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주현태 기자
[데일리한국 주현태 기자] 항공업계가 필리핀·중국발 환승객 수요가 줄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최근 정부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이유로 환승객에게까지 유전자 증폭(PCR) 검사 음성확인서 제출 의무화를 요구하면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은 최근 필리핀 및 중국발 환승 요건 완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 건의서를 국토교통부에 제출했다.

앞서 정부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7월 20일부터 최근 14일 이내 필리핀, 우즈베키스탄, 파키스탄, 키르기즈스탄, 카자흐스탄, 방글라데시에서 출발한 승객 대상으로 한국에 입국하거나 환승할 경우 재외공관이 지정한 해당국 의료기관에서 발급한 코로나19 PCR 검사 음성확인서 제출을 요구하고 있다.

문제는 이와 같은 조치가 한국 입국 승객 뿐 아니라 환승객까지 적용되고 있다. 이에 국적 항공사들의 환승 수요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국적항공사들이 직항노선을 운영하는 필리핀 노선의 경우 그 피해가 크다.

실제로 대한항공의 경우 PCR검사 음성확인서 제출 의무화 직전인 7월 19일부터 필리핀~인천 노선의 예약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코로나19 이후에도 필리핀~인천 노선의 탑승객이 편당 200여명 이상이었지만, 음성확인서 제출 의무화 이후 30~40여명에 불과한 상황이다.

필리핀에서 PCR 검사를 받기 위해서는 4000~7000페소(80~140달러)의 비용이 든다. 현지 대졸 초임 연봉이 2만페소 수준임을 감안할 때 상당한 비용이다. 게다가 진단까지 최대 7일까지 걸리기 때문에 대한민국의 검역 기준인 48시간 이내에 발급된 증명서를 확보하기도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업계에선 환승객들에게 계속 PCR검사 음성확인서를 요구할 경우, 줄어든 환승 수요가 고스란히 인접 국가로 흡수되고, 포스트 코로나19 이후의 환승 경쟁력까지 훼손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자사를 탑승하고자 했던 환승 수요들이 에티하드항공, ANA항공, 싱가포르항공, 캐세이퍼시픽항공 등 미주행 항공편을 운항하는 경쟁 항공사들에게 흡수되고 있다. 이들 항공사들은 환승 승객들에게 PCR검사 음성확인서를 받지 않고 있다.

중국 환승객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비자를 받지 않고 유럽 등으로 가고자 하는 중국인들의 경우 무비자가 가능한 인근 허브 공항을 이용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2월 중국 국적자가 중국을 출발해 제 3국으로 이동할 경우, 인천공항에서 무비자 단순 환승을 불가능하도록 규정했다. 이에 2월부터 중국 국적자가 중국을 출발해 인천공항을 환승해 유럽 등 제3국으로 갈 경우 비자가 없으면 환승 자체를 하지 못하도록 해왔다.

다만 중국은 지난 2월과 달리 코로나19 안정화 추세에 들어섰다. 7월 들어 신규 확진자는 두 자릿수 수준에 불과하다.

업계에선 중국 국적 승객들이 인천공항을 통해 환승하는 수요의 비중은 상당한 편인만큼 중국발 환승객 유치를 위해서라도 조치 완화가 시급하다고 보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사들은 출발 시 사전 발열체크 및 마스크 착용 의무화 등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한 철저한 대비책을 시행하고 있다”며 “인천공항을 환승하는 승객만이라도 PCR 음성진단서 제출을 면제해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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