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진단은 긍정적 "동성애자들이 자신이 평범한 시민임을 이성애자들에게 알리는 과정"

지난 5월 중순 고려대 페이스북에 올라온 동성애를 고백하는 게시글. <화면 캡처>
[데일리한국 온라인뉴스팀] 대학가에서 동성애자 등 성소수자들의 '얼굴없는' 고백이 이어지고 있어 주목된다. 최근 대학가에서는 수업시간에 커밍아웃할 정도로 오프라인에서조차 동성애에 대한 인식변화가 눈에 띌 정도라는 지적도 있다.

이와관련, 지난달 15일에는 고려대 서울캠퍼스 정경대학 후문 게시판에 특이한 대자보가 붙었다고 12일 연합뉴스가 전했다.

대자보를 작성한 이는 “너와 난 서로에게 첫 번째 남자친구”라며 “그들은 알까. 숨길 수밖에 없는 내 마음을. 너무나도 예쁘고 아픈 내 첫 연애를”이라고 적었다.

자신을 ‘16(학번) 무말랭이’라고 밝힌 글쓴이는 “나는 무섭다. 사랑한다고 말하면 네가 끌려가 버릴까 봐”라면서도 “이 글을 네게 바친다. 사랑해 마지않는 너에게”라며 남자 친구에게 사랑을 고백했다.

이글은 페이스북에서 화제를 모으며 1000회 이상 클릭을 유발하기도 했다.

또한 대선 전 TV토론이 한창일때 모 대학 게시판에는 “나는 존재를 부정당했다. 사람들은 나의 존재를 놓고 찬반 토론을 했다. 나는 누군가 싫어하거나 반대할 수 있는 것이 돼버렸다. 나는 단지 사랑하고 싶었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그로부터 나흘 뒤에는 자신을 레즈비언이라고 소개한 다른 학생이 “세상은 끊임없이 우리를 지운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 존재한다. 우리는 늘 그랬듯 무지개 춤을 출 것이다”라는 대자보를 붙이기도 했다.

특히 각 대학의 온라인 익명 게시판인 '대나무숲'에는 동성애자의 현실을 담담하게 토로하는 글이 자주 올라와 마치 대학가의 새로운 풍속도를 보여주는게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돌고 있을 정도다.

서울대 '대나무숲' 게시판에는 한 남학생이 연상 남자친구와 헤어진 경험을 털어놓으면서 "우리 사랑이 쉽게 지워지는 세상에서 너무 큰 사랑을 준 형, 다음이 있다면 그때는 조금 덜 아프자"라고 글을 올려 4000개에 육박하는 '좋아요(공감)'를 받기도 했다.

한 서울대생은 대나무숲에 "울분이 북받쳐 잠 못 이루는 밤"이라면서 "그는 죄인이 아닙니다. 그 누구도 죄인이 아닙니다. 나는 죄인이 아닙니다…"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연세대의 한 여학생은 "우리 서로의 여자친구가 되어줄래?"라고 고백했던 추억을 전하면서 "달은 작아져도 널 향한 내 마음은 더 크게 차오를 것이다. 넌 매일 더 예뻐지니까"라며 동성 연인에 대한 애정을 여과없이 드러내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동성애자들이 자신은 어디에나 있는 평범한 시민이라고 스스로 알리는 과정"이라며 "자기네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이성애자의 관심을 환기하고 전반적인 시민의식을 성장시키는 행위"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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