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식서 마크롱 "낡은 망령 되살아나"…파리평화포럼서 메르켈 "국가주의, 다시 부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 프랑스에서 열린 1차 세계대전 종전 100주년 기념식에 참석했다. 사진=미국의소리(VOA)
[데일리한국 최승훈 기자] 1차 세계대전(1914년 7월28일~1918년 11월11일) 종전 100주년을 맞아 전 세계 80여개국 정상들이 참석한 가운데 1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파리평화포럼'은 일방주의로 나아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성토장을 방불케 했다.

정작 트럼프 대통령은 이시각 1차대전 당시 미군 전몰장병들을 추모한다며 파리 근교의 쉬렌 군사묘지를 방문, '파리평화포럼'이 열린 라빌레트 전시관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파리평화포럼' 연설에서 "오늘이 항구적 평화의 상징이 될지, 아니면 새로운 혼돈으로 빠져들기 직전의 마지막 단합의 순간이 될지는 전적으로 우리에게 달렸다"고 강조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앞서 하루전 만찬에서도 마크롱 대통령은 "100년전 우리 전임자들은 평화를 세우려 했지만 실패했고 20년후 새로운 전쟁(2차 세계대전)이 발발했다"며 "평화는 깨지기 쉽고, 그것을 지키는 게 우리의 의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날 오전에 파리 중심가의 개선문에서 진행된 '제1차 세계대전 종전 100주년 기념식'에서도 마크롱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이날 기념식은 1차 세계대전이 끝난 시각인 1918년 11월11일 오전 11시에 맞춰 열렸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15분 늦게 입장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나란히 앉았다.

마크롱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오늘날 낡은 망령들이 혼돈과 죽음의 씨앗을 뿌리려고 되살아나고 있다"며 "국가주의는 애국주의의 정확히 반대말이다. 그건 배신과 같다"고 지적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역사는 때로는 조상들이 피로 맺은 평화의 유산을 뒤엎고 비극적인 패턴을 반복하려고 한다"며 "서로에 대한 공포심을 조장하지 말고 희망을 건설해나가자"고 강조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제1차 세계대전 종전 기념식을 하루 앞둔 10일(현지시간) 프랑스 북부 콩피에뉴 숲을 방문해 손을 맞잡고 전사들을 추모했다. 사진=마크롱 개인 트위터
이날 오후 열린 '파리평화포럼' 연설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국제적인 협력이 공격받고 있고 국가주의적인 편협한 시각이 다시 부활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메르켈 총리는 "1차대전은 고립주의가 얼마나 파괴적인지 우리에게 보여준다"면서 "우리는 세계대전 이후 세워진 것들을 유지하고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는 "오늘날 대부분의 도전은 한 나라의 힘으로 해결될 수 없기에 다자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파리평화포럼' 연설에서 트럼프의 미국 일방주의와 보호무역 기조 등 포퓰리즘 경향을 작심하고 비판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오늘날 몇몇 요소들을 보면 20세기 초와 1930년대와 유사한 점들이 많다고 본다"면서 "예측할 수 없는 일련의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의 근거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구테흐스 총장은 "타협이라는 민주주의 정신의 약화와 규범에 대한 무시는 다원주의에 대한 두 개의 독극물"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 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쉬렌 군사묘지 방문을 마친 뒤 곧바로 파리 오를리 공항으로 이동해 미국행 에어포스원에 몸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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