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AP 등 "수십 년 동안 열정적으로 논의된 유엔총회장에 등장한 매우 경악할 순간" 비판

2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유엔총회 연설을 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P/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전현정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유엔총회 연설을 하는 도중 각국 정상 등 총회 참석자들의 '웃음 세례'로 스타일을 구겼다.

트럼프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을 관통한 화두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미국 우선주의'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 초반 자못 진지한 표정으로 자국의 주권과 '세계화(글로벌리즘·globalism) 배격'을 강조하는 메시지로 시작했다.

그는 연설 초반 "2년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나의 행정부는 미국 역사를 통틀어 다른 거의 모든 행정부보다 많은 성취를 이뤄냈다. 미국은…. 너무나 진짜 상황이다."고 발언했다. 이에 유엔 회원국 정상과 외교관들이 운집한 청중들 사이에서 이 시점에서 '키득키득'하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잠시 연설을 멈춘 트럼프 대통령은 "그런 반응은 예상하지 못했지만 괜찮다"고 청중의 웃음에 즉흥 발언을 던졌다.

트럼프 대통령 자신도 활짝 웃으며 머쓱한 듯이 혀를 내밀기도 했는데, 회원국 정상들의 웃음은 곧 폭소로 바뀌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은 오랫동안 미국이 다른 나라들로부터 이용을 당해왔다고 주장했고, 2014년에 올린 트위터에서는 '(미국이) 전 세계의 웃음거리로 전락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WP는 "예상치 못한 청중의 반응에 놀란듯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남은 34분간 연설을 계속해 갔지만, 이 순간은 무역과 안보 동맹, 일반적인 외교 현안 등을 둘러싸고 전통적인 동맹과 협력국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걸 즐겨온 대통령에 대한 국제사회의 날카로운 '응수'를 보여줬다"고 풀이했다.

AP통신도 트럼프 대통령이 전임 미국 대통령들이 약한 리더십 탓에 다른 국가들의 비웃음을 샀다고 오랫동안 주장해왔으나 이날 자신이 웃음에 당황했다고 주장하며 "전쟁과 평화, 번영과 빈곤, 기아와 풍요가 수십 년 동안 열정적으로 논의된 유엔총회장에 등장한 매우 경악할 순간이었다"는 비판을 가했다.

CNN방송도 "현 행정부가 전임 정부들보다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는 유세 때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청중들의 박수갈채를 유도하는 단골 메뉴로, 지지자들은 이에 열광하지만 적어도 일부 세계의 정상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주장을 비웃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유엔본부를 나서면서 취재진에게 "좋았다"며 "좀 웃기려고 의도한 것이었는데 그래서 좋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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