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에르도안 대통령 "암살 아닌 실수로 사망? 23일 적나라한 진실 공개"

트럼프, 어정쩡한 태도…영·프·독 "추가조사로 사실규명해야" 공동성명

사우디아라비아 반정부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사진=AP/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최승훈 기자] 터키에서 살해된 사우디아라비아 반정부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60).

그의 죽음은 사우디아라비아는 물론 사우디의 '절대 실력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를 뿌리째 흔들고 있다.

빈 살만 왕세자 등 사우디 왕실이 직접 유족에게 조의를 표하는 등 수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국제사회의 비판은 오히려 확산하는 양상이다.

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자말 카슈끄지 실종 사건 진상 규명 촉구 집회. 사진=연합뉴스 자료
앞서 지난 2일(현지시간) 카슈끄지는 오후 1시15분쯤 결혼을 위해 필요한 서류를 발급받기 위해 터키 이스탄불에 있는 사우디 총영사관에 들어간 후 실종됐다.

'빈 살만 왕세자의 카슈끄지 살해 연루·배후설'이 확산됐다.

이에 '카슈끄지 피살' 파문이 일자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카슈끄지가 살아서 멀쩡히 총영사관을 떠났다"고 해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미국산 무기구매의 큰 손인 사우디 왕세자의 배후설을 애써 외면했다.

그러나 17일 뉴욕타임스(NYT)와 터키 친정부 일간지는 살해 당시 녹음된 오디오를 청취한 터키 고위 관리의 증언을 보도했다.

이들 보도에 따르면 카슈끄지는 손가락 여러 개를 절단하는 고문을 당하고 머리가 잘려나갔다.

이날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정보기관 관계자들 사이에서 사우디 왕세자 배후설에 대한 확신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20일, 사건 발생 18일만에야 사우디 정부는 그의 피살을 인정했다.

그러나 여전히 사우디 정부는 암살이 아닌 '우발적인 과실치사'라고 주장했다.

사우디 검찰은 "지난 2일 총영사관 안에서 카슈끄지가, 용의자들과 대화를 하다가 주먹다짐으로 이어졌고, 결국 사망에 이르게 된 것"이라는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의 수사 결과는 크고 바람직한 첫걸음"이라며 "사우디의 발표를 신뢰한다"고 밝혔다.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사진=AP/연합뉴스
21일 아델 알주바이르 사우디 외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애청하는 폭스뉴스에 출연해서 "카슈끄지의 피살과 빈살만 왕세자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날, 영국과 프랑스, 독일 등 서방 3개국은 공동성명을 통해 사우디 정부의 발표에 의문을 제기하며 '추가조사를 통한 진실규명'을 촉구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진상이 완전히 규명될 때까지 사우디에 무기를 수출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카슈끄지가 피살된 터키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도 이날 실체 규명을 다짐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적나라한 진실이 낱낱이 공개될 것"이라며 "23일 카슈끄지 죽음에 관한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통화도 했다.

터키 대통령실은 성명을 통해 "에르도안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카슈끄지 사건이 모든 측면에서 명명백백히 밝혀져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고 공개했다.

그러나 백악관과 트럼프 대통려은 이에 대해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다.

사우디 언론은 22일, 국왕과 왕세자가 각각 카슈끄지의 아들에게 전화를 걸어 조의를 전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포스트와 전화인터뷰에서 "나는 왕세자의 책임이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 여야 상원의원들은 사건 배후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를 정면으로 지목하고 나섰고, 일부는 왕세자 교체 필요성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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