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가 19일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정하영 기자] 4조5000억원대 분식회계를 주도한 혐의를 받는 김태한(62)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대표의 구속영장이 20일 또 기각됐다. 지난 5월 증거인멸 혐의와 관련해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후 두 번째다.

이번 구속영장은 검찰이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수사에 착수한 이후 증거인멸이 아닌 분식회계 혐의로 청구한 첫 사례다. 이에 따라 수사에 속도를 내던 검찰 수사에 타격이 예상된다.

명 부장판사는 "주요 범죄 성부에 다툼의 여지가 있는 점, 증거수집되어 있는 점, 주거 및 가족관계 등에 비추어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김 대표와 함께 영장이 청구된 삼성바이오 최고재무책임자(CFO) 김모(54) 전무, 재경팀장 심모(51) 상무의 구속영장도 모두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등의 사유로 기각됐다.

김 대표 등은 미국 합작사인 바이오젠이 가진 콜옵션으로 인한 부채를 감추다가 2015년 말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커졌다며 회계 처리 기준을 바꿔 장부상 회사 가치를 4조5000억원 부풀린 혐의(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등을 받고 있다.

검찰은 2016년 11월 유가증권시장 상장 역시 거짓 재무제표로 이뤄졌던 만큼 이번 사안도 위법하다고 보고 구속영장에 범죄사실로 적시했다.

김 대표는 전날인 19일 이뤄진 영장실질심사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국제회계기준에 부합한 적법한 회계처리를 한 것이며, 그 과정에서 회계 전문가가 아닌 자신은 구체적으로 관여한 바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법원이 이 같은 김 대표의 주장을 인정함에 따라 검찰의 분식회계 관련 혐의 규명 계획도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검찰은 "혐의의 중대성, 객관적 자료 등에 의한 입증의 정도, 임직원 8명이 구속될 정도로 이미 현실화된 증거인멸, 회계법인 등 관련자들과의 허위진술 공모 등에 비춰 영장 기각을 이해하기 어렵다"며 "추가 수사 후 영장 재청구 등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삼성바이오 분식회계의 목적이 이재용(51)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유리한 승계 구도를 형성하기 위한 데 있었다고 보고있는 만큼, 이 부회장에 대한 직접 조사 가능성도 꾸준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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