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정몽구 회장의 수소차 개발 지시 20년 만에 '낭보' 잇따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현대차가 세계최초로 양산형 수소전기차(투싼ix35)를 발표한 것은 2013년이지만, 이보다 훨씬전부터 정몽구 회장은 환경규제가 가장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진 덴마크, 노르웨이 등 북유럽에서 이미 수소차 기술력을 알리는데 집중했다.

특히 덴마크 등에선 현지 정부 관계자들과 함께 직접 정 회장이 수소차를 시승하며 적극적으로 현대차 기술력을 알리는데 공을 들였다는 후문이다.

당시 현지 관계자들도 거의 완성 단계였던 현대 수소차에 대해 만족감을 표시했고,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맺어 2011년초 '현대차-북유럽 4개국간 수소연료전지차 시범보급 MOU'까지 이어졌다. 정 회장의 수소차에 대한 뚝심경영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그로부터 7년여가 흘러 이제는 현대차가 프랑스, 독일 등 유럽연합의 핵심축이자 자동차 강대국으로 평가받는 주요 나라에 수소차를 상당수 수출할 계획까지 세웠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번 문재인 대통령의 프랑스 방문기간 중 2025년까지 수소차 5000대를 현지에 수출한다는 방침을 공식적으로 밝힌바 있는 현대차는 독일과 북유럽 국가에도 향후 1만대 전후 수출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이날 "독일은 프랑스와 함께 EU를 이끄는 국가 중 하나로, 현대차가 수소차를 보급할 경우 상징적인 의미를 지닐 수 있다"면서 "친환경차에 대한 관심이 높은 노르웨이 등 북유럽 국가도 현대차의 수소차 보급 타깃 국가 가운데 하나"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수소차 생산라인에서 만들어 낼 수 있는 물량이 한정된 만큼 이들 국가에는 약 1만대 이하의 차량이 수출될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관련해선 올 연말이나 내년 상반기 중 발표가 되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와관련 현대차 관계자는 "프랑스외 다른 국가에 수소차를 수출할 지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확정된 바 없다"면서도 "인프라 및 해당 국가와 연관성 등을 중심으로 (수소차) 수출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하성용 신한대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정 회장이 가진 수소차에 대한 관심이 성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면서 "높은 연구비용이 수반돼야 한다는 점 때문에 수소차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많지만, 결국 세계 자동차 시장은 '헤게모니(주도권) 싸움'이기 때문에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이 싸움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해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문학훈 오산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수소차에 대한 정 회장의 결단이 없었더라면 지금의 넥쏘는 없었을 것”이라면서 “단순 '현대차'이기 때문에 지원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국가 경제라는 시각에서 접근, 정부가 보조금 정책과 함께 수소충전소 인프라 확충을 위한 규정 등을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수소차는 전기차와 달리 초고기술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쉽게 (경쟁 업체가) 따라오기는 힘들 것”고 전제한뒤 “아직 제대로 된 시장이 형성되지는 않았지만, 현대차가 20년간 수소차에 집중 투자해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갖게 된 데 대한 긍정적인 결과가 도출되리라 기대된다”고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현대자동차의 수소연료전기자동차(FCEV) '넥쏘'. 사진=현대차 제공

전문가들은 현대차가 대단위 일괄 생산체제를 공격적으로 구축한 데 대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 수소차의 대중화를 통해 관련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매킨지는 지난달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제3차 수소위원회 총회'에서 발표한 연구보고서를 통해 2030년까지 전 세계 수소 수요가 500만∼700만톤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 2050년엔 수소차가 모든 차급으로 확대돼 승용차 4억대, 트럭 1500만~2000만대, 버스 500만대 등이 보급될 것으로 예상했다.

일본은 2020년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수소 사회로 진입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세계에서 가장 빨리 수소 산업을 확장하겠다는 계획으로, 올림픽 전에 수소차 6000대를 보급하고 수소충전소도 35기를 짓기로 했다. 관련법을 개정해 수소차 보급과 상용화를 위한 기반도 조성하기로 했다.

중국도 수소차 보급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해 세계 최대 규모의 수소 버스 생산기지를 완공한 데 이어 2025년까지 수소차를 5만대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수소충전소 300기도 보급하는 등 인프라 확충에도 주력하기로 했다.

유럽도 수소차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독일은 2023년까지 수소차 50만대를 보급하고 수소충전소 400기를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영국은 2030년까지 수소차 160만대 보급, 수소충전소 1150기 보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프랑스는 2030년까지 수소차 80만대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울러 미국은 2050년까지 자국 내 자동차의 27%를 수소차로 보급하고, 수소충전소 100기가 구축될 때까지 매년 관련 사업에 최대 2000만달러(225억4600만원)를 투자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문제는 높은 기술력에도 불구, 정부 지원이 뒷받침되지 않는 우리나라다. 정부는 2015년 12월 환경친화적자동차 보급 계획을 발표하면서 2020년까지 수소차 9000대, 수소충전소 80기를 목표로 세웠지만, 지지부진한 지원에 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수소충전소도 정부가 애초 계획했던 15곳에 불과하다. 연구용을 제외하면 8곳이 전부다.

지원금 예산도 부족하다. 넥쏘는 출시된 이후 누적 계약 대수 2700대를 돌파했지만, 실제 도로를 달리는 차량은 300여대에 불과하다. 예산이 부족해 1년에 700여대를 지원하는 수준에 그쳐 구매가 제한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이 같은 현실을 고려 2022년까지 2조6000억원을 투자해 수소차 1만6000대를 보급하기로 했다. 수소충전소도 310곳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독일 오펜바흐에 있는 현대차 유럽법인(HME)에 설치된 수 소충전소. 하루 30여대 차량에 수소를 공급할 수 있다. 사진=현대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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