웜비어 부모가 북한에 11억달러 배상금 청구한 사건…웜비어 부모·전문가들 증언

북한에 억류됐다가 사망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 군의 부모인 프레드 웜비어씨(오른쪽)와 신디 웜비어씨(왼쪽)가 19일(현지사간) 워싱턴 D.C. 연방법원에서 증거청문 심리를 마친 후 법원 건물을 나서고 있다. 사진=미국의소리 방송
[데일리한국 최승훈 기자] 북한 정권에 소송을 제기한 오토 웜비어의 가족들이 19일(현지시간) 미 연방법원에 출석해 북한이 웜비어의 사망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2016년 1월 대학생 웜비어(당시 21세)는 관광을 위해 찾은 북한에서 선전물을 훔치려 한 혐의로 체포됐다. 그해 3월, 웜비어는 15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다.

이후 2017년 6월 웜비어는 석방돼 미국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그는 의식불명 상태였고 엿새 만에 결국 사망했다.

올해 10월 웜비어의 부모는 11억달러(약 1조2400억원)에 달하는 배상금을 북한 정권에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의 '증거청문 심리'가 19일 워싱턴 D.C. 연방법원에서 개최됐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전했다.

이날 심리는 증언자로 나선 웜비어의 부모와 형제 2명, 한반도 전문가인 이성윤 미 터프츠대 교수와 데이비드 호크 북한인권위원회 위원이 변호인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관련 내용을 재판부에 설명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웜비어의 친척과 친구 약 30명은 이날 심리가 열린 법원의 방청석을 가득 채웠다.

그러나 북한 측이 앉아야 할 '피고' 측 좌석은 텅 빈 채였다.

2016년 2월29일 미국 버지니아대 3학년 학생인 오토 웜비어(21)씨가 북한에 억류된 채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범죄행위를 인정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자료
아버지인 프레드 웜비어씨는 아들의 억류 이후 북한의 도발이 심화되고, 심지어 북한이 핵무기로 미국을 공격하겠다고 위협까지 하면서 한 순간도 안심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웜비어씨는 특히 아들이 북한 당국에 의해 허위 자백을 강요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성윤 교수도 웜비어의 증언이 강압적인 상태에서 이뤄졌다며, 기자회견에서 나온 발언들을 통해 이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어머니인 신디 웜비어씨는 "북한보다 더 악마 같은 존재는 없다"면서 "악마에 대항해 맞서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디 웜비어씨는 웜비어가 건강한 상태로 석방됐다는 북한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신디 웜비어씨는 웜비어 송환길에 동행했던 조셉 윤 전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로부터 "(웜비어의 건강이) 양호한 상태라는 북한의 서류에 서명해야만 웜비어를 데리고 나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로 참석한 호크 위원은 "북한은 제대로 된 법적 절차 없이 주민들을 감금하며, 고문 역시 체계적이고 정기적인 방식으로 이뤄진다"고 비판했다.

호크 위원은 "북한과 외교관계가 없는 미국을 대신해 스웨덴 정부가 웜비어 억류 문제를 다뤘지만 영사접견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이는 영사관계에 관한 비엔나 협약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호크 위원은 "특히 북한 외무성은 웜비어가 의식불명에 빠진 직후 스웨덴 대사관에 연락해 더 나은 의료환경이 제공되도록 했어야 하지만, 이런 절차도 무시했다"고 밝혔다.

하월 판사는 이날 증인들의 청문을 모두 들은 뒤 "미국 법원은 발언의 자유를 보장한다"며 "이는 매우 중요한 증거가 된다"고 말했다.

웜비어 측은 북한이 이번 소송에 아무런 대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을 근거로 '궐석 판결'을 요구한 상태다.

이에따라 이날 심리는 사실상 마지막 법원 출석으로, 다음 단계는 판사가 소송에 대한 '의견서' 공개와 함께 최종 판결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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