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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이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민사소송에서 법원이 또다시 할머니들의 손을 들어줬다.

광주지법 민사1단독(김현정 부장판사)는 8일 김영옥(85) 할머니와 최정례(1927년 출생·1944년 사망) 할머니의 조카며느리 이경자(74) 할머니가 미쓰비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재판부는 생존자인 김 할머니에게 1억2천만원, 사망한 최 할머니의 유족에게는 상속분에 근거해 325만6천684원의 위자료를 미쓰비시가 배상하도록 했다.

미쓰비시는 최근 개봉한 영화 '군함도'에 나오는 전범기업으로, 김 할머니는 미쓰비시를 상대로 1억5천만원의 배상을, 최 할머니 유족 이씨는 3천만원을 청구했다.

재판부는 다른 유사 소송과 마찬가지로 생존자인 김 할머니에게는 1억2천만원의 배상액을, 도난카이 대지진 때 사망한 최 할머니는 1억5천만원을 적용해 상속지분을 산출했다.

이 배상액은 피해자들의 위자료만 산정한 금액으로, 원고들이 고령인 점을 감안해 산정에 오랜 시일이 걸리는 임금 체불 금액은 포함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현 미쓰비시중공업은 구 미쓰비시중공업을 실질적으로 승계해 동일한 회사로 평가하기 충분하므로 이 소송에서 일본법 적용을 배제하고 대한민국 법률을 적용한다"며 "한일 청구권 협정에 개인의 손해배상 청구권이 포함됐다고 보기 어려워 개인청구권이 소멸됐다고 볼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또 "구 미쓰비시중공업은 일본 정부에 협력해 어린 여성들을 위험하고 열악한 현장에서 급여도 주지 않고 강제 노역하게 했다"며 "원고들은 목숨을 잃거나 심한 화상을 입었으며 군위안부로 오해받을 것을 염려하며 살아야 했다"고 밝혔다.

김 할머니와 최 할머니는 각각 초·중학생 연령대였던 1944년 "돈도 벌게 해주고 공부도 시켜주겠다"는 말에 속아 일본 나고야에 있는 미쓰비시중공업 항공기 제작소에 가 월급 한 푼 못 받고 강제노역했다.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와 유족들이 미쓰비시 등 일본 전범기업을 상대로 국내에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사건은 모두 14건이다.

이번 재판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일본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첫 선고가 됐다.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은 2012년 양금덕 할머니 등 원고 5명이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제기한 1차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11명이 미쓰비시를 상대로 제기한 3건의 소송을 지원했다.

이날 판결은 3차 소송의 1심 결과이며, 1차 소송은 2015년 6월 광주고등법원에서 승소한 뒤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2차 소송 당사자인 김재림·양영수·심선애 할머니와 유족 오철석씨의 1심 판결은 오는 11일 열릴 예정이다.

미쓰비시 측은 다른 소송 전례에 비춰 이번 판결에도 항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피해자들의 공동 법률대리인인 이상갑 변호사는 "현재 대법원에 유사 소송 3건이 4년 동안 계류 중"이라며 "빨리 대법원의 확정 판결이 나야 이를 계기로 한일 정부가 해결책 논의의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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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17/08/08 10:48:09 수정시간 : 2017/08/08 13:5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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