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인사·시민 1만5000명 참석…'철저한 진상규명' 촉구 한 목소리

4·16가족협의회 "세월호 참사, 방해없이 철저하게 조사돼야"

박원순 서울시장 "무엇보다 진실 밝혀져야…책임자 처벌·유가족 보상 필요"

세월호 참사 4주기를 이틀 앞둔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추모행사가 열리고 있다. 자료사진=김동용 기자 dy0728@hankooki.com
[데일리한국 김동용 기자] '4·16 세월호참사 4주기 국민 참여 행사'가 토요일인 14일 서울 광화문 광장 일대에서 열렸다.

4·16연대와 4·16가족협의회·4주기대학생준비위원회·서울시의 공동 진행으로 열린 이날 추모행사에는 시민(주최측 추산 1만5000명, 오후 8시 기준)들과 박원순 서울시장·더불어민주당 우상호·박영선 의원 등을 포함한 정치권 인사들이 함께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시간을 가졌다.

제법 쌀쌀한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행사장을 찾은 시민들은 주최 측에서 배포한 "가만히 있지 않겠습니다" "기억하고 행동하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과 촛불을 들고 본행사가 끝날 때까지 대부분 자리를 지켰다.

이번 행사는 '노란리본 만들기 플래시몹'과 '진실의 하모니' 합창공연(각각 사전행사)을 시작으로 본 행사인 '4월16일의 약속 다짐문화제'순으로 이어졌다. 그 중 '노란리본 만들기 플래시몹' 행사는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보수단체가 야유를 하는 등 잠시 소동이 있었지만, 직접적인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부대행사로 마련된 '나만의 기억 팔찌 만들기' '희망 손수건 만들기' '캘리그라피·기억의 나무·페이스페인팅 체험' 등에도 많은 시민들이 참여해 "기억하겠습니다·잊지않겠습니다"라는 다짐을 함께 했다.

오후 7시부터 진행된 본 행사 '4월16일의 약속 다짐 문화제' 중 시민들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방해 황전원은 즉각 사퇴하라" "세월호 참사 침몰 구조방기 원인과 책임을 전면 재수사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책임자 처벌과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세월호 참사 4주기를 이틀 앞둔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추모행사에서 참석자들이 촛불을 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번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에 자유한국당의 추천으로 참여한 황전원 상임위원은 앞서 1기 특조위에 당시 새누리당의 추천으로 참여해 활동했으나, 박근혜 전 대통령의 '7시간 행적' 조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사퇴한 바 있다.

본 행사인 '4월16일의 약속 다짐 문화제'가 시작되자 사회자는 "보고 싶다고 울던 소년·소녀들은 없지만 4월은 왔다. 그러나 포기하지도 않았고, 용기를 잃지도 않았던 우리들의 다짐·약속과 함께 잡은 손으로 또 우리의 4월을 맞이했다"는 위로의 말과 함께 행사의 시작을 알렸다.

무대에 오른 박원순 서울시장은 "변하지 않는 사실은 우리 옆에 있어야 할 사람들이 여전히 없다는 사실"이라며 "우리의 자식을, 부모를 잃은 그 슬픔을 위로하고 치유하기 위해서 무엇보다 진실이 온전히 밝혀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시장은 이어 "그리고 그 바탕위에 책임져야 할 사람은 책임지고 유가족들에게 확실한 보상이 주어져야 한다"며 "무엇보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자, 국가가 국민의 안전을 온전히 책임지는 그런 나라를 만들자"고 당부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세월호 참사 4주기를 이틀 앞둔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추모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장완익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세월호 특별법 관련) 청원안에는 '진실규명·안전사회 건설·치유와 기억'으로 이뤄진 3개의 소위원회를 두는 것으로 돼있다"며 "그런데 4주기를 이틀 앞둔 오늘까지 우리가 성취한 게 무엇이 있느냐"고 지적했다.

장 위원장은 또 "이제 막 출범하는 (2기)특조위는 우리 모두가 기억하고 잊지 말아야 할 결과물을 만드는 일을 할 것"이라며 "그 결과물은 진실규명과 책임자 처벌, 그리고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 위원장은 앞서 2016년 1기 특조위의 해산을 막고자 단식농성을 하며 '세월호특조위 지키기'에 앞장 선 바 있다.

장 위원장의 인사말이 끝나자, 세월호 참사 '기억영상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은 영상이 상영된 후 '4·16 4주기 아트프로젝트 그룹' 'REBORN'의 '네버 에버(NEVER EVER)' 공연이 이어졌다. 일부 시민들은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오른쪽부터)과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우상호 의원이 세월호 참사 4주기를 이틀 앞둔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추모행사에 참석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공연 후 이뤄진 '대학생 편지글 낭독 및 전달'에서는 단원고등학교 출신인 연세대 18학번 신민경군이 무대에 올라 편지를 읽었다.

신군은 "(세월호 참사 후) 사람들은 얼마동안은 (저의) 어머니처럼 당연히 슬퍼했다"며 "그런데 그 당연한 감정들이 계속 받아들여 지지는 않았던 것 같다"고 운을 뗐다.

신군은 이어 "그런 상황 속에서도 가족들은 계속 진상규명을 외치며 행동했고, 더해서 이제는 세월호 참사에서 나아가 사회적 참사가 일어나지 않게 하려는 움직임도 보여주고 있다"며 "더 나은 사회가 건설돼도 유가족들이 온전히 살아갈 수 있는 건 아닌데 그렇게 행동해주는 게 참 고맙다"고 위로했다.

신군은 끝으로 "슬퍼하고 분노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슬픔과 분노를 강요할 순 없다"면서도 "직접적인 책임이 없다고, 외면할 수 있는 자격까지 주어지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명선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이 월호 참사 4주기를 이틀 앞둔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추모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자료사진=김동용 기자 dy0728@hankooki.com
신군에게 편지를 전달받은 전명선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전 정권에 의해 1기 특조위가 강제 해산되고 아이들의 희생이 아직도 진실을 찾지 못하고 있으니 억울할 뿐"이라며 "세월호 참사와 국정농단을 국민들이 알고나서 그 추운 겨울 1700만 촛불국민의 힘으로 민주주의의 정권을 앞당길 수 있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 위원장은 "여러분께 감히 이 자리에서 부탁·당부드리고 싶다"며 "이번 영결식이야 말로 비로소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방해없이 철저하게 조사하고 수사해서 제2의 세월호 참사가 없는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첫걸음이 되게 도와달라"고 당부했다.

전 위원장은 또한 "(안산에서 열리는) 합동영결식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새롭게 시작하는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전 위원장은 "참사 이후 4년이 됐지만, 아직 우리 아이들이 함께 모일 생명 안전공원 설립조차 진행이 안 되고 있다"며 "영결식을 기점으로 안전사회 건설과 진상규명이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안산에서는 이번 영결식을 끝으로 철거를 앞둔 합동분향소의 대체 장소를 두고 주민들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제종길 안산시장이 지난 2월 "화랑유원지에 봉안시설을 갖춘 추모공원을 2020년까지 조성할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에 '화랑유원지 세월호 납골당 결사반대 시민행동' 회원 100여명은 지난 12일 청와대 인근에서 추모공원 조성을 반대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 외 일부 주민들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행사는 가수 전인권·이상은·임정득 등도 무대에 올라 노래 공연을 펼쳤으며, 4·16가족합창단의 공연으로 마무리됐다.

한편 세월호 참사일을 하루 앞둔 15일에도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는 시민들의 발걸음은 전국 곳곳에서 이어졌다. 세월호가 거치된 전남 목포신항(세월호참사 4년 기억 및 다짐대회)과 경기 안산 정부합동분향소(4·16세월호 참사 정부 합동영결식)·인천(세월호 참사 일반인 희생자 영결식 및 4주기 추모식) 등에서 다양한 추모행사가 진행됐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페이스북에 '세월호 4년, 별이 된 아이들이 대한민국을 달라지게 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합동영결식에서 다시 한 번 깊은 슬픔에 빠질 유가족들과 국민들 앞에서 세월호의 완전한 진실규명을 다짐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선체조사위와 특조위를 통해 세월호의 진실을 끝까지 규명해 낼 것"이라며 "미수습자 수습도 계속해 나가겠다. 세월호를 바로 세우는 대로 하지 못했던 구역의 수색을 재개하고, 미수습자 가족들과 우리 모두에게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세월호참사가 벌어졌던 16일에는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와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가 서울 광화문에서 공식행사를 진행하고, 그 외 국내 80여개 지역과 해외 30여개 지역 등 총 110여개 지역에서도 추모행사를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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