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참전 '90 노병들'의 식을 줄 모르는 우국충정…향군, 연말까지 집중 모금

추모의 벽, 美 한국전참전기념공원에 설립…김진호 회장 "한미동맹 강화 계기"

육군종합학교전우회 김정규 회장과 임원단이 대한민국재향군인회 김진호 회장에게 '추모의 벽' 건립 성금을 전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향군 제공
[데일리한국 조효민 기자] 육군종합학교전우회(회장 김정규)가 '한국전 참전용사 추모의 벽' 건립 성금을 모았다.

육군종합학교전우회는 26일 1차분 180만원을 대한민국재향군인회 김진호 회장에게 전달했다.

'추모의 벽'은 한국전참전기념공원재단(KWVMF)의 주도로 미국 워싱턴D.C. 한국전참전기념공원에 세워진다.

향군은 15일부터 본격적으로 '추모의 벽' 건립 모금 운동을 전개하고 있으며 연말까지 모금된 금액을 이 기념재단에 전달할 계획이다.

현재 추진 중인 한국전참전기념공원 내 추모의 못 주변에 둘레 50m, 높이 2.2m의 원형유리벽으로 된 '추모의 벽' 건립 현장. 사진=향군 제공
육군종합학교전우회는 회원 전원이 6·25 참전 영웅이다.

'육군종합학교'는 1950년 6·25전쟁이 발발하자 그해 8월15일 부산 동래에 장교양성 과정으로 개교했다. '육군종합학교'는 1951년 9월까지 총 32개기 7288명을 양성했다.

졸업생들은 곧바로 전선에 배치돼 그 중 1377명이 전사하고 2250명이 부상했다.

김정규 회장은 이날 성금을 전달하는 자리에서 "6·25 전쟁이 끝난지 70여년이 돼가지만 아직도 그날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김정규 회장은 "우리는 누란의 위기에 처한 자유 우방을 지키기 위해 주저없이 참전했다 희생된 미군 장병들의 고귀한 희생을 영원히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규 회장은 김진호 향군 회장에게 "4만4000여 미군 참전용사들의 위훈을 기리는 사업에 향군이 앞장서서 모금 운동을 전개하는데 대해 감사하다"고 밝혔다.

김정규 회장은 "비록 지금은 나이가 들어 어렵게 살아가고 있는 90 노병들이지만 명분있는 사업에 선배들이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적극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육군종합학교전우회는 향군의 성금모금 소식을 전해 듣고 지난 22일 이천호국원에서 먼저 가신 육종전우들을 추모하는 추모식 현장에서 김정규 회장의 제안으로 모금을 했고, 자문위원, 후원회 등도 적극 동참했다고 전했다.

김진호 향군 회장은 성금을 전달 받고 "참전·친목단체 중 최고 선임이시고 최고령 단체인 육종전우회가 솔선수범해 주신데 대해 깊이 감사한다"고 밝혔다.

김진호 회장은 "이 모금 사업은 한미간에 자긍심 고취는 물론 혈맹 관계인 한미동맹을 강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국전참전기념공원에 설치돼 있는 유리벽. 한국전 참전비에는 베트남전 참전비와 달리 전사자 명단이 없다. 사진=향군 제공
현재 워싱턴 한국전참전기념공원에 있는 한국전 참전비에는 베트남전 참전비와 달리 전사자 명단이 없다.

이에 기념재단은 공원 내 추모의 못 주변에 둘레 50m, 높이 2.2m의 원형유리벽으로 된 '추모의 벽'을 세워 한국전에서 전사한 미군 3만6000여명과 카투사 전사자 8000여명의 이름을 새겨 넣기로 했다.

이 계획은 기념재단이 한국교민들과 공동 발의해 2016년도에 의회를 통과했다.

'추모의 벽' 건립 예산은 약 280억원이며 현재까지의 모금액은 약 5억원 정도로 알려졌다.

미 연방 기념사업법에 의하면 건립에 소요되는 총사업비 중 85%를 사전 모금해야 건축허가를 받을 수 있다.

김진호 향군회장은 지난 8월, 미국재향군인회 100차 총회 축하 연설을 계기로 이뤄진 방미 활동 기간에 한국전참전기념공원을 들렀다가 한국전 참전비에 전사자 명단이 없는 것을 확인했다.

공원 묘비에는 "이름도 모르는 나라에 국가의 부름을 받고 주저 없이 전쟁터로 달려 나와 평화와 정의를 위해 싸우다 희생된 자랑스러운 젊은 영웅들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고 새겨져 있었다.

김 회장은 "이 글을 보고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며 "이분들의 희생이 없었다면 오늘의 대한민국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안타까워하던 차에 기념재단이 '추모의 벽'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향군 차원에서 모금 운동을 전개하기로 결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국전참전기념공원 옆에 있는 베트남전참전기념공원 '추모의 벽'에는 참전용사의 이름이 또렷이 새겨져 있다. 사진=향군 제공
김 회장은 지난달 6일 향군 미 서부지회 간담회에서 이를 제안하며 1000만원을 기탁했다.

당시 그 자리에 참석했던 서부지회 임원 및 회원들도 즉석에서 자발적으로 5000달러(한화 약 560만원)를 모금했다.

김 회장은 "대한민국 최고·최대의 안보 단체인 향군은 한미동맹 강화를 위한 사업의 일환으로 '추모의 벽' 건립 모금운동을 적극 추진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지난해 11월 우리나라를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회에서 "지난 70여년간 한국군과 미국군은 함께 싸우고, 함께 희생하고, 함께 승리한 세계 어느 동맹보다 굳건한 혈맹이었다"고 천명했던 연설을 환기했다.

앞서 6월 문재인 대통령도 '6·25기념식'에서 "한국전쟁은 잊혀진 전쟁이 아니다"라면서 "워싱턴 D.C. 한국전참전기념공원 안에 '추모의 벽' 건립을 추진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임종석 청와대 대통령 비서실장도 지난 5일 향군에 금일봉을 보내왔다.

임 실장은 향후 이 사업의 성공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도 적극 지원할 것을 약속했다.

김진호 회장은 "추모의 벽 건립에 향군이 앞장섬으로써 우리의 고마워하는 마음이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170만 참전용사와 그 가족, 후손들에게 전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더불어 1953년 휴전 이후 한국 근무를 통해 대한민국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해 온 350만 주한미군전우회(KDVA) 회원들에게도 자긍심을 갖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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