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놀자의 데이터베이스(DB)를 크롤링한 혐의로 기소된 심명섭 전 위드이노베이션 대표가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박창민 기자
[데일리한국 박창민 기자] 경쟁사인 숙박앱 야놀자의 데이터베이스(DB)를 무단으로 크롤링(분산된 데이터 추출 기술)한 혐의로 기소된 심명섭(43) 전 위드이노베이션(여기어때) 대표에 대해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신민석 판사)는 11일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심명섭 전 대표에게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160시간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야놀자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접근권한이 없는 크롤링 프로그램을 이용해 반복적이고 조직적으로 서버에 침입해 제휴숙박업소에 대한 다량의 정보를 복사·가공했다"라면서 "해당 정보는 야놀자 측이 상당한 시간을 들여 수집·가공한 데이터베이스로 이로 인해 피해자회사인 야놀자의 경쟁력 저하, 기업비밀 유출 등 상당한 피해를 입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재판부는 "야놀자는 서비스 이용약관에도 명시했듯 패킷캡처 등을 통한 크롤링 행위를 금하고 있었기 때문에 누구나 이용가능한 프로그램을 이용했다는 주장은 야놀자 서버 침입 여부 판단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라면서 "크롤링 프로그램이 유용한 역할을 한다고 해서 타사의 정보에 대한 무단 복사·가공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다만 야놀자 측이 주장한 '크롤링에 따른 5회의 서버 접속 장애'에 대해서는 무죄 판단이 내려졌다. 크롤링과 접속 장애간의 인과관계 증명이 불충분하며 피고인들도 접속 장애를 일으킬 의도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서버 중단된 시점이 평일에 비해 접속자가 많은 토요일과 일요일, 추석이었던 점과 5회 서버 중단이 있기 전에도 접속 장애가 발생했던 점을 고려하면 크롤링으로 인해 서버가 중단됐다고 단정짓기 어렵다"라면서 "서버를 우회하면서 은밀히 크롤링을 하던 피고인들이 야놀자 서버를 중단시키기 위해 (접속 장애가 발생하는)서버 한계치를 인식하고 있었다고 보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심 전 대표와 함께 기소된 크롤링 관련 업무 책임자인 김 모씨와 크롤링 프로그램 개발자 심 모씨에게는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120시간을 명령했다.

크롤링 업무 담당자인 장 모씨와 윤 모씨에게는 각각 벌금 500만원, 숙박앱 여기어때 서비스의 운영사인 위드이노베이션에는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20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심 전 대표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해 달라고 구형했다. 크롤링 관련 중책을 맡은 김 모씨와 심 모씨에게는 1년 6개월, 단순 업무를 담당한 장 모씨와 윤 모씨에게는 1년을 각각 구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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