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으로 ‘노동시간 단축’ 통해 근로자가 자기계발 할 시간 확보돼야"

"대기업 보다 중소기업이 유리한 산업구조 전망…‘징검다리 취업' 제안"

임지선 연세대학교 바른ICT연구소 연구원
[데일리한국 이정현 기자] "4차 산업혁명 시대엔 대다수 중간층 노동자의 일자리가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AI)에 의해 대체돼 노동시장 양극화가 발생할 것이다." 다보스포럼 회장 클라우스 슈밥의 예측은 가뜩이나 올해 초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을 지켜봤던 우리 사회에 일종의 '경고'로 다가왔다.

AI의 막강한 위력은 깨달았지만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막연한 불안함이 엄습해왔다. 최근 연세대학교 삼성학술정보원에서 ‘4차 산업혁명과 일자리’에 관해 공개강연을 해 온 경제학 박사 임지선 바른ICT연구소 연구원을 14일 만나 AI의 실체와 막연한 불안감에 대한 대응방안 등에 관한 해법을 들어봤다.

바른ICT연구소는 정보기술(IT)에서 정보통신기술(ICT)의 중요성이 커지는 4차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자는 취지로 작년초 SK텔레콤과 연세대학교가 공동 설립한 기관이다. ICT 활용으로 인해 생길 수 있는 '음지'에 대비해 개인정보보호, ICT중독, 정보격차를 중점 연구과제로 삼았던 이 곳에서는 최근들어 부쩍 AI와 일자리에 관한 문제를 집중적으로 탐구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AI 도입에 대한 전망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로 나뉜다. 임 연구원의 견해는 어느쪽인가.

"준비하지 않은 개인과 사회에 4차 산업혁명은 분명 위협적일 수 있다. 그러나 지금부터 준비하면 충분히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본다. 특히 한국은 세계적인 수준의 IT 기반을 갖췄고, 노동자의 교육수준도 높기 때문에 다른 어느 나라보다 경쟁력이 있는 편이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대체가능한 직업군을 보니 소위 ‘고소득 직종’도 많이 포함됐다. 기존에 존재하던 직업 개념 자체가 달라지는 것인가?

"그렇다. 기존에 ‘고소득 직종’으로 분류됐다고 해도 단순 반복작업을 잘해서 가능한 일이었다면 대체될 가능성이 있다.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서비스 기능과 ‘소프트웨어적’인 사고가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사진=유토이미지

의사의 경우를 보자. 감정 없이 수치화를 통한 진단과 처방이나 정교함을 요하는 수술작업은 오히려 기계가 더 잘 할 수도 있다. 반면에 환자의 감정을 읽고 조언을 하는 감성적인 진단은 더 가치가 높아질 것이다. 또는 위급한 순간에 고도의 판단을 할 수 있는 의사들도 로봇의사에 자리를 내주지 않을 확률이 높다.

한 마디로 단순히 지식을 축적한 상태를 넘어 인간적인 서비스 기능과 소프트웨어적 사고를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거꾸로 이런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직종은 새로운 고소득 직종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

현재 우리 사회는 저임금 감정 노동자들이 많다. 이들이 4차 산업시대에 고소득자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보는가?

"그것은 단언하기 어렵다. 아무래도 진입 장벽이 쉽다면 고소득을 올리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만, 아주 저소득층에 해당하는 일자리나 비일상적인 육체노동은 오히려 대체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경제적으로 볼 때 AI를 투입한다 해도 ‘단가’가 맞지 않으면 굳이 안 바꾸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자리 양극화는 곧 소득격차로 이어질 수 있다. 고도의 판단을 내리는 고소득 일자리는 그 수가 아주 적을 것으로 판단된다. 기존 중위소득 노동자들은 로봇으로 대체되기 쉽기 때문에 저소득 일자리로 내몰릴 수 있다. 이렇게 생긴 소득 불평등은 결국 우리 경제의 구매력 저하로도 이어질 수 있다. 일자리 여부를 넘어 경제구조까지 이어지는 중요한 문제다."

대체되지 않는 일자리를 찾는 게 중요해보인다. 이 분야 전문가로서 취업준비를 하는 학생들에게 제안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아무래도 요즘 대학생들이 미래가 불확실하다보니 안정적으로 여겨지는 공무원 준비를 많이 하는듯 싶다. 하지만 역설적이지만 ‘안정적인 사무직’이야말로 가장 대체 가능성이 높은 직종이다. 이 점이 참 어렵게 느껴질 것이다. 안정적인 것을 추구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지만 이런 영역일수록 컴퓨터가 대체하기 쉽다는 것이 현실적 고민이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기업 취직도 마찬가지다. 많은 학생들이 대기업 취직에 매달리고 있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는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 취직하는 것이 유리한 환경이 된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그렇다고 취업 첫발부터 창업을 하는 것은 권장하고 싶지 않다. ‘징검다리 취업’을 할 것을 제안한다. 일단 기업 규모를 따지지 말고 취업을 해서 해당 산업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필요한 기술을 파악하고 익혀 인적 네트워크를 확보한 뒤 궁극적으로 창업을 하기를 바란다.

현재는 경력직 이동을 해도 규모가 큰 회사로 이동하는 게 대부분 패턴이다. 이와 다르게 징검다리 취업은 궁극적 목표가 창업이라는 점에서 차원이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미래는 조직에 의존할 수 없는 시대가 될 것임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미 일을 시작한 직장인들이 로봇에 대체되지 않기 위한 재교육은 어디서 받는 것이 좋겠는가?

"전통적인 교육기관을 묻는 것이라면,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해 보인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또 다른 특징은 정보가 무한하게 널려있다는 점이다. 이미 세계적인 수준의 대학강좌를 무료 서비스 하는 사이트들이 적지 않게 운영되고 있다.

지금은 교수 조차 AI에 의해 대체될 가능성이 높은 직종으로 꼽힌다. 뛰어난 소수의 인간 석학이 하는 강좌는 인터넷을 통해 보급되고 단순 주입식 교육은 로봇이 대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본인의 의지와 능력이 중요해지는 시대다. 그동안 제가 목소리를 높여가며 ‘노동시간 단축’을 4차 산업혁명과 일자리 양극화 문제의 대안으로 제시해온 것도 그 때문이다. 과거에는 정부정책에서 답을 찾으려 했다. 그러나 어떤 정책이든 실패 가능성이 있는 이유는 개인의 특성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자신에 대해서는 본인이 제일 잘 아는 법이다. 그래서 사회적으로는 스스로 역량 개발을 할 수 있는 여건 조성이 중요하다. 주위를 봐도 너무 장시간 일에 매달리다보니, 자신의 직업이 사양산업인 것을 알면서도 대비를 못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기업으로서도 근로자의 재교육이 이뤄져 빠르게 변하는 기술변화에 맞춰 노동자가 공급되거나 순환된다면 이득이 될 수 있다."

정보통신기술에 더 취약한 고령층과 은퇴세대의 대비책이 있다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이들 세대가 더 어려운 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다만 ‘음성인식’ 등의 기술이 발달할수록 오히려 고령층이 직관적으로 신기술을 익히기 좋은 환경이 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도태된다고 여겨지던 고령층이 쉽게 신기술을 따라잡기만 한다면 그동안 쌓은 식견을 바탕으로 컨설팅을 하는 등 새로운 분야를 창출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당장은 어렵겠지만, 앞으로 직장문화도 분명히 변할 것이다. 지금은 연차에 따라 업무 숙달도가 높은 사람이 인정받았다면, 앞으로는 본인의 생각을 컴퓨터로 잘 표현할 수 있고 창의적으로 사고하는 사람들이 나이에 상관없이 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그렇지 않은 기업문화는 생존 자체가 어려운 사회가 올 것이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시대는 생각보다 훨씬 더 가까이 다가와 있다. 청년이나 노년층 모두 안주하고 싶고, 안정적인 일자리를 추구하려는 인간 본성을 극복하고 자기계발을 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얘기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