모든 이해 관계자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면서 "한중일 외교장관 회의 재개, AIIB 가입 결정은 고난도 외교력이 발휘된 대표적 사례로 한일 간 역사 갈등 문제를 포함한 민감한 외교안보 문제도 이런 자세로 풀어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중일 정상회의 추진과 관련, "최근 3국 외교장관회의를 통해 모처럼 중요한 모멘텀을 만든 만큼 쇠도 뜨거울 때 두드리라는 표현대로 3국 정상회의 개최 문제도 적기에 실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개막한 올해 재외공관장 회의는 내달 4일까지 진행된다. 2005년 이후 별도 개최했던 총영사회의가 이번에는 통합됐으며 참석 대상(대사 및 총영사) 183명 가운데 175명이 이번 회의에 참석해 규모 면에서 역대 최대라고 외교부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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