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약 살포 내역, 농민 자율 '영농일지' 통해서만 파악…친환경 농산물은 그나마 중간에 불시 조사

[데일리한국 송찬영 환경전문기자] “살충제 위험은 비단 계란만의 문제일까?”

살충제 계란 사태를 지켜보면서 드는 또 하나의 의문이다. 한우와 돼지 등의 다른 가축은 물론 일반인들이 건강을 위해 챙겨먹는 채소 등은 안전할까 라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이런 우려는 그냥 기우로 끝날 것 같지 않다. 특히 이번 계란 살충제 사건 과정에서 들어난 허술한 농약 관리는 이들 양계 농장만의 문제점이 아니기 때문이다.

농축산 농가 대부분은 농약을 농협이나 인근 농약상에서 구입한다. 농약 성분에 대한 전문적 지식이 없는 농민들은 농협이나 농약상에게 증상을 말하고, 효과가 좋다는 농약을 추천받는다.

추천받은 농약은 농민들에 의해 살포된다. 하지만, 농약 포장지에 설명돼 있는 사용량 등을 읽어보는 농민들은 거의 없다. 대부분 농협이나 농약 상으로부터 물 얼마에 몇 봉을 희석시켜 치라는 설명을 듣고 살포한다.

효과를 높이기 위해 오히려 농약사용 설명서보다 더 강하게 치는 경우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농약의 과다사용은 최근 가족을 중심으로 한 소농이 줄고, 전국을 오가며 농사를 짓는 대농들이 늘면서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과거 농민들로부터 계약재배를 하거나, 생육 중간에 밭뙈기로 농산물을 사들였던 중간도매상들이 직접 농지를 임대하고, 농업노동자를 고용해 이식부터 농약살포, 재배에 직접 뛰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기업 형으로 상당 규모의 자금을 초기에 투자하기 때문에 농산물의 안정적 생산과 상품성 보장을 위해 아낌없이 농약을 살포한다. 특히 대파 깻잎 등 해충피해가 심한 작물의 경우 농약과다 사용이 심하다.

유통기간을 늘리기 위해 출하 전날 농약을 살포하는 경우도 있다.

밭뙈기로 거래된 작물의 경우 중간상인이 농민에게 자신들이 직접 고른 살충제를 사다주며 출하 전 농약을 살포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한다. 농민들은 이 농약이 무슨 성분인지, 반감기가 어느 정도인지도 모른 채 농약을 살포하는 것이 현실이다.

농약의 반감기가 대체적으로 보름 정도인 점을 감안해 정부나 지자체에서는 출하 보름 전까지 농약사용을 하도록 하고 있지만, 이는 권장사항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시행하고 있는 축산물이력제처럼 농산물의 생산이력을, 그 과정에서 농약 살포 내역을 확인하기는 어렵다. 농협에서는 농약을 판매할 경우 누가 어떤 농약을 얼마만큼 구입했는지 기록하고, 이 기록이 농업인의 농업행위 증거에 이용되고 있지만, 농약상의 경우는 대규모 거래 이외의 경우 기록조차 하지 않은 경우가 상당수다.

농약을 언제 얼마 만큼 살포했는지도 확인하기 불가능하다. 농민들이 자발적으로 쓰는 영농일지 외에는 확인할 방법이 없다.

농산물 생산단계에서는 농식품부 산하 농산물품질관리원이 관리를 담당하고 있지만, 일손 부족으로 거의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유통과정에서는 각 시 보건환경연구원이 잔류농약 허용기준을 근거로 농산물 샘플 검사를 통해 잔류농약 검출 조사를 하고 있는데, 부적합률이 1% 미만이다. 농약이 사용되고 있는 현실을 봤을 때 믿기 어려운 수치다.

그나마 친환경 농산물의 경우, 농산물품질관리원이나 친환경인증 조직에서 불시에 나와 수거 검사를 통해 확인이라도 하지만, 일반 농산물의 경우는 유통과정을 통해서라야 이른바 스크린이 가능한 상황이다.

살충제를 비롯한 농약관리의 부실은 수년전부터 지적돼 온 문제다. 농식품부는 이러한 현실을 감안해 뒤늦게 부적합 농산물의 원인 및 대책 마련을 위해 농약허용물질목록 관리제도(PLS)를 시행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농민들의 농약 값 인상으로 인한 부담 증가 반발로 현재 진척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규승 충남대 교수는 “농약의 바코드화, 농업경영체 등록자에게만 농약판매, 농약판매상의 입력 정보의 농업기술센터의 DB에 동시 입력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며 특히 “농약판매상에 대한 교육강화 및 판매기록부 작성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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