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월당 ‘독일어 대본+한국어 번역본’ 묶은 대본집 출간

풍월당이 독일어 대본과 우리말 번역본을 한권에 묶은 바그너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 대본집을 펴냈다. 사진=풍월당
[데일리한국 민병무 기자] 리하르트 바그너(1813~1883)의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는 일반인에게 넘사벽이다. 러닝타임만 무려 4시간이다. 옴짝달싹 못하고 긴 시간을 버텨야 한다. 원래는 5시간으로 표시되어 있지만 음악 기술이 좋아지고 청중의 인내심이 줄어든 오늘날엔 4시간 안쪽으로 연주된다. 3~4분짜리 대중음악을 즐겨 듣는 사람들에게 작품 보기를 권하는 것은 고문에 가깝다.

성악가들과 제작진들로 마찬가지다. 빈 오페라 같은 톱클래스 오페라단도 77번의 연습을 거쳤지만 결국 무대에 올리는 것을 포기했다. 마지막에 독일 바이에른 국왕 루트비히 2세가 개입해서야 비로소 공연을 할 수 있었다. 열렬한 바그너 지지자였던 그는 명령을 발동했다. 엄청난 돈을 들여 각지에서 지휘자와 가수를 불러 모아 겨우 무대에 올렸다. 1865년 6월 뮌헨의 궁정극장에서 초연됐다.

하지만 단언한다. 바그너가 만들어 놓은 이 웅대한 음악을 감상하는 것은 색다른 경험이다. 엄청난 충격이다. 다만 바그너 음악은 처음 들을 때부터 귓가에 속삭이는 소프트 음악은 아니어서 진입장벽이 있다. 더구나 이탈리아어도 아닌 딱딱한 독일어 가사가 있는 오페라는 진입장벽이 더 높다.

그래서 풍월당이 독일어 대본과 우리말 번역본을 한권에 묶은 ‘트리스탄과 이졸데’(384쪽·2만2000원)를 펴냈다. 바그너가 직접 쓴 대본을 안인희가 번역하고 해설했다. 이 책은 특별한 음악의 마법에 빠지게 하는 중간단계, 즉 온전히 음악으로 넘어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내용 이해의 단계를 돕는 친구다.

사랑과 간통을 다룬 ‘트리스탄과 이졸데’는 바그너 작품 중에서도 가장 섬세한 심리 관찰을 포함하고 있다. 또한 심오한 문학과 철학의 측면을 동시에 가지고 있어 다소 어려운 작품이다. 조금 번거롭고 힘들어도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대본과 음악을 이해한다면 낭만파 음악 이후의 현대음악에 성큼 다가서는 것이기도 하니 한번 해볼 만한 도전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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