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지하 암반에 물 입출로 지열 얻는 EGS, 미세지진 일으켜
프랑스 솔트 지열발전소, 입수공 1개당 출수공 2개 뚫어 지진 해결
시추공 뚫고 물 주입-증기 회수 과정보다 지질학적 스트레스가 원인

프랑스 솔트 지열발전소. 사진=구글 어쓰 제공

[데일리한국 안희민 기자] “포항 지진이 지열발전소 때문이라는 가설이 제기됐습니다.”

뜬금없는 뉴스였다. 2017년 11월 15일 포항뿐만 아니라 전국을 지진공포의 도가니로 만든 진도 5.4의 포항지진의 원인이 지열발전소라니...

‘가설’을 전제로 문제를 제기한 전문가들은 지열발전소가 땅속에 넣은 물이 단층을 깨는 윤활유 역할을 해서 지진이 일어났다는 진단을 내놓았다.

포항 지진이 발생했던 당시 이진한 고려대학교 지질학과 교수는 모 방송매체에 출연해 “포항지진의 진앙과 지열발전소를 건설하는 곳은 2km 정도 떨어져 있다. 저희 연구진이 걱정하면서 ‘정부에 얘기를 해야 하지 않느냐, 이런 위험성은 좀 검토를 해야 되겠다’고 하는 와중에 지금 이 지진이 난 것”이라며 “저희는 거기에서 지진이 날 것이라고, 상당히 위험하다고 봤는데 거기에서 5.4의 지진이 났다는 것은 우연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일반 독자에겐 생소하다. 땅의 열을 이용한 발전방식이 지열발전임은 알겠는데 물을 넣는 건 또 무언가? 포항이 어떤 지형인데 지열발전소가 들어섰는지? 지진과 지열발전소와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이 글의 주제인 프랑스 솔트 지열발전소와 독일 란다우 지열발전소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 궁금하다. 매듭을 어디서부터 풀어야할까?

프랑스 솔트지열발전소. 붉은 원안에서 시추공이 보인다. 사진=구글 어쓰 제공

 

◇한국 포항-프랑스 솔트-독일 란다우 지열발전소는 세쌍둥이

지열발전소는 현재 기술 수준에서 유일하게 기저부하로 이용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다.

땅속의 열은 사시사철 변하지 않는 항온이기 때문에 이용할 수 있다면 멈추지 않고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이 점이 지열발전의 매력이다.

지열 발전은 땅 속에서 분출하는 뜨거운 물(열수)를 이용하는 방법과 인위적으로 물을 주입해 지열로 데운 후 빼내 발전에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물 대신 가스를 쓰는 방법도 있다.

별도로 물을 집어 넣지 않고 온천을 이용하면 가장 좋다. 특별한 장치 없이 단지 땅에서 나오는 뜨거운 물을 전기로 바꾸는 증기터빈과 발전시설만 있으면 되기 때문이다. 아이슬란드의 블루라군이 대표적인 예이다. 화산 지대인 아이슬란드 사람들은 블루라군에서 용출되는 온천을 이용해 발전도하고 온천욕도 즐긴다.

문제는 온천의 혜택을 보는 나라가 소수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인공지열저류층생성기술(EGS)라는 방식과 바이너리 방식의 지열발전기술을 개발했다.

EGS는 땅 속에 뜨거운 암반에 물을 인공적으로 집어넣어 데운 후 빼내 발전에 이용하는 방식이고 바이너리는 물 대신 프로판, 암모니아, 펜탄 등 낮은 온도에서도 기화하는 기체를 물 대신 사용하는 지열발전이다. 방식은 EGS와 같다. 저온 지열발전의 대표적인 방식이다. 알라스카에 설치도 있다.

프랑스 솔트수포레에 위치한 솔트 지열발전소와 독일 란다우인데르프라츠의 란다우 지열발전소는 EGS의 대표적인 발전소다.

프랑스 솔트수포레와 독일 란다우인데르프라츠는 라인강을 따라 늘어선 도시다. 지표는 프랑스와 독일로 나눠 있지만 땅 속은 성상이 같다. 지표 깊숙한 곳으로부터 올라온 마그마 등으로 데워진 암반이 있다. 이곳이 라인지구대인데 EGS는 땅밑 뜨거운 암반까지 구멍을 뚫어 물을 넣은 후 암반에서 뜨겁게 달궈 증기상태로 뽑아 올려 터빈을 사용해 발전하는 방식이다.

라인지구대는 4500만 년 전부터 활동하기 시작한 비교적 젊은 단층대다. 독일의 란다우 프로젝트는 2004년 시작했으며 지열수의 온도는 155℃이며 발전용량은 2.9M다. 프랑스의 솔트 지열발전소는 이보다 적은 1.5MW급이다.

포항의 지열발전소도 EGS 방식을 사용한다. 포항의 지하는 라인지구대처럼 마그마 등으로 뜨겁게 달궈진 암반이 존재한다. 깊이 4.3km의 시추공을 두 개 뚫고 두 시추공을 연결해 물 삽입과 증기의 용출이 가능하게 만들었다.

포항 지열발전소는 1MW급 프로젝트다. 2010년 시작된 이 사업은 2012년 포항 북구 흥해읍 남송리에 착공해 직경 20cm, 깊이 4.3km 시추공 두 개를 확보하고 2개 시추공 사이로 물이 흐를 수 있도록 수리자극 과정을 앞두고 9월 18일 공사를 중단한 상태다.

이미 2015년에 1단계 사업을 마무리하며 지하 3km를 시추해 온도가 100℃ 가량인 사실을 확인했다. 현재는 2단계 사업을 진행하며 시추공을 확보한 상태다. 향후 1MW급 EGS 방식의 지열발전소를 지을 계획이다.

포항은 한반도의 다른 지역과 달리 신생대에 생겨난 지형이다. 젊은 지형이기 때문에 지하에 마그마와 닿은 지하수충이나 암반층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의 다른 지역에선 지하 1km 아래로 내려가면 온도가 25℃ 올라가지만 포항에선 35℃까지 오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기술적으로 개발이 가능한 한국의 EGS 발전량은 19.6MW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스위스 바젤시의 지진 관측기. 바젤에선 잦은 지진으로 지열발전소 건설이 중단됐다. 사진=Nicholas Deichmann and Domenico Giardini, “Earthquakes Induced by the Stimulation of an Enhanced Geothermal System below Basel(Switzerland)”, Seismological Research Letters 80(5) pp784~798, September/October 2009 제공

 

◇프랑스 솔트 지열발전소, 물 회수공 두 곳 뚫어 미세지진 줄여

EGS 방식의 프랑스의 솔트 지열발전소 프로젝트의 원래 이름은 Hot Dry Rock(HDR)이다. 이름에서 지하의 달궈진 뜨거운 바위를 이용함을 단번에 알 수 있다. 2001년에 EGS, 즉 Enhanced Geothermal System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프랑스 솔트 지열발전소는 솔트수포레와 쿠젠하우젠 사이에 위치해 있다. 500m 간격으로 시추공 5개를 뚤었다. EPS1 시추공은 2.2km의 깊이며 GPK1 3.6km, GPK2와 GPK3 5.1km, GPK4 5.260km 깊이다.

이 가운데 GPK1과 GPK3는 물을 짚어 넣는 곳이다. GPK2와 GPK4는 물을 회수하는 곳이다.

이들 지하엔 마그마 등으로 데워진 화강암 암반층이 자리 잡고 있다. 단단한 화강암 층은 퇴적암 혹은 퇴적층 속에 있다. 화강암까지 여러 개의 시추공을 뚫고 한쪽 시추공에선 물을 주입하고 다른 시추공에서 물을 뽑아낸다. 물을 주입하는 과정에서 물이 지층에 자극을 주는데 이를 ‘수리자극’이라고 한다.

물을 삽입하는 GPK1엔 부식시험시설, 재주입 펌프, 필터 등이 지상에 설치돼 있다. GPK1 지하엔 물을 끌어올리기 위한 생산 펌프가 자리잡고 있다. GPK2엔 열 교환기와 전처리 필터가 지상에 설치돼 있다. GPK1과 GPK2 사이엔 저수지가 있다. 저수지 인근엔 냉각 펌프가 있다.

GPK1에서 삽입된 물의 온도는 65℃ 가량이다. 삽입된 물은 열기를 품은 화강암 암반층에 도달한다. 삽입된 물이 최초로 만나는 화강암 암반층은 지하 2.8km~3.5km에 있다. 이 암반층은 GPK1와 GPK2의 지하에 존재하는데 GPK2의 지하엔 3.2km~3.6km로 더 깊어진다. GPK1의 삽입구와 GPK2의 용출구 사이 거리는 450m다. 이 암반층을 통과한 물은 용출될 때 142℃의 온도를 지닌 증기로 변한다.

142℃의 증기는 지열발전에 경제성 있는 온도는 아니지만 5km까지 파고 들어갈 때 200℃의 물을 회수할 수 있다는 희망을 안겨줬다. GPK1,2에서의 실험을 통해 다량의 뜨거운 염분을 포함한 증기가 일정한 온도로 안정적으로 회수되는 사실을 발견했다. 처음 실험에서 증기는 주입된 양의 30%에 불과했다.

처음엔 어느 정도 압력의 수리 자극이 충분한지도 몰랐다. 과학자들은 실험을 거듭한 끝에 0.8MPa의 압력이면 주입된 물이 지하 지층과 암반을 깎아 내지 않고 증기로 회수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프랑스 솔트 지열발전소는 GPK1, 2의 실험이 끝난 후 GPK3와 GPK4를 추가로 시추했다. GPK3,4는 각각 5.1km, 5.26km의 깊이를 가져 200℃ 온도의 물 회수가 가능하다는 추론을 이끌어냈다. 물은 GPK3에서 주입됐고, GPK2와 GPK4에서 회수됐다.

프랑스 솔트 지열발전소가 GPK2,3,4를 추가로 진행한 이유는 열수 회수 외 또 있다. 바로 인공지진에 대응하기 위함이다.

최초 GPK1, 2 실험을 진행했을 때 땅속에서 미세한 떨림, 미세지진이 감지됐다. 주입된 물이 주변 지형을 적셔 연약지반을 만들기도 했고 암반을 의도치 않게 침식했기 때문이다.

GPK1,2와 달리 GPK2,3,4 실험은 GPK3에서 삽입한 물을 GPK2,3 두 곳에서 회수했기 때문에 미세지진 발생이 현저히 줄어든 사실을 발견했다.

 

시추공에 물 주입과 지열로 따뜻해진 물의 회수. 그림=Andre Gerad et al., “The deep EGS(Enhanced Geothermal System) project at Soultz-sous-Forets(Alsace, France)”, Geothermics 35 pp473~483, 2006

 

◇스위스 바젤 지열 발전소, 수리자극으로 인한 지진 진도 2.7~3.4 가량

EGS 지열 발전소가 일으키는 수리자극은 미세지진의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스위스 바젤의 EGS 지열발전소가 일으키는 미세지진이 대표적인 예다.

스위스 바젤에선 민간 혹은 공공 주도의 EGS 지열발전소가 수 개 있다. 2006년 12월 2~8일 사이 총 1만1500㎥의 물이 클라인위닝겐 지하 5km 깊이의 입수공에 높은 압력으로 주입됐다.

이 곳엔 총 6개의 시추공이 있고 지하 0.317~2.740km 깊이에 정밀한 센서가 심어져 있다. 입수공에 물이 주입되는 단계에서 1만500개의 미세지진(seismic events)이 감지됐다. 미세지진은 분명 입수공의 물 주입과 관계가 있었다. 물 흐름을 증가시키거나 입수공의 압력을 증가시킬때마다 미세지진이 점차 증가했다.

물 주입이 끝난 12월 8일 아침, 29.6MPa의 압력으로 초당 50리터의 물이 주입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날 저녁 규모 각각 2.7와 3.4의 지진이 두 번 발생했다.

다음날 입수공을 열어 주입된 물의 3분의 1을 회수하자 미세지진이 일어나는 빈도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그로부터 향후 2년간 산발적인 미세지진이 발생했다.

바젤 지역 지열 발전소의 수리자극을 인한 지진은 1~3초 간 진행되고 종종 ‘빵’하는 폭음이 동반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바젤 시민들에게 불안감을 안겨주기 충분했다. 목재로 만든 건축기자재가 금이 가고 창문과 문이 삐걱대는 소리가 날 정도로 어긋났다. 바젤의 수백개의 빌딩에서 머리카락 굵기의 미세 갈라짐 현상과 경첩 등 연결부위의 페인트가 손상되는 일이 발생했다.

과학자들은 바젤 사례를 연구 결과 물 주입이 정지된 후 2개월 후 강한 미세지진이 올 수 있으며 수압으로 인한 지반 파쇄보다 화강암 열원이나 지하수 등 지열 발전을 가능케하는 저장지(reservoir)를 자극한데서 지진이 발생했다고 결론 내렸다. 요컨대 물 주입보다는 주위의 지질학적인 스트레스(ambient tectonic stress)가 미세지진의 원인이 되는 셈이다.

 

포항지열발전소의 모습. 사진=넥스지오 제공

 

◇포항지진, 지열발전소 보다 일본 열도 지진에서 온 지질학적 스트레스 탓

포항지진의 원인을 두고 한동안 논란이 일고 있다.

일단 경북 포항지열발전소 건설사업을 주관하는 ㈜넥스지오는 포항지진과 지열발전사업의 상관성을 부인했다.

넥스지오는 2017년 11월 16일 보도자료에서 “포항지열발전 현장은 지열수 순환 설비 설치를 앞두고 지난 9월 18일 작업이 중지됐으며 지열정을 압력 개방한 상태다”며 “현장 작업이 중단되고 2개월이 지나 갑작스레 발생한 이번 포항지진은 포항지열발전 현장 때문에 유발된 지진이 아니다”고 밝혔다.

넥스지오는 “작업을 멈춘 두 달간 연구단이 현장주변에 설치한 정밀지진 관측시스템에서도 단 한차례도 뚜렷한 지진활동이 관측된 바가 없다”며 “어느 연구나 자료에도 시추공 설치로 지진이 발생했다는 보고가 나온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넥스지오는 “포항 지열발전 현장에 설치된 지열정은 약 20㎝ 직경, 4.3㎞ 깊이의 2개 시추공으로 이번 포항지진과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단층과 무관한 위치에 설치돼 있다”고 주장했다.

넥스지오의 주장과 별개로 프랑스 솔트 지열발전소와 스위스 바젤의 사례를 보아 포항 지열발전소가 지진의 직접적인 영향을 줬다고 결론내기 어려워 보인다.

과학적인 연구는 △지진의 원인이 지질학적인 스트레스에 기반하고 △입수공과 출수공 시추, 물 주입과 증기 회수 과정에서 발생한 지진이 규모 2.7~3.4이며 △증기를 회수하는 출수공이 하나일 때 보다 두 개일 때 미세지진이 현저히 줄었다고 보고하고 있다.

포항지진은 지진 규모가 5.4와 4.6에 이르고 진도 2.0의 여진이 수 십 차례 발생한 점을 감안한다면 포항 지열발전소가 포항지진의 직 접적인 원인이라기보다 동일본 대지진과 규수 대지진으로 인해 한반도가 영향을 받은 것이라는 추론이 힘 있어 보인다.

다만 포항 지열발전소가 확보한 입수공에 물을 집어넣고 증기를 회수하는 과정에서 미세지진이 날 수 있으며 이를 예방하기 위해선 다수의 출수공을 확보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포항지진의 원인과 양상에 대한 분석이 한창 진행 중이다. 포항 지열발전소가 직접 영향이 있는지 아직 결론나지 않았다. 분명한 건 포항 지진과 포항 지열발전소의 연관성이 논란이 됐다는 점은 한국 과학사에 남을 일이라는 점이다.

* 이 글은 석유관리원이 발간하는 계간지 <k페트로> 2017년 겨울호에 실린 글입니다. 석유관리원의 양해 아래 게재됐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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