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사정 고려해 준 경찰에 '감사의 떡' 전하다 재판에

케이크 받아 학생과 나눠 먹었지만 보고안해 징계 처지

정우택 의원 "고위공직자의 부정부패 막기 위한 법인데…"

권익위 "직접적 직무관련성땐 5만원 이하 선물도 법 위반"

청탁금지법 시행 후 처음으로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김영란 전 대법관이 지난 6일 오후 서울 마포구 동교동 가톨릭청년회관에서 열린 강연회에서 독자들과 대담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최영운 기자] 지난달 28일 발효된 '청탁금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일명 '김영란법')이 시행 3주째로 접어든 가운데 강원도에서 전국 1호 위반사례가 나왔다.

김영란법 위반 1호 사례 재판의 향방에 법조계 뿐 만 아니라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는 형국이다.

또한 대구의 모 초등학교에서는 교사가 학부모 상담주간에 받은 케이크를 학생과 나눠 먹었지만 교감에게 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징계위원회에 회부되고 말았다.

대한민국이 청렴한 사회로 거듭나기 위한 진통의 과정일까? 우리 사회에 뿌리깊게 내린 '인정 문화'와 '사회 상규' '상식 문화'가 김영란법 시행으로 일시적 '혼돈'에 빠진 모양새다. 그동안의 사회 시스템과 배치돼 김영란법이 정착되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많은 사회적 비용이 수반될 것으로 보인다.

#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해 보냈을 뿐인데…"

강원 춘천경찰서는 18일 50대 자영업자 A씨를 김영란법 위반으로 사건을 접수했다. A씨는 김영란법 시행 첫날인 지난달 28일 자신의 고소사건을 맡은 춘천경찰서 수사관에게 시가 4만5000원 상당의 떡 한 상자를 보냈다.

해당 수사관은 떡을 즉시 돌려보내고 경찰서 청문 감사실에 서면으로 자진 신고했다.

경찰은 A씨를 직무 관련성이 있는 수사관에게 떡을 보낸 것이 김영란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보고 법원에 과태료 부과를 의뢰했다.

A씨는 경찰서에서 "개인 사정을 고려해 조사 시간을 조정해 준 것에 고마움을 표시하고 싶어 직원들과 나눠 먹으라고 보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은 A씨와 검찰에 각각 위반 사실과 관련한 의견서를 내도록 한 뒤 제출된 의견과 함께 춘천경찰서의 소명자료를 검토할 계획이다. 검토 결과를 토대로 과태료를 위반했는지를 판단한 뒤 위반이 맞는다면 과태료 액수를 정할 방침이다.

A씨는 법 위반이 입증되면 금품 가액 2∼5배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그러나 법원은 A씨의 법 위반 입증이 불충분하면 춘천경찰서에 통보해 보완을 요구하거나 아예 처벌하지 않을 수 있다.

# "학생들과 나눠 먹었지만 교감에게도 신고해라 …"

대구에서는 30대 여교사 B씨가 학부모 상담주간인 지난달 19일부터 22일 사이 학부모 3명에게서 조각 케이크, 화과자, 수제 비누를 받아 학생들과 나눠 먹고 썼다가 공무원 행동강령 위반으로 징계받을 처지에 놓였다.

대구의 모 초등학교 교사인 B씨는 케이크와 화과자는 학생과 나눠 먹었고 수제 비누도 함께 쓸 수 있게 교실에 비치했다고 했지만 시교육청은 사실관계를 조사하고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김영란법 시행 전이지만 이는 공무원 행동강령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며 "공무원 행동강령에 따르면 액수에 상관없이 직무 관련자에게서 어떤 것도 받아선 안 된다"고 밝혔다. 또 "직무 관련자에게서 부득이하게 금품을 받게 되면 교감한테 신고해야 하는데 이 교사는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시교육청은 진상을 조사해 공무원 행동강령 위반 사실이 드러나면 징계위원회를 열어 결정할 방침이다.

청탁금지법 제23조 제5항 제3호는 공직자에게 수수금지 금품을 제공하거나 제공을 약속한 사람을 과태료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한편 김영란법 1호 재판과 관련 정우택 새누리당 의원은 “사회상규와 5만원 이하 선물 등 법의 취지를 고려할 때 무죄로 판결나기를 기대한다”고 SNS에 밝혔다 .

정 의원은 “그동안 사회상규상 관행처럼 주던 선물이 직무 관련성으로 김영란법으로 처벌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라면서 “스폰서검사, 벤츠검사 등 고위 공직자의 비리와 부정청탁을 막기 위해 시작한 법이 오히려 선량한 시민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해야 하고, 하루빨리 김영란법 시행에 따른 혼선을 줄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권익위측은 김영란법에 따르면 직무관련성이 있어도 5만원 이하의 선물이 허용된다며 경찰관에게 감사 표시로 떡을 선물했다지만 고소인이 자신의 수사를 맡은 경찰관에게 물품을 준 것이어서 직접적 직무관련성이 인정되면 5만원 이하의 선물을 줬더라도 법 위반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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