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희 후보(왼쪽)과 박광온 후보(오른쪽). 사진=데일리한국 신수지 기자 sz0106@hankooki.com
7·30 재보선이 치러지는 경기 수원정(영통)은 다른 어느 지역보다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초박빙 지역으로 분류되는 곳이다. 원래 이곳은 새정치민주연합 김진표 전 의원의 지역구라서 바닥정서는 야당에 가까웠다. 하지만 야당이 공천 파동을 겪으면서 후보 선정이 늦어졌고 새누리당은 임태희 전 대통령 실장을 공천해 먼저 표밭을 갈게 했다. 여기에 야권은 새정치연합 박광온 후보와 정의당 천호선 후보 등으로 표심이 갈려 공식선거운동 기간에 들어갈 때만 해도 새누리당 임 후보의 우세로 출발했다. 하지만 사전투표일 직전 천 후보가 사퇴하고 박 후보로 후보단일화가 이뤄지면서 양상은 또다시 바뀌었다. 여야 모두 ‘박빙 우세’ 지역으로 꼽을 정도로 살얼음판 득표전이 마지막까지 이어지고 있다.

28일 막바지 표심 잡기에 나선 두 후보의 사무소를 찾아갔다. 두 후보는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데, 외벽에는 ‘100% 뛰는 경제, 그래서 임태희’라고 쓰인 현수막이 크게 붙어있고, 반대편에는 ‘박광온이 곧 김진표입니다. 야권단일후보 박광온’이라는 글귀가 큼지막하게 쓰여 있다. 임 후보는 3선 의원에 이명박 정부 고용노동부 장관과 대통령실장까지 이르는 화려한 경력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고 박 후보는 MBC 보도국장과 당 대변인을 거치며 쌓은 이미지에다 야권연대를 역시 주무기로 앞세웠다.

임태희 후보 사무소에 붙어있는 긴급공지문.
임 후보는 이날 아침 출근길 인사에 나선 이후 주민센터 문화교실과 매탄동의 경로당을 잇따라 방문했다. 임 후보 측은 선거 양상이 초박빙 경합 상황으로 흐르자 27일부터는 아예 선거사무소를 잠정 폐쇄하고 선거 관련 봉사자 대부분을 현장에 투입해 막판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임 후보는 활동하기 편한 베이지색 면바지를 입고 주민들을 찾아 연신 “임태희입니다”를 말하고 고개 숙였다. 중견 정치인답게 구구절절 공약 소개나 야당에 대한 공세를 취하기 보다 이름만을 알리며 한표를 호소하는 전략이다. 한 주민은 먼저 다가와 “투표 때 후보님을 찍었다”며 반가워했다. 임 후보는 “선거운동부터 무소음·무동원·무비방 원칙을 지키고 있다”고 밝혔다. 이명박 정부의 대통령 실장 경력에 대한 비판적 시각에 대해서는 “야당의 정치 공세이기 때문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임 후보는 기자가 야권의 후보단일화에 대한 판세 변화를 묻자 “주민들이 (단일화가) 투표 결과에 큰 영향이 있다고 보지는 않는 것 같다”면서 “야당 측이 국민을 핑계로 한국 정치 전체를 불신의 늪에 빠져들게 하는 구태정치를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같은 날 새정치연합 박광온 후보도 막판 표 모으기에 힘을 쏟았다. 출근길 지역민들에 인사를 건네며 하루를 시작한 박 후보는 이날 광교 지역 일대와 매탄3동 일대를 도는 게릴라 유세에 집중했다. 박 후보는 주민 한 명, 한 명을 향해 손을 내밀면서 임 후보에 비해 시간을 조금 더 할애하며 자신을 차분히 소개했다. 아무래도 임 후보에 비해 인지도가 낮은 점을 만회하기 위한 전략이다. 일부 주민들은 앵커 출신인 박 후보에게 “TV에서 접한 익숙한 얼굴이다. 앵커 양반 열심히 하세요”라고 지지를 보냈다. 박 후보는 야권후보 단일화에 무게를 뒀다. 그는 “이번 단일화가 단순한 지지율 합산 이상의 의미가 있다”면서 “이 지역 유권자들의 연령대가 젊어 정치적 의식이 선진화되어 있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박 후보는 그러면서 “4대강 문제 등 과거 정치 시스템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위치에 있는 분이 상대편 후보로 나왔다”면서 임 후보에게 날을 세우기도 했다. 한편 정의당 천호선 대표도 후보 사퇴 이후 박 후보와 동반 유세에 나서는 등 주민들에게 야권연대를 강조하는데 역점을 뒀다.

이곳은 두 후보 외에도 통합진보당 김식 후보와 노동당 정진우 후보가 이변을 기대하며 뛰고 있다. 통진당 김 후보는 한때 같은 당 다른 후보들과 함께 야권후보 단일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폈으나 새정치연합에서 당대당 연대는 없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각자 위치에서 득표전을 벌이고 있다. 지지율 면에서는 여야 후보에 비해 뒤떨어지는 편이지만 얼마간의 표라도 가져간다고 볼 때, 임태희-박광온 후보의 표대결이 초박빙 접전으로 흐를 경우 이들이 얻은 득표가 당락을 가르는 변수가 될 수도 있다.

유권자들을 만나기 위해 매탄동 경로당을 찾은 임태희 후보.

새누리당 임태희 후보와 새정치연합 박광온 후보는 선거를 하루 앞둔 29일에는 그야말로 24시간 호소전을 목표로 삼고 수원 영통 전역을 누비며 마지막 한표를 위해 주민들에게 연신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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