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ㆍ보건ㆍ요양ㆍ돌봄 원스톱 해결…’케어안심주택’이 대안으로 뜬다

자택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노부부. (게티이미지뱅크)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늙고 있는 국가다. 우리 사회는 2017년에 64세 이상 노인인구가 전체의 14%를 차지하는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2026년이 되면 노인인구 비율이 20% 이상을 차지하는 초고령사회에 도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30년 후에는 노인 인구 비율이 40%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노인 돌봄 문제는 대다수 국민이 직면하게 될 범국가적 어젠다가 됐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2018년 초부터 ‘커뮤니티케어’ 도입을 본격화했다. 이 중에서도 노인이 거주하던 곳에서 건강히 살 수 있도록 주택 개조, 의료서비스 지원, 지역공동체 복원까지 이어지도록 하는 ‘케어안심주택’이 핵심 사안이다. 2017년 진행된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노인 대다수는 ‘거동이 불편해도 살던 곳에서 여생을 마치고 싶다’고 응답한 바 있다.

지금까지 노인 돌봄은 병원 및 시설 중심으로 이뤄졌다. 가정 내 돌봄도 간병 가족의 큰 부담으로 여겨진다. 노인 인구가 많아지며 획기적인 케어서비스의 변화가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보건복지부가 도입한 ‘커뮤니티케어’는 돌봄이 필요한 사람이 자기 집 등 지역사회에서 생활하며 개인 맞춤의 복지 서비스를 누리며, 지역사회와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것을 골자로 한다. 커뮤니티케어의 범주에는 건강의료보장과 돌봄보장이 포함된다. 주거, 보건의료, 요양, 돌봄, 독립생활지원이 통합적으로 확보되는 지역 주도형 사회 서비스 정책이라 할 수 있다.

초고령사회를 대비한 케어안심주택은 한국형 커뮤니티케어의 핵심이다. 케어안심주택은 기존의 시설 중심의 케어서비스의 한계를 극복하고 초고령사회를 적극적으로 대비하는 묘책으로 꼽힌다. ‘커뮤니티케어’는 복지부 내 관련 부서가 모두 참여한다. ‘커뮤니티케어 추진본부’와 사회보장위원회 내 관련 전문가와 관계부처로 구성된 ‘커뮤니티케어 전문위원회’는 50여 차례의 의견 수렴을 거쳐 작년 11월 ‘지역사회 통합 돌봄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을 통해 노인들이 살던 곳에서 건강한 노후를 보내기 위한 주거, 보건, 요양, 돌봄 등의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기본계획의 4대 핵심과제는 ‘주거 지원 인프라 대폭 확충’, ‘지역사회 통합 돌봄(커뮤니티케어)을 위한 주거 지원 방안’, ‘케어안심주택 확충 및 주택 개조 추진’, ‘커뮤니티케어 특화 도시재생 뉴딜사업 신설’이다. 핵심은 ‘주거 지원 인프라의 확충’이다. 커뮤니티케어 추진 과정에서 주거와 돌봄 서비스가 함께 제공되는 ‘케어안심주택’을 대폭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복지부는 내년부터 ‘지역사회 통합 돌봄 선도사업’을 통해 노인을 위한 케어안심주택 모델을 만들어 나가기로 했다. 향후 신규 공급되는 노인 공공임대주택은 케어안심주택으로 확보할 예정이며, 14만 호에 달하는 기존의 영구 임대주택도 사회, 노인복지관, 종합재가센터, ‘주민건강센터’ 등 케어서비스와 연계해 추진한다. 공공임대주택과 재가서비스 제공기관 등이 통합된 일체형으로도 건립될 예정이다.

‘커뮤니티케어’ 제도 도입한 선진국의 시사점

이미 커뮤니티케어를 도입한 일본, 영국, 덴마크 등에서도 노인의 신체 기능에 따라 다양한 형식의 돌봄 서비스가 결합된 주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국가들의 노인들은 요양시설 입소 비율이 3%에 지나지 않는다. 나머지 90% 이상은 자신의 주택에 거주한다.

미국엔 액세서리 주택, 에코주택, 셰어주택 등의 이름으로 불리는 주택이 있는데 기존 고령자주택의 일부를 증개축해 임대하는 형식이다. 젊은 세대가 사는 주택 부지에 다른 소규모 주택을 건축해 고령자가 거주하는 형식도 있다. 영국은 이미 1950년대부터 공영주택에 고령자용 전용의 주방, 화장실, 욕실, 긴급통보 시스템을 갖추기 시작했다. 영국은 커뮤니티케어법에 의해 노인들에게 필요한 가사원조, 신체개호, 식사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케어메니지먼트’를 도입했다. 네덜란드는 ‘주거와 케어의 혁신 프로젝트’를 추진해 막대한 비용이 드는 시설케어에서 적은 비용의 자립형 주택으로 전환하고 있다.

일본의 고령자주택은 1987년에 제도화된 ‘실버하우징 프로젝트’에서 시작됐다. 고령자를 위한 요양형 공공임대주택이 공급됐는데 주택 공급은 국토교통성이, 복지서비스는 후생성이 주관하는 획기적인 제도였다. 실버하우징은 재가복지센터에서 파견되는 직원이 10~30호당 1인이 배치된다. 배치 인력은 입주 고령자에게 생활지도, 상담, 일시적 간호, 관련시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맡는다. 또한 케어네트워크를 통해 방문간호, 지역포괄지원센터, 치매대응형 공동주택 등을 구축했다.

"살던 곳에서 건강하게" 2022년까지 노인 공공임대주택 4만호가 신규 공급된다.(연합)
이경락 유원대 건축공학과 교수가 제시한 한국형 케어안심주택은 ‘에이징 인 플레이스(Aging In Place)’로 설명된다. 노인 시기는 신체기능이 저하되고 경제적 어려움도 가중된다. 더하여 현재의 집에서 살고자 하는 의식도 강해지는데, 시설 거주가 아닌 친숙한 환경에서 오래도록 생활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령자가 자신의 지역에 머무르고 싶다는 근원적 소망에 부응해 존엄을 지키며 자립해 자택에서 생활하도록 하는 것이 ‘에이징 인 플레이스’다. 이것이 완성되려면 주택 하드웨어와 서비스 소프트웨어가 결합돼야 한다.

이 교수는 공공임대주택에서 고령자전용임대주택을 추가 확보해 지역 내 거주가 가능토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주택 개조 지원을 통해 주거안정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주택의 물리적 공간과 시설 확보로 자립형 주택도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24시간 케어 제공 체계를 구축해 의료진과의 강력한 연계를 통한 재택케어 수준을 제고해야 한다”며 “덴마크가 실시하는 재택 케어 시스템인 ‘엠프라이엠’을 참고할 만하다”고 말했다. ‘엠프라이엠’ 제도는 주택 형태와 종류를 불문하고 같은 레벨의 케어를 받도록 하며 정기순회가 기본이다. 긴급콜에 의한 임시방문도 활성화됐으며 낮, 야간, 심야로 구분해 전속직원을 배치한다. 1만~2만 명을 기준으로 구획해 기반을 정비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 교수는 “현재 우리의 주거 수준 자체가 고령자들에게 안전하지 못하기에 여러 제반 서비스가 필요하다”며 “케어가 제공되며 안심할 수 있는 주택이 필요하게 됐는데 외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많이 갖추고 있다. 우리도 정부 차원에서 커뮤니티케어가 추진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24시간 안전한 생활 담보하는 게 필수

그는 한국형 케어안심주택 구상을 더 구체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안심주택을 새로 공급한다는 것인지, 기존의 주택에 안정성을 확보하고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인지 큰 줄기가 정해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안심주택의 요소로는 계단과 턱이 없고, 집안에 수납공간이 충분하며 바닥이 미끄럽지 않게 하는 것, 넘어져도 다치지 않는 자재를 쓰는 것, 집안의 손잡이 등이 기본이다.

케어안심주택 공급을 민간 주도로 할지 혹은 국가 주도로 할지도 구체적인 논의 사항이다. 이 교수는 “외국의 사례를 보면 초기에 민간 주도로 갔을 때 나중에 운영에 문제가 생기기도 했다”며 “초반에는 공공 주도로 가고 공급이 안정화됐을 때 민간에서 투자해 주택을 확충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케어안심주택은 원활한 서비스 제공을 위한 소프트웨어 구축도 중요하다. 이 교수는 “케어서비스가 각각의 신체상태나 여러 경제상황에 따라 달라지는데 이에 맞는 방문 서비스 등의 시스템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주택의 안정성을 위한 서비스 확보까지 포함한 광범위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올해부터 케어안심주택을 위한 주택 개조가 시범사업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국토부에서도 이와 관련한 도시재생사업으로도 일부 예산을 편성했다. 현재 고령자와 장애인을 위한 주거지원법도 마련돼 있지만 주택 개조와 주거실태 조사 등을 의무화해 빠르게 시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교수는 “주택 개조 등 여러 사업이 원활히 진행되도록 지자체들과 적극적으로 협의하고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케어시스템을 어떤 주체가 공급하느냐, 주택 개조를 누가 주도하느냐 등의 논의를 위해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여론도 수렴하는 등 공론화할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작년 12월 26일 국회에서 진행된 ‘케어안심주택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주거 정책간담회에서 안옥희 한국주거학회 회장은 커뮤니티케어를 위한 지역 기관들의 거버넌스 구축을 강조했다. 안 회장은 “주민센터-보건지소-치매안심센터, 노인회-사회적 기업-사회복지관, 지역학교-도서관 등을 연계해 밀접한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주거복지사의 역할도 강조하면서 “자력으로 주거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가구의 주거안정을 위해 복지 차원에서 주거서비스를 지원하는 전문 인력을 가동해야 한다”며 “주거복지사는 국토교통부가 공인하는 민간 자격자로서 주거복지 대상자를 발굴하고 주택 개조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며 주택상태 점검, 주거복지 사업을 기획하고 수행하는 등 주거복지 서비스 전달 체계에서 코디네이터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케어안심주택 내부의 개조 모습.(장정숙 의원실 제공)
민간 부문 ‘주거 복지사’ 확충도 필요

서울시는 작년 4월 주거 취약자에 공공임대주택을 우선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지원주택 공급 및 운영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2019년까지 지원주택 공급계획을 통해 500호를 세우고 노인 전용의 지원주택도 60~90호 정도를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노인지원주택이란 노인이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독립된 주거에서 관리자의 도움을 받으며 익숙한 거주 지역에서 살도록 돕는 곳이다. 지원주택의 형태로는 분산형(여러 곳에 분산된 형태), 집합형(아파트 등 공동주택에 모여 있는 형태), 전환형(노인의 집과 같은 공동생활을 하되 관리자가 상주하는 형태) 등이 있다. 실제 서울시 금천구의 보린주택은 시범사업으로 진행된 지원주택이다. 또 중랑구 신내동의 의료안심주택은 의료욕구가 높은 노인들과 그 외 대상자가 입주한 200호의 공동주택이다.

김현훈 한국재가노인복지협회 회장은 주거 정책간담회에서 “커뮤니티케어의 핵심은 안심할 수 있는 주거의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면서도 “하지만 안심하기 위해서는 케어의 확보가 더욱 중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이 제시한 방안은 지자체 실정에 맞는 실현 가능한 케어안심주택의 확보를 위한 계획 작성 및 실행 방안 의무화, 저소득자 및 긴급대피 등 필요한 노인들에 대한 주거 필요, 케어안심주택에 24시간 365일 관찰 및 케어를 위한 재가복지 급여 확보, 케어안심주택 전문가 육성을 위한 교육과 양성 체계 정비, ICT와 로봇 등 복지 사업에 활용할 수 있는 제도와 시설 정비 등이다.

커뮤니티케어를 위한 정보 공유와 재정 마련도 중점적으로 논의돼야 할 문제다. 앞서 언급한 ‘에이징 인 플레이스’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노인정보 공유를 위한 정보 네트워크 구축이 중요하다. 걸림돌은 개인정보보호법이다.

손창우 서울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우리는 일본과 달리 의료 이용과 관련한 정보는 지자체가 아닌 중앙정부에서 관리해 의료정보가 지역 단위로 공유되기가 상대적으로 어렵다”며 “의사의 왕진 및 원격의료가 보다 수월해지려면 개인정보보호법의 일부 개정 등과 같은 관련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커뮤니티케어가 이름부터 지역사회를 포함하듯 각 지자체의 재원 조달을 통한 서비스 제공이 요구된다. 하지만 보건복지 영역은 조세로 운영되며 의료 및 장기요양은 보험료를 통해 재원이 조달되는 상황이다. 재정 부담에서도 광역시의 경우 자체 부담이 20%, 중앙정부 부담이 80%이지만 일반 시군구의 부담은 없다. 손 부연구위원은 “사업의 필요성과 당위성이 충분하기에 재원 부담에 대한 상세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케어안심주택 개조를 위한 구체적 방안도 제시됐다. 김인순 장애인개발원 유니버셜디자인 환경부 부장은 건축법 개정을 주장했다. 김 부장은 “모든 주거공간에서의 내부 공간 단차(물리적 높낮이)를 2센티미터를 초과하지 않는 구조로 만들어지도록 공간 구성의 변화를 추진해야 한다”며 “특히 공동주택의 경우 허가하는 과정에서 이런 부분을 적용하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런 기본 요건이 갖춰지면 추가적인 설비 설치에 대한 내용을 단계로 구분해 실효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재정에 따라 합리적인 선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외국의 경우도 노인의 90% 이상이 요양시설이 아닌 주거공간에 거주하고 있고, 우리도 커뮤니티케어를 통해 한국형 케어안심주택을 본격적으로 공급하려는 상황이다. 따라서 주택 개조를 통한 주거 지원 방안이 케어안심 주거공간을 확충하는 빠르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꼽힌다. 주택 개조 사업은 커뮤니티케어 성공의 ‘열쇠’인 셈이다. 따라서 개인별 맞춤형 개보수를 위한 전문적 판단 및 효율적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전문가 그룹이 보편화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커뮤니티케어 및 케어안심주택’의 원활한 공급을 위한 세부적인 논의와 제도의 정비가 요구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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