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서구, 전국 기초자치단체 중 악취민원 1위

악취 보상 '주민지원기금' 혜택은 매립지 반경 2km 한정

주민지원기금 규모, 타지역 주민기피시설과 비교시 최대 30배

수도권매립지 제2매립장에서 쓰레기를 매립하고 있다. 사진=SL공사 제공
[데일리한국 박현영 기자] 인천시 서구 주민들이 악취 등 환경문제에 시달리고 있지만 법적으로 피해 보상을 받은 수 있는 길은 한계가 있어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인천 서구는 악취유발시설도 상당수 위치, 전국적으로 악취 민원이 많은 곳 중 하나지만 대다수 주민들은 법적인 피해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거나 보상을 받더라도 금액이 턱없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정미 정의당 의원이 환경단체 녹색연합과 함께 지난해 10월 환경부에 제출한 ‘2013~2017년 연간 100건 이상 악취민원 발생 기초지자체’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인천 서구는 전국 226개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악취 민원이 가장 많았다. 인천 서구에서 지난 5년 간 발생한 악취 민원은 8067건으로 같은 기간 전국 악취 민원 발생 건수 6만5233건의 12.4%에 달했다.

특히 지난해 9월에는 인천 서구 청라국제도시 일대에서 악취신고가 빗발쳤다. 이 일대에선 하루 동안만 악취가 난다는 주민신고가 100여 건이 접수됐다. 인천 서구청이 원인 파악에 나선 결과, 수도권매립지 제 2매립장에 있는 매립가스 포집정에 균열이 생겨 가스가 누출된 것으로 파악됐다. 포집정은 매립 가스를 모았다가 이송 관로를 통해 에너지 발전소로 가스는 보내는 역할을 한다.

이번 사고는 포집정의 문제였지만, 서구의 악취문제는 오랜기간 지속돼 왔다.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인천경서 국민임대주택단지조성사업의 사전환경성검토(2006)’ 보고서에서도 “해당 택지개발 사업 주변 수도권 매립지, 주물공단이 위치하고 있어 악취저감이 필요한 주거 부적합 입지”라 언급하며 “악취저감시설의 확보 등에 충분한 입지적 재검토가 있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 인천 서구 연희동에서 17년째 살고 있다는 주민은 “경서동 연희동 일대가 매립지 주물공단 등 악취시설로 둘러 쌓여있어 종종 심한 악취로 힘들 때가 있었다”고 말했다. 다른 지역 주민들 역시 “집 주변을 조금만 걷다보면 유독가스 냄새가 너무 심해 깜짝 놀랄 때가 많다. 안개 낀 날이나 밤에 특히 심하다”고 주장했다.

수도권 매립지 제3-1매립장 사진=SL공사 제공
이처럼 매립지 등 주민기피시설을 근처에 둔 주민들이 악취에 대해 직접적으로 받을 수 있는 대표적인 보상은 ‘주민지원기금’이다.

수도권매립지공사(SL공사)는 ‘폐기물처리시설 설치촉진 및 주변지역지원 등에 관한 법률(폐촉법)’에 따라 매립지 반입수수료의 10%를 ‘수도권매립지 주민지원기금’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 기금은 수도권매립지 인근 지역 주민복지를 위해 사용되며, 아파트 시설정비, 복지회관건설 등으로 지원된다.

인천연구원의 시정이슈제안 제80호에 발표된 ‘수도권매립지 관련 주요 현안 점검’에 따르면 SL공사의 주민지원기금은 2016년 기준으로 매립지 인근 주민 1인당 43만8055원이 지원됐다. 하지만 수도권매립지의 주민지원기금 지원범위는 매립지 반경 2km 내 간접영향권으로 한정하고 있다.

간접영향권에 포함된 구역 인구는 2016년 기준 3만9000여 명으로, 50만이 넘는 인천 서구 인구의 8%에도 못 미친다. 특히 인구 밀집지역인 인천검단신도시, 청라국제도시 등 인천 서구 신도시들은 대부분 빠져있다. 이 신도시들은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및 협의기관의 협의의견에서 악취민원의 증가가 우려되고 적극적인 저감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곳이거나 악취우려 지역과 인접해 있는 곳이다.

인근 지역 주민들의 민원과 반발이 심해지자 수도권매립지 4자협의체(환경부, 서울시, 인천시, 경기도)는 수도권매립지 반입수수료의 50%인 가산금과 매립지에서 발생되는 기타 수익금으로 주민지원기금을 추가로 조성해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인천시 계양구, 서구, 경기도 김포시 양촌읍 일원 중 수도권매립지의 영향이 우려되는 지역으로 지원범위를 확대 규정해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4자협의체는 주민지원기금 확대에 대해 “지난 20여년 동안 지역주민의 고통과 아픔에 대한 보상적 지원 및 폐기물처리시설인 수도권매립지의 사용기간 연장과 관련된 주민지원 성격”이라고 설명했다.

자료=인천연구원 제공
문제는 협의체 합의에 의해 주민에게 지원하는 금액은 해당주민 1인당 8만8444원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는 수도권매립지와 유사한 타지역 주민기피 시설의 주민지원금과 비교할 때 턱없이 적은 수준이다.

수도권매립지와 유사한 주민기피시설의 주민지원금은 △상수원보호구역의 경우 1인당 260만6588원(2015년 기준), △한강 수계 물이용부담금 1인당 224만65원(2015년 기준), △서울 강남구자원회수시설 134만4510원(2016년) 등으로 조사됐다. 주민지원대상 지역 주민 수와 지역 특성 등을 감안하더라도 최대 30배 가까이 적은 수준이다.

윤하연 인천연구원 도시기반연구실 선임연구위원은 “인천 서구와 계양구 등에 지원하는 4자협의체의 주민지원기금은 총 출연금으로 따지면 780여억원이라 많게 보일 수 있지만 주민 1인당으로 환산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며 “지원하는 대상들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타 지역 주민기피시설들의 주민지원기금에 비하면 적은 편이라 주민지원을 확대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와관련 SL공사 관계자는 "주민지원기금은 폐촉법이 정한대로 수수료 분담 등을 설정해 시행하기 때문에 기금의 규모에 대해 (공사가) 별도 의견을 낼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인천 서구 주민들은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SL공사 사장을 역임했던 이재현 서구청장을 뽑았다. 이 구청장은 인천 서구 환경문제 해결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공약으로 밝힌바 있다.

실제 인천 서구청은 구민들의 악취 민원에 대응하고자, 주민들이 실생활에서 체감하는 악취 발생 현황을 파악해 정주 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주민 참여 악취모니터링’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연중 실시해 활동 인원을 20명에서 50명으로 대폭 확대, 거주지 및 주변 악취 발생 현황을 확인해 악취 발생지역과 악취의 강도·취기의 종류 등 발생시간대 별로 파악하기로 했다.

이 구청장은 당선 당시 “주민들이 걱정하고 있는 환경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환경과 안전을 통합 관리하는 체계를 마련하고 주민의 오랜 숙원이자 인천의 최대 현안인 수도권매립지 문제에 마침표를 찍고, 수도권매립지를 서구의 30년 미래 먹거리로 만들어 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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