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납북'·'아람회' 등… 과거사 재심·국가배상 소송 상소 자제

과거사위원회가 권고한 '문인 간첩단 사건' 등 6건도 재심 요청 방침

검찰이 '태영호 납북사건' 등 과거 시국사건 6건에 대해 직권으로 법원에 재심을 청구하기로 했다. 피해 당사자가 아니라 기소 주체인 검찰의 재심 청구는 이례적이라는 점에서 과거사 반성 차원의 조처로 받아들여진다.

과거 권위주의 정부 시절 적법절차 준수와 인권보장 책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아온 검찰이 인권침해 요소가 많은 일부 시국사건들을 재점검해 직접 재심 청구에 나선 것이다.

대상은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재심을 권고한 사건 중 현재까지 당사자 일부가 재심을 청구하지 않은 사건들이다. 이들 사건은 여러 피고인 가운데 재심을 청구한 이에게 이미 무죄 판결이 내려졌다.

대검찰청 공안부(권익환 검사장)는 17일 "태영호 납북사건으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받은 박모씨 등 6개 사건 18명에 대해 검사 직권으로 재심을 청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형사소송법은 유죄가 확정된 형사사건에 재심 사유가 발생한 경우 당사자나 법정대리인, 유족뿐만 아니라 검사도 재심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대상은 과거사위가 재심을 권고한 73건 중 1968년 태영호 납북사건을 비롯해 1961년 '한국교원노조 총연합회 사건', 1963년 '납북귀환 어부 사건', 1968년 '남조선해방전략당 사건', 1980년 '조총련 연계 간첩 사건', 1981년 '아람회 사건' 등 6건이다.

검찰은 이 사건들로 함께 기소돼 유죄가 선고됐던 공동 피고인이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는데도 아직 재심을 신청하지 않은 18명을 대신해 재심을 청구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구성된 대검 '직권 재심 청구 TF'가 사건기록과 판결문, 진실화해위 조사 결과, 재심 판결문 등을 통해 직권 재심 청구의 필요성을 검토한 후 당사자나 유족들의 의견을 들어 결정했다.

검찰은 향후 '재심 대응 매뉴얼'을 개정하고, 국가배상 소송에서도 상소(항소·상고)시 엄격히 심사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재심 과정에서 가혹 행위나 불법구금에 대한 진술을 고려해 엄격하게 증거를 판단하고 피고인의 이익을 위한 증거도 엄격하게 수집하기로 했다. 재판 증거와 그간의 법원 판결을 검토해 무죄 구형 등 적절히 구형할 계획이다.

재심 당사자나 유족에게 국가배상 판결이 내려질 경우 외부인사가 참여하는 상소심의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상소 여부를 결정한다. 인용이나 번복 가능성이 없는 무익한 상소는 자제한다.

대검 관계자는 "직권 재심 청구는 문무일 검찰총장이 지난달 과거 인권침해 사건을 사과한 것의 후속 조처"라며 "진실화해위가 재심을 권고한 '문인 간첩단 사건' 등 나머지 6건 11명에 대해서도 순차적으로 재심을 청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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