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택 "18년간 관행적으로 이뤄진 일"…연희단거리패, 해체·자체 진상조사

연극인 김수희·이승비, 이윤택 성추행 폭로…김보리 "이윤택에 성폭행 당해"

연극연출가 이윤택이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30스튜디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박진우 기자] 연극연출가 이윤택(66)이 19일 "피해를 본 당사자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한다"면서 "법적 책임을 포함해 어떤 벌도 달게 받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윤택은 성폭행(강간)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날 이윤택이 인정하고 사과한 것은 성추행이었다.

이윤택의 성추행은 지난 14일 새벽 극단 미인의 김수희 대표의 페이스북 글을 통해 처음으로 폭로됐다. 이후 소셜미디어에서 이윤택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폭로가 잇따랐고 익명으로 성폭행이 있었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이윤택은 파장이 커지자 연희단거리패 김소희 대표를 통해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의 의미에서 모든 활동을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연희단거리패는 이윤택 연출이 연희단거리패와 밀양연극촌, 30스튜디오의 예술감독직에서 모두 물러났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연희단거리패는 페이스북에서 "지난 날을 반성하고 모든걸 내려놓고 근신하겠다"는 이윤택의 말을 전했다.

그러나 파문은 가라앉지 않았고 이윤택의 직접 사과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더 커졌다. 연희단거리패는 해당 글을 삭제했다.

17일 과거 연희단거리패에서 활동했다는 한 단원(가명 김보리)이 이윤택으로부터 2001년과 2002년, 총 두차례 성폭행을 당했다는 고발글을 연극·뮤지컬 커뮤니티에 올렸다.

파장이 커지자 이윤택은 19일 공개사과를 하겠다고 연희단거리패를 통해 밝혔다.

이윤택은 이날 오전 서울 명륜동 30스튜디오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성폭행은) 인정할 수 없다"며 "성관계 자체는 있었지만 폭력적이고 물리적인 방법으로 강제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강변했다.

이윤택은 "SNS에 올라온 주장 중에는 사실이 아닌 것도 있다"며 "이 문제를 여기서 왈가왈부하거나 진위를 밝힐 수는 없어 법적 절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윤택은 "사실과 진실이 밝혀진 뒤 그 결과에 따라 응당 처벌받아야 한다면 받겠다"며 "사실과 진실에 따라 모든 것이 심판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윤택은 "과거 연희단거리패 단원들이 항의할 때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매번 약속했지만 번번이 제가 그 약속을 못 지켜 큰 죄를 짓게 됐다"고 말했다.

이윤택은 "극단 내에서 18년간 관습적으로 일어난 아주 나쁜 형태의 일이었다"면서 "어떨 때는 나쁜 짓인지 모르고 저질렀을 수도 있고 어떤 때는 죄의식을 가지면서 제 더러운 욕망을 억제할 수 없었을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이윤택은 "연극계 선후배들에게도 사죄하며 저 때문에 연극계 전체가 매도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17일 밤 이윤택의 성폭력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조사를 촉구하는 청원이 올라왔다. 이 청원은 19일 오후 2시 기준으로 2만5337명이 동의했다.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한편 이윤택의 기자회견이 끝난 뒤 연희단거리패 김소희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오늘로 연희단거리패를 해체한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단원들과 논의 끝에 우리는 없어져야 한다고 결정했다"면서 이윤택 연출에 대한 법적 조치와는 별개로 극단 해체 이후에도 자체 진상조사를 해서 조사결과를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윤택 연출 명의의 30스튜디오를 비롯해 부산 가마골 소극장 등 이 연출과 연희단거리패 관련 건물은 모두 처분해 일단 극단의 부채를 청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사단법인 한국극작가협회, 서울연극협회, 한국연극연출가협회, 사단법인 아시테지(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 한국본부는 이윤택을 제명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17일 밤 이윤택의 성폭력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조사를 촉구하는 청원이 올라왔다.

'연극인 이윤택씨의 상습 성폭행, 성폭력 피의사실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조사를 촉구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에는 19일 오후 2시 기준으로 2만5337명이 동의했다.

이승비 극단 나비꿈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이윤택의 성추행을 추가로 폭로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