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뉴스 화면 캡처
미국과 쿠바가 17일(현지시간) 53년 만에 국교 정상화에 합의한 데에는 작년 봄부터 캐나다와 바티칸을 오가며 양측이 비밀 협상을 계속해왔던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미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봄 쿠바와 '고위급 채널'을 통한 대화를 허가하면서 양국 간의 비밀 협상이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양국은 지난해 6월 캐나다에서 처음 만나 협의에 나섰다. 캐나다는 양국의 협상에 참여하지 않고 장소만 제공했다.

이후 오바마 대통령은 올해 3월 프란치스코 교황과 만난 뒤 50여 분간 대화를 나누고 그들이 논의한 다른 문제만큼 쿠바에도 관심을 기울이기로 했다고 미 정부 고위 관계자는 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여름 오바마 대통령과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에게 서한을 보내 쿠바에 5년간 수감된 미국인 앨런 그로스와 미국에서 복역 중인 쿠바 정보요원 3명을 맞석방하라고 촉구했다.

이후 교황청은 양국 대표단을 초청해 교황청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협상을 중재했다. 지난 가을에는 교황청이 미국과 쿠바가 각자의 공약을 제시하고 수감자 맞석방 등을 마무리 짓기 위한 협상도 주선했다.

결국 지난 10월 미국과 쿠바의 정상이 직접 전화로 통화했다. 오바마 대통령과 카스트로 의장은 10월 16일 45분 넘게 통화하면서 맞석방의 구체적인 걸림돌들을 해결했다.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한 미국의 지원은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미 정부 고위 관계자는 밝혔다. 양국 정상이 연락을 취하기는 1950년대 말 이후 이때가 처음이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