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조직문화 개편…사장님 대신 ‘경영리더'로 통일
성과 내는 만큼 인정하고, 합당한 보상 구조로 개편
이재현 회장 "인재가 오고 싶어하는 회사로 만들 것"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지난해 11월 사내방송을 통해 임직원들에게 2023 중기비전에 대해 설명했다. 사진=CJ그룹 제공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지난해 11월 사내방송을 통해 임직원들에게 2023 중기비전에 대해 설명했다. 사진=CJ그룹 제공

[데일리한국 김보라 기자]  “새로운 세대들이 틀을 깨고 새로운 도전을 마음껏 할 수 있는 문화를 구축해 최고 인재들이 오고 싶은, 일하고 싶은, 같이 성장하는 CJ를 만들겠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지난해 11월 문화(Culture)·플랫폼(Platform)·건강(Wellness)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을 ‘4대 성장엔진’으로 삼고 그룹의 중기비전을 실현할 미래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제시했다.

이 회장은 미래 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은 ‘인재’라고 보고 최고인재 확보와 조직문화 혁신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실제 CJ그룹은 직급파괴, 주요 포지션 사내공모, 워라밸 지원 등 파격적인 인사·조직문화 혁신 제도를 차례로 도입하며 근본적인 체질 변화에 나섰다.

◇임원 '경영리더'로 직급 통합·연공제 직급 폐지

CJ는 지난해 말 발표한 임원직제개편안을 지주와 각 계열사에 도입하고 정기 임원인사에 반영했다.

CJ는 사장, 총괄부사장, 부사장, 부사장 대우, 상무, 상무대우로 나뉘었던 6개 임원 직급을 ‘경영리더’ 단일 직급으로 통합했다. 국내 주요 그룹 대기업이 사장 이하 임원 직급을 하나로 둔 것은 전례를 찾기 힘들다.

이번 개편안은 연공서열·직급 위주로 운용되는 기존 제도로는 우수 인재들의 역량을 끌어내기 어렵고,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단일 직급인 경영리더의 처우, 보상, 직책은 역할과 성과에 따라서만 결정된다. 성과를 내고 맡은 업무 범위가 넓은 임원일수록 더 많은 보상을 받고 더 빨리 주요 보직에 오르게 된다.

체류 연한과 관계없이 부문장이나 CEO로 조기 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것으로, 역량 있는 인재의 조기 발탁 및 경영자 육성 시스템이 구축되는 셈이다.

경영리더의 대외호칭으로 대표이사, 부문장, 실장, 담당 등 직책을 사용할 방침이며, 직급 대신 이름을 부르는 ‘님’ 문화로 구분하게 됐다.

CJ그룹 본사 전경. 사진=CJ그룹 제공
CJ그룹 본사 전경. 사진=CJ그룹 제공

CJ ENM 엔터테인먼트 부문도 지난 1월 연공제(근무연한에 따라 임금과 직급이 상승하는 임금제도) 직급을 전면 폐지했다. 대리, 과장, 부장식의 직함이 사라지고 수평적인 조직으로 탈바꿈했다.

승진을 위한 체류 연한이나 연차에 대한 개념도 사라져 역량을 갖춘 인재라면 누구라도 10년 내 스타 크리에이터나 경영리더(임원) 등으로 성장이 가능하다. 성과를 내는 만큼 인정받고 그에 합당한 역할과 보상을 받는 구조다.

업무 역시 프로젝트 단위의 협력적 업무수행이 확대된다. 직급, 나이와 관계없이 누구나 프로젝트를 발의할 수 있고, 최적임자가 프로젝트 리더가 돼 프로젝트 멤버를 구성하고, 프로젝트 전반을 리딩하게 된다.

◇'거점오피스'로 출근·주4.5일 근무… 파격적인 보상

CJ는 임직원들의 자율적인 업무 분위기 조성에 심혈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CJ는 올해 1월부터 거점오피스 ‘CJ WORK ON’을 도입하고,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그룹 전반으로 확대 중이다.

CJ주식회사, CJ제일제당 등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직무 특성을 고려해 ‘일 또는 주 단위의 최소 근무시간’ 원칙만 지키면 요일별로 자유롭게 근무시간을 편성할 수 있는 선택근무제를 시행 중이다.

CJ ENM 엔터테인먼트부문은 매주 금요일 4시간의 오전 업무가 종료되면 일괄적으로 PC가 꺼지고 자율적 외부 활동을 전환하는 ‘비아이 플러스(Break For Invention Plus)’를 시행하며 사실상 ‘주 4.5일제’를 선언했다.

비아이 플러스 제도는 직원들의 열렬한 호응을 받고 있다. 4시간 더 늘어난 주말 시간을 통해 트렌드를 이해하거나 창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시간과 여유가 생겨 생활의 질이 한층 높아졌다는 평이다.

거점오피스 CJ ENM제주점. 사진= CJ그룹 제공
거점오피스 CJ ENM제주점. 사진= CJ그룹 제공

CJ는 성장 경로까지 설계할 수 있는 혁신제도도 마련했다. 지난해 11월 임직원이 소속 계열사와 직무에 제한 없이 그룹 내 다양한 사업‧직무에 도전할 수 있는 ‘잡 포스팅(Job Posting)’을 시행했다.

CJ제일제당, CJ대한통운, CJ ENM, CJ올리브영, CJ프레시웨이 등 주요 계열사에서 다양한 직무를 공모했으며, 개인의 성장과 다양한 기회를 중시하는 많은 ‘하고잡이’ 인재들이 도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CJ는 의지와 잠재력을 보유한 인재들에게 직급과 관계없이 기회를 제공하는 ‘리더 공모제’도 신설할 예정이다.

CJ의 직급 파괴와 조직문화 혁신은 급변하는 산업 트렌드 및 글로벌 경쟁에 민첩하게 대응하기 위함이다. 특히 미래성장의 주역이 될 MZ세대가 원하는 ‘공정한 성장기회’를 구현한 제도적 기반은 역할을 중시하는 인사 조직문화 구축에 있다고 봤다.

CJ MZ세대(1980년 이후 출생자) 구성원 비중이 75%로 인적 구성이 젊어진 만큼, 인사제도·조직문화도 구성원 특성에 맞게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CJ 관계자는 “구성원들이 자기주도적으로 커리어를 설계하며 역량을 키워나갈 수 있는 다양한 기회와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물론, 성과에 대한 객관적인 피드백과 공정한 평가가 이뤄지는 문화 안착 등 미래 성장을 위한 조직문화 혁신에 지속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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