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달진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관장…‘아카이브10년’전시, 11월 29~2019년 4월 20일

아키비스트 김달진(金達鎭) 관장은 “48년 동안 미술자료를 수집해 오고 있는데 나에게는 인생전부”라고 말했다. <사진=권동철>
한국 근현대사 미술자료를 열정과 사명감으로 수집해 오고 있는 김달진 관장의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아카이브10년’전(展)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 11월 29일 오픈해 2019년 4월 20일까지 단행본ㆍ잡지ㆍ육필원고ㆍ사진 등 아카이브 70여점을 선보이며 전시 중이다. 아카이브시스템이 국가문화수준의 경쟁력이 되는 오늘날의 세계 패러다임 선상에서 이번 전시는 여러 모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창문으로 겨울햇살이 유난히 맑게 스며드는 오후였다. 서울 종로구 홍지동, 관장실 벽면엔 한국근현대미술사 주요작가 350여명의 기사와 작품이미지 등을 꼼꼼하게 스크랩해 놓은 자료가 빼곡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김 관장은 중학교 때부터 주부생활, 여원 등 여성잡지에 모나리자, 르누아르, 피카소그림 등이 소개되는 지면을 오려 모으기 시작했다. 1970년대 청계천 헌책방을 드나들며 서양미술전집과 화집을 사 모았는데 고등학교 3학년 때인 1972년 인생의 전환점이 되는 전시를 만나게 된다. 바로 ‘한국근대미술 60년’전(展)이다.

“우리나라 근대미술이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등을 지나면서 제대로 파악되지 않았는데 당시 국가차원에서 문화공보부가 주최한 전시로 1900~1960년 주요작품을 모아서 경복궁미술관에서 한 달간 열렸었죠. 그 전시를 본 후 서양의 명화를 모으다가 우리나라근대미술자료를 모아야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입니다. 지금도 그때 전시회 팸플릿, 입장권 2종, 신문 스크랩북, 감사패, 보도 자료를 가지고 있습니다.”

(왼쪽)조선아동화담=이시이 다미지(石井民司), 1891. 구한말 조선아이들의 놀이와 풍속을 다루었다. 기산 김준근의 칼라삽화 10점이 수록되어 있고 ‘조선국왕 초상’, ‘숭례문의 진경’ 등 펜화도 삽입되어 있다. (오른쪽)△심전화보=1920~30년대, 26×18㎝, 24쪽. 구한말 서화가 심전 안중식(心田 安中植, 1861~1919)이 작품을 모은 도록이다.
아카이브 시스템은 국가 경쟁력

“미술은 시대와 인간의 삶을 다양한 방법으로 담아내는 시각예술”이라고 밝힌 김 관장은 “요 몇 년 사이 단색화가 세계적인 평가를 받으며 외국에서 전시요청도 많아졌고 옥션 등 미술시장에서 가격도 높아졌습니다. 김구림, 이승택, 이건용 화백 등이 다시 평가되고 김수자, 서도호, 이불, 양혜규 작가 등도 주목받고 있다”고 했다. “제4차 산업혁명시대 초연결사회인 지금이야말로 한국미술의 세계시장 경쟁력을 위해 한국현대미술의 체계적인 정체성 확보와 미학적 근거를 제시해주는 외국어번역, 출판 및 웹 아카이브 등 다각적 연구와 구축이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 관장은 “국가에서 미술아카이브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정작 그 일을 감당하고 있는 민간기관에 대한 지원이 부족하다”라고 아쉬움의 속내를 토로했다. “올바른 아트아카이브 구축은 한국미술을 정확히 정리하며 후손들에게 남겨주는 일입니다. 동시에 우리의 오리지날리티 확보와 위작시비를 줄일 수 있는 당면과제이기도 하고요. ‘한국현대미술이 국제적 영향력의 우위에 서기 위해 가장 우선시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가’라고 할 때 제가 아카이브를 첫걸음에 꼽는 이유입니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