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추가 심리 결정하며 드루킹과의 공모관계 및 댓글 조작 가담정도에 집중

불법 여론조작을 벌인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항소심 선고가 다시 연기되고 변론이 재개된 21일 오전 김 지사가 서초구 서울고법 법정으로 향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정하영 기자]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항소심 재판부는 21일, 1심 유죄 판단의 근거가 된 ‘킹크랩 시연회’에 김 지사가 참석했다고 잠정 판단 결과를 내놨다.

김 지사가 드루킹(본명 김동원) 일당이 준비한 댓글 조작 프로그램을 말하는 킹크랩의 시연회를 본 적이 없다고 주장해온 것에 비춰보면 김 지사는 실형을 받았던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벼랑 끝에 몰린 양상이다.

서울고법 형사2부(차문호 김민기 최항석 부장판사)는 이날 김 지사의 항소심 공판에서 “잠정적이기는 하지만, 피고인(김 지사)의 주장과 달리 드루킹에게 킹크랩 시연을 받았다는 사실은 증명됐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는 김 지사 측이 ‘킹크랩 시연’ 장면을 본 적이 없다고 주장하며 펼쳐온 핵심 방어 논리를 전면 부정한 것이다. 앞서 1심에서도 재판부는 김 지사가 킹크랩 시연을 본 사실을 인정했다. 동시에 드루킹 일당과의 공모관계를 인정하며 김 지사에게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한 바 있다.

김 지사는 측은 항소심에서 킹크랩 시연 장면을 본 적이 없다는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수행비서의 구글 타임라인, 당시 파주 사무실에서 저녁 식사가 이뤄진 정황, 킹크랩 개발자의 접속 기록 등을 새 증거로 제시했다.

이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는 “당일의 온라인 정보보고, 킹크랩 시연 로그기록, 이후 작성된 피드백 문서 등 객관적인 증거들로 피고인(김 지사)이 시연을 봤다는 점이 증명됐다”면서 “이는 피고인이 믿기 어렵다고 하는 드루킹이나 ‘둘리’ 김모 씨의 진술을 제외해도 마찬가지”라며 사실상 김 지사가 시연을 봤다고 못을 박았다.

재판부는 이러한 설명과 함께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심리 쟁점들은 △“킹크랩 시연회를 본 김 지사가 고개를 끄덕여 개발을 승인했다”는 취지의 드루킹 일당 진술의 신빙성 △드루킹이 ‘단순한 지지자’였는지, 혹은 김 지사와 정치적으로 공통된 목표를 이루고자 하는 ‘긴밀한 관계’였는지 △드루킹이 “처리했습니다” 등 메시지를 보낸 것을 김 지사가 문제 삼지 않은 이유 △19대 대선 및 경선 과정에서 김 지사의 역할 등을 꼽았다.

재판부의 킹크랩 시연 판단과 추가 심리 요구에 김 지사 측 변호인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김 지사 측 변호인은 이날 공판 후 기자들과 만나 “변호인 입장에서는 다소 의외의 변론 재개 사유 설명에 약간 당혹스럽다”면서 “킹크랩 시연과 관련해 재판보다 변호인들 생각과는 굉장히 다르게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2월 21일까지 의견서를 받고, 3월 4일까지 양측의 의견서에 대한 반박 의견을 받겠다고 시한을 정했다. 다음 변론 기일은 3월 10일에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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