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조가 지난달 22일 울산 북구 현대차 문화회관에서 임시 대의원대회를 개최했다. 사진=현대차 노조 제공
[데일리한국 박현영 기자] 코로나 팬데믹이 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가운데, 국내 완성차 업계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을 앞두고 있다. 현대·기아자동차, 한국지엠 노동조합은 코로나19로 인한 실적악화에도 기본금 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어 사측과의 갈등이 예상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전국금속노동조합 산하 현대자동차지부, 기아자동차지부, 한국지엠지부는 금속노조의 올해 임금인상 공동요구안을 받아 12만304원의 기본급 인상을 사측에 요구하기로 했다.

현대차 노조는 기본급 월 12만304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지난해 당기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등을 골자로 하는 요구안을 사측에 제시했다.

또한 연간 174만대 가량의 국내공장 생산량 유지, 해외공장 추가 생산 가능 물량의 국내 이전, 고용안정 기금 마련, 완전 고용 보장을 위한 노사 사회적 합의, 정년 퇴직자를 단기 고용해 활용하는 시니어 촉탁 제도 연장 확대 등의 내용도 요구안에 담겼다.

기아차 노조도 기본급 12만304원 인상과 전년도 영업이익의 30% 성과급 지급을 골자로 하는 요구안을 확정했다. 한국지엠 노조 역시 기본급 월 12만304원 인상에 통상임금의 400% 성과금에 추가로 600만원 지급을 요구했다. 르노삼성 노조도 기본급 7만1687만원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쌍용차 노조는 회사의 위기 상황 극복과 경영 정상화에 공감하고 임단협을 조기에 마무리 지었다. 앞서 현대차 노조도 지난 4월 자발적으로 올해 임금을 동결하는 대신 고용 보장 방안을 검토하자는 입장을 소식지 등을 통해 밝혔지만, 결국 임금 인상으로 태도를 바꿨다.

업계 한 노조 관계자는 “생활 임금 보장과 노동소득 분배 구조 개선을 위해 임금인상을 요구했다”며 “민노총 금속노조 임금인상 지침에 따라 요구안을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측은 이같은 노조의 요구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코로나19 여파로 실적에 타격을 받았으며, 글로벌 수요 수축 등으로 올 하반기에도 실적 악화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올해 2분기 연결기준 실적이 매출액 21조8590억원, 영업이익 5903억원, 당기순이익 377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액은 18.9%, 영업이익 52.3%, 당기순이익은 62.2% 각각 급감한 수치다.

기아차도 올해 2분기 매출액 11조3688억원(-21.6%), 영업이익 1451억원(-72.8%), 당기순이익 1263억원(-75%)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2분기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현대기아차를 합치면 지난해 상반기 대비 총 1조359억원의 영업이익이 증발했다.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차도 올 상반기 판매실적이 지난해에 비해 각각 28.2%, 21.2% 줄어들어 실적악화가 심각한 상황이다.

업계관계자는 “완성차 노조의 임금인상과 성과급 지급 요구는 사측에서 감당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라며 “코로나19로 인해 감소한 실적이 언제 회복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고정비 부담을 불러오는 임금인상은 사측에 어려움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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